鄭-文 나란히 앉힌 DJ "보기좋다"

노벨평화상 기념식서 '어색한 대면'

4일 노벨평화상 수상 7주년 기념식에서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자신의 '잔칫날' 밝은 얼굴은 당연지사겠지만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응하기로 한 범여권 후보 둘을 나란히 앉힌 자리라 그 얼굴은 더 밝아 보였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본 행사 전 마련된 티타임에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이 티타임 장소에 나타나자 문 후보는 입구까지 걸어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팡이 쥔 손까지 뻗어 문 후보의 두 손을 감싸 쥐었다. 문 후보는 이날 아침 기자회견을 열어 "수구부패세력의 집권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정동영 후보와의 단일화에 응할 뜻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유한에는 처음부터 있었냐"고 관심을 표하자, 문 후보는 "유한에서 34년 일하며 20개 이상의 시민단체 대표를 맡았고 멀리서는 (김 전 대통령을) 자주 뵀다"고 화답했다. "홍업이와는 ROTC 동기동창으로 얼마 전에도 만났다"며 김 전 대통령의 차남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환담이 오가는 도중에 정 후보가 도착했다. 광주에서 유세를 마치고 올라오는 길이었다. 이틀 전만해도 지방 유세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던 정 후보였다. 정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제가 당선되면 청와대에서 크게 한 번 모시겠다"고 인사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후보를 보며 "둘이 앉아 있으니 보기가 좋다"고 했다. 신당 오충일 대표가 "여기서 단일화 되는 거냐"며 장단을 맞췄다.
  
  정 후보는 "대통령님 덕분에 이런 자리게 됐다. 걱정 안 끼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김 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 같은 대화가 부담스러운 듯 말을 아꼈다. 문 후보는 전날 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박선숙 전 환경부차관이 "이 쪽에 왔다"고 인사를 하자 "국민을 향해 있어야죠"라며 답했다. 임채정 국회의장과의 대화 중에는 "나는 희망을 확산하는 쪽에 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 행사 안내 방송이 나오자 김 전 대통령은 다른 참석자들을 행사장으로 들여보내면서 "후보 되시는 분들은 편하게 계시라"고 말했다. 잠시나마 '둘 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그러나 두 후보와 김 전 대통령이 나란히 서는 장면이 연출되자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었고 '둘 만의 시간'은 5분 여 '포토타임'으로 끝이 났다.
  
  한편 이날 참석이 예상됐던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후보 측은 "오해받을 수 있는 그림을 만들러 가지 않겠다. 한표라도 더 벌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