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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규제로 꽁꽁 얼어붙은 인터넷 선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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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나친 규제로 꽁꽁 얼어붙은 인터넷 선거판"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2/04]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올해 대선은 '동영상 UCC에 로그온 하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올해의 발명품으로 미국내 한 동영상 UCC 사이트를 선정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UCC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올 초.. 이번 대선은 UCC 선거가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었는데요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까지도 실제로 인터넷 상에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UCC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를 초대해 동영상UCC를 비롯한 인터넷 선거판이 가라앉은 이유는 무엇이며,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경희 사이버대 민경배 교수입니다. 민경배 교수는 1966년 서울 출생으로 89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2002년 같은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위원장 그리고, 인터넷문화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요즘 젊은 사람들은 UCC 하면 다 알겠지만 연세 드신 분들은 처음 들어보실 것 같아서요. UCC란 게 어떤 말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 ⓒ프레시안

민경배 :
워낙 많이 소개된 말이긴 한데, '유저 크리에이티브 콘텐츠'의 약자입니다. 이니셜을 따서 UCC라고 하는데, 말 그래도 인터넷 이용자들이 직접 만들어서 올린 콘텐츠를 뜻하는 말이죠.

박인규 : 그렇다면 보통, 유저라는 건 남이 만든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스스로 만든 것이다. 보통 UCC 하면 동영상을 생각하시는데 동영상이 UCC의 전부입니까?

민경배 : 그렇진 않습니다. 워낙 요새 동영상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까 자칫 UCC 하면 곧 동영상으로 잘못 인식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용자들이 만드는 콘텐츠라고 한다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댓글부터 시작해서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올린 사진이나 패러디합성사진들, 그 다음에 동영상까지, 어쨌든 이용자들이 순수하게 만들어낸 콘텐츠면 모두 다 UCC라고 할 수 있겠죠.

박인규 : 다른 사람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보기보다는 이용자들도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낸다. 거기엔 댓글도 있고 동영상도 있고.

지난 2002년 대선에 상당히 인터넷이 위력을 발휘해서 이번 대선에서는 동영상UCC, 특히 UCC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랬는데 오히려 요샌 UCC가 아니라 CCC가 더 많다. 이런 말씀들 하세요. CCC는 뭡니까?

민경배 : UCC를 차용해서 만든 신조어인데요, '캠프 크리이에티드 콘텐츠'라고 하더라구요. 다시 말해 선거캠프에서 UCC처럼 만들어서 올린 콘텐츠가. 엄밀한 의미에서는 선거캠프도 결국 자기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공급자거든요. 이용자가 만든 정보라기보다는 공급자가 만든 정보인데 이걸, 어떻게 보면 UCC를 가장한 홍보동영상이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박인규 :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올려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 캠프에서 만들었다.
UCC... 진정한 의미에서의 UCC. 이용자들이 만드는 콘텐츠가 갖고 있는 가능성이랄까 잠재력 어떤 거라고 보십니까?

민경배 :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들 상당히 재기발랄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많이 내놓는데 바로 그런 것들이 콘텐츠에 그대로 반영돼서 성역 없이 자유롭고 기발한 표현들이 많이 나타나고, 그런 것들이 상당한 재미와 신선함을 안겨주고 있고요. 특히 최근에 동영상이나 사진 기반의 UCC들이 늘어나다 보니 아무래도 글보다는 훨씬 더 대중적이고 직감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거든요. 장문의 글을 논리적으로 읽어나가는 것보다는, 그러니까 대중들에게 와닿는 효과도 크고 결국 그것이 여론의 파급력을 폭발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하겠죠.

박인규 :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인터넷선거란 말을 들을 정도로, 또 노무현 대통령은 영국의 어떤 신문으로부터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다. 그런 말까지도 들었어요. 2002년도에는 정말 대단했죠? UCC의 역할이랄까 그런 것들이

민경배 : 예. 당시에는 UCC라는 말이 사용되진 않았습니다만,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콘텐츠들 대부분이 네티즌들이 직접 만든 거였거든요. 노사모 사이트라든지 여러 정치 외적인 곳들 많았지 않습니까. 거기 올라오는 인터넷 논객들의 글도 분명히 UCC라고 할 수 있는 거고. 또 널리 알려진 게 나중에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광고로도 사용됐던 노무현의 눈물이라고 하는 장면도 사실은 이용자들이 직접 찍어 올린 소스를 가지고 영상으로 만든 것이고요. 희망돼지저금통을 소재로 한 플래시 애니메이션 같은 것도 전부 다 UCC라고 할 수 있겠죠.

박인규 : 2002년도에 인터넷이 굉장히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그 당시의 이른바 UCC는 지금 말씀하신 동영상도 있지만 대체로 댓글, 이런 것이 영향을 발휘했고. 그러다 보니까 이번 대선에서는 동영상 UCC가 엄청나게 큰 영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런 예상이 올 초부터 굉장히 많았어요.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민경배 : 예상이 많이 빗나갔죠. 아까 얘기했던 CCC는 상당히 범람하고 있는데, 정작 진정한 UCC라고 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통계들이 이미 지금 나오고 있고요. 업체나 이런 데서도. 그 다음에 두 번째는 콘텐츠 안에 뭔가 정치적인 혹은 정책비전이나 이런 메시지가 담겨있어야 되는데 별로 그런 것들은 없고 대부분이 이미지정치에 편승해서 뭔가 감성적인 소구를 이끌어내는 이런 동영상들만 지나치게 많이 흘러넘치는 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박인규 : 알맹이가 없다. 아무래도 CCC가 많긴 하지만 그렇게 많이 안 본다는 보도가 있더라고요.

민경배 : 예. 아무래도 기획해서 우리 후보를 홍보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네티즌들의 마음에 직접적으로 와 닿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 뻔하고 식상하다든지, 누가 봐도 홍보성이 너무 짙다든지. 그러니까 잘 안 보게 되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으니까.

박인규 : 2002년도에는 댓글이라든가 인터넷 논객들의 글들이 굉장한 영향력이랄까 파급력이 있었는데 2002년도에 비교하면 이번 대선은 댓글은 또 어떻습니까?

민경배 : 댓글공간 같은 경우는 그동안 워낙 악성댓글 문제가 심각하고.

박인규 : 이른바 악플이라는, 욕하고

민경배 : 예. 댓글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사회적 신뢰성이라든지 여론시장에서의 사회적 비중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지금 인정을 별로 못 받고 있는 상황이죠. 여전히 댓글을 많이 쓰긴 합니다만 그런 것들이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드물고. 특히 네이버 같은 메이저 포털에서는 선거기간 동안 정치기사에 대한 댓글은 일원화를 시키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그 한 군데는 엄청난 글들이 쏟아지지만 글 한 번 올리면 순식간에 뒤로 밀려나고

박인규 : 파급되기가 어렵군요. 예전엔 기사마다 달았는데

민경배 : 예. 그러다 보니까 지금은 별로 댓글의 영향력도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댓글이 지난번 대선에는 건전한 토론문화의 한 축을 맡았다면 지금은 비방이나 욕설, 이런 식으로 약간 수준이 떨어졌다고 할까요, 그렇게 되는 거군요.

민경배 : 그렇습니다. 그 대신 블로그문화가 활성화되다 보니까 그런 글을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 양질의 내용이 있는 것들은 주로 블로그 기반으로 확산되고 있죠.

▲ ⓒ프레시안

박인규 :
많은 분들이 2007년은 2002년보다도 업그레이드된 인터넷 선거가 될 거라는 예상을 했는데 실제로 동영상도 그렇고 댓글도 그렇고, 그렇지가 않다.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민경배 : 사실 인터넷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기원을 찾아본다면 지금의 오프라인에서의 선거판 자체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가장 달아오르지 않고 있는 대선이다. 이런 지적들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박인규 : 후보는 많은데 뭔가 국민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는 건 없다.

민경배 : 예.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에서의 선거열기가 뜨겁지 않으니까 당연히 인터넷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여기에 더해서 그동안 선거법이 네티즌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강하게 규제하는 쪽으로 만들어져 있고, 또 실제로 선관위가 여러 가지 규제를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네티즌들이 일종의 자기검열, 이런 의식이 발동해서 정치적 의사표현을 섣불리 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중되면서 인터넷 선거열기가 별로 달아오르지 못하고 있죠.

박인규 : 대선판 자체가 국민들에게 감동이랄까 흥분을 주지 못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문제긴 합니다만, 규제가 좀 지나쳐서 인터넷의 참여가 어렵다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규제가 어떤 정도기에 그렇게 어렵게 된 겁니까?

민경배 : 일단 선거법상 인터넷 규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게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첫 번째는 선거법 제 93조입니다. 선거일 180일을 남겨놓고부터 어떤 정치적 표현을 하면 그것이 사전선거운동이라고 규제하죠. 특히, 사실 상당히 조항 자체가 애매모호하게 돼 있는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사를 표현한다든지, 이럴 경우 운동으로 간주한다는데 이게 상당히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큽니다. 그래서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다 보면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호불호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전부 다 규제하다 보니까. 또 실제로 많은 네티즌들이 단속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그것을 예를 들어 정당 홈페이지나 이런 데 쓰면 괜찮은데 요즘 자기 블로그들 많이 쓰다 보니 개인블로그 이런 데 쓰면 사전선거운동이다. 이러니까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것이고요. 그 다음 두 번째는, 지금 올 7월부터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만, 선거법도 여기에 더해서 선거 시기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하고 있고. 주요 포털사이트나 언론사 사이트 등에 강력한 실명제를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정치적 표현을 자기 실명 걸고 하기보다는 또 익명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법인데 그걸 또 규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특별히 동영상 UCC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런 거군요.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제가 보기에도 사전선거운동이라는 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런 식으로 규제를 하다 보면, 말하자면 정치라는 게 누구를 지지한다기보다는 비판하는 맛이랄까요, 그런 식으로 참여하는 건데 그러다 보면 젊은 사람들의 참여를 막게 되는 거 아닙니까?

민경배 :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선거 시기라는 건 사실 다른 어떤 때보다도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거든요. 또 그래야 마땅한 거고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제도라는 것이 그런 정치적 의사표현을 선거기간 동안 오히려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되는데 자꾸 이걸 규제하는 측면이 있고. 젊은이들 같은 경우는 사실, 젊은이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한다든지 정당활동을 한다든지 이런 것들보다는 주로 인터넷이 의사표현의 가장 대표적인 장인데 이 공간을 묶어 놓으니까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라든지 냉소주의 이런 것들만 더 팽배해지도록 조장하는 게 아니냐. 흔히 선거 시기 하면 돈은 묶고 입은 풀어라. 그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 선거법은 오히려 선거 시기에 입을 묶어놓는 형국이 되어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인터넷 실명제를 놓고도 네티즌 사이에서 굉장히 논란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지금 말하자면 돈은 묶고 입은 풀라는 취지에서 여러 가지 규제를 좀 더 풀어보자, 그런 움직임은 없었습니까?

민경배 : 워낙 네티즌들이나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많이 일어나고 있죠. 일단 시민단체들은 네티즌들을 규합해서 아까 말씀드린 선거법 93조 폐지를 위한 위헌소송 움직임을 벌이고 있고요

박인규 : 위헌소송을 냈습니까?

민경배 : 예. 지금 민변이 대표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 중이고요. 그리고 또 일부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자기 블로그에다가 정말 의도적인 선거법 불복종 운동.

박인규 : 나를 잡아가라. 말하자면.

민경배 : 일부러 노골적인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표현하는 글을 써놓고 단속하려면 해봐라, 이런 식의 불복종운동들이 일어나고 있고. 또 인터넷 언론매체들이 잇따라 실명제 거부의사를 밝힌 성명서도 발표하고 있고. 사실 제도적으로도 사실 지금 선거법을 집행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미 4년 전에 인터넷상에서의 선거운동은 상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를 골자로 한 선거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가 있거든요. 이게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가 안 돼서 4년째 낮잠을 자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인규 : 선관위에서 낸 안인데

민경배 : 오히려 선관위에서 혁신적인 안을 냈는데 국회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아무래도 법을 만드는 게 의원들이다 보니 소비자의 관점, 다시 말해 유권자의 입장에서 법안을 검토한다기보다는 공급자죠, 자기들의 편의성의 입장에서 보니까 아무래도 입을 묶어놓는 게 정치인들이 좀 덜 다치거든요. 인터넷에서 입을 완전히 풀자는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상당히 정치하시는 분들이 겁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박인규 : 여야를 막론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비판의 자유를 허용하다보면 우리에게 좋을 게 별로 없다. 그렇다면 좀 문제가 되네요.

민경배 : 문제가 있죠. 소비자 입장이 아닌 공급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자구 법안을 다루다 보니 선거법이 자꾸 이런 식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번 대선이 지나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범국민적인 운동이나 요구가 나와야 되는 거 아닙니까?

민경배 : 그동안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게 이미 2002년 대선을 거쳐서 그 사이 지방자치선거니 총선이니 이런 큰 선거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문제거든요. 그리고 그때마다 항상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금 개선되고 있지 않은데 아무래도 대선은 더 비중있는 선거다 보니까, 이번 선거 끝나고 또 어떤 움직임이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인규 : 2002년과 2007년 대선이 인터넷 선거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번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뭔가 인터넷 활성화를 위해서 고민들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2002년도에는 아마 인터넷 선거에 관한 한 세계최선진국이었는데 이번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UCC가 굉장히 열풍을 일으켰다고 하고, 최근에도 힐러리하고 오바마가 UCC를 이용한 토론도 하고 그랬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소개해 주시죠.

민경배 : 유튜브를 통해서 했죠. 최근에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토론회를 말씀드리면,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UCC 사이트인데 유튜브를 통해서 네티즌들이 UCC로 대선후보자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 후보자가 TV토론 생중계에 나와서 그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토론회가 진행되면서 상당히 네티즌들의 좋은 호응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좀 지난 각 정당의 예비후보 선거과정에서 일부 이런 것들을 차용한 경우들이 있었는데 조금 달랐죠. 참여가 폭넓게 이뤄졌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동영상 질문들 중에서 세 개인가를 선정해서, 그냥 맛보기 식으로 하는 이런 형태가 있었고. 얼마 전 TV토론회에서도 그런 것들을 차용한 코너가 잠시 소개는 됐습니다만 전적으로 UCC에 기반한 동영상 토론회까지는 지금 우리나라는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도 우리나라 방송에서 하는 걸 봤지만 너무 짧고 구색맞추기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민경배 : 예. 무엇보다도 UCC를 통한 정책토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죠. 여전히 뭔가 정책적인 질문은 흔히 말하는 전문가 패널들이 하고, 젊은 네티즌들은 UCC를 통해서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 라든지 이런 식의 연성화된 질문만을. 조금 아직까지는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인규 : 성대모사 해주세요. 이런 것도 있더라구요.
미국의 경우엔 어땠습니까?

민경배 : 그 경우에는 선거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현안 문제들이 있지 않습니까. 총기 문제라든지 낙태 문제, 이런 구체적인 민감한 현안까지도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거침없이 물어보고. 질문이 워낙 직선적으로 나오니까 후보자들도 거기에 대해서 훨씬 솔직한 표현을 할 수밖에 없고. 토론회 자체가 아무래도 더 액티브하다고 할까요, 상당히 활성화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박인규 : 미국은 내년이 대통령선거인데 TV토론 말고 UCC토론 같은 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겠네요.

▲ ⓒ프레시안

민경배 :
예. 인터넷과 TV가 결합된 형태로 토론회가 진행됐는데 이런 모델이 앞으로 계속 확대 발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인규 : 우리 같은 경우는 약간 좀 아쉽네요 그렇다면

민경배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UCC토론회는 고사하고 역대 선거에서 해왔던 TV토론조차 일부 후보가 참여를 거부해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니까, 우리는 오히려 지금 예전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미국 같은 경우 지난 중간선거에서 후보자가 조는 모습인가요? 그것 때문에

민경배 : 낙선한 사례가 있죠. 공청회장에서 사실 1, 2분 잠깐 졸았던 모습인데 그걸 네티즌이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바람에, 또 편집도 아주 느릿느릿한 음악과 함께 좀 잘 했어요. 그게 여론에 악영향을 미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사례도 있었고. 또 인종차별적인 발언, 원숭이를 의미하는 마카카... 청중 한 사람을 가리켜서 후보자 한 명이 그런 발언을 했다가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사례도 있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 그런 사례가 안 나오는 게 사전선거운동조항 그런 것 때문에 안 나오는 겁니까?

민경배 :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로 선거법규제가 심하냐면, 특정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콘텐츠가. 그런데 그것이 자기가 임의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언론에 기사화된 사실들을 쭉 모아서 그냥 재구성해서 콘텐츠를 만들었거든요. 이것이 선거법 위반으로 단속의 대상이 되고 선관위에서 삭제조치를 당하는. 똑같은 내용이지만 이게 신문기사로 나가면 문제가 없는데 그 기사 몇 개를 묶어서 개인의 UCC로 만드니까 선거법의 규제대상이 되는 이 정도로 엄격한 상황이기 때문에

박인규 : 어떻게 움직일 수가 없네요.

민경배 : 예. 꿈도 못 꾸는 거죠.

박인규 :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에는 약간 자유의 폭이 넓어진다고 하던데

민경배 : 예.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허용하고, 선관위가 그 입장을 밝혔죠. 그 이후에 지금 블로그를 중심으로 해서 정치적인 콘텐츠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일까지는 보름 이상의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인터넷이 갖고 있는 한 순간의 폭발력, 그동안 보여줬던 이런 것들을 미루어 짐작한다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은 그래도 예전보다는 활성화될 여지가 분명 있다. 그런데 이게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분명히 선거판도에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그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만한 계기가 이슈가 나와야 되거든요. 그런 것이 어떤 것이 될지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죠.

박인규 : 지난 6개월 중에서 한 5개월 반은 꽁꽁 묶였다가 최근 한 15일 정도 풀린 거군요. 제가 말씀 들어보니까 UCC가 활성화되기에는 너무나 규제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한편에서는 너무 풀어놓고 보면 저작권 침해,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침해 이런 게 있어서 규제는 불가피하다. 반드시 실명제를 해야 된다. 이런 의견을 가지신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민경배 : 일단 UCC를 통한 과도한 인신공격이나 허위사실 유포는 규제가 필요하죠. 그런데 이것이 별도의 선관위에서 발표한 UCC 운용기준이라든지 이런 게 아니어도 현행법으로 얼마든지 이것은 다룰 수 있는 문제거든요. 그런데 유독 UCC라고 하는 것들, 더구나 인터넷 공간에 대해서 별도의 규제법을 만들어서 더 강력한 규제를 하는 것이 사실상 문제고요. 그 다음에 선거법의 규제가 꼭 이뤄지기 전이라도 이게 누가 봐도 정말 이건 문제가 많은 UCC다.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콘텐츠가 올라온다면 사실 법적인 규제 이전에 네티즌들로부터 어떤 사회적 처벌을 분명히 받거든요. 외면당한다든지

박인규 : 말하자면 자체정화능력이 있다.

민경배 : 오히려 비판의 화살에 직면한다든지,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강력한 규제보다는 어느 정도 허용하더라도 큰 문제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박인규 : 이른바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이 낫다. 실명제에 대해서는 굉장이 논란이 많던데요, 실명제만 하다 보면 내부비리를 고발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자유의 문제다, 이런 말씀 하시는데 실명제에 대한 입장은 어떤 겁니까?

민경배 : 일단 실명제의 기본적인 취지 자체가 악성댓글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건데 지금 7월부터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된 이후에도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나온 자료들을 보면 악성댓글이 전혀 줄어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박인규 : 실명제가 악성댓글을 줄이는 데 별로 기여 못했다.

민경배 : 사실상 과연 악성댓글이 꼭 익명성 때문에 빚어진 일이냐에 대해서는, 실명제가 도입되기 이전에 그 어디에서도 경험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었거든요. 막연히 그럴 것이다라는 추론을 가지고 법률까지 나온 상태인데 막상 실명제를 도입하고 보니, 그래도 여전히 악성댓글은 줄지 않더라. 원래 취지였던 악성댓글 퇴치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으면서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기만 하는 이런 실명제는 문제가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입니다.

박인규 : 전체적으로 말씀을 듣고 보니까 2002년도에 활짝 꽃피웠던 인터넷 문화가 지나친 규제 때문에 2007년도에는 많이 시들어버린 것 같아요. 어차피 이용자들이 우리나라 토론문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UCC문화가 계속 발달됐으면 좋겠는데, 발달되기 위한 조건이 어떤 것인지 마지막 마무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민경배 : 일단 UCC를 잘만 활용한다면 상당히 유용하고 효과적인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도 이것이 의미있는 공론장이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UCC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적 장치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 관련해서도 선거진영에서 CCC라고 하는, 정말 후보를 홍보하기 위한 동영상을 막 만들어서, 그래 봐야 네티즌들이 별로 보지도 않거든요. 그럴 바에는 오히려 네티즌들이 자발적인 UCC를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해 주고, 그 안에 담겨있는 네티즌들, 유권자들의 열망이 무엇인가. 그들이 후보자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 어떤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는 가. 오히려 이러한 것들을 읽어내는 하나의 민심의 계측기로서 UCC를 활용하는 게 사실은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모든 이용자가 참가한다는 측면에서 인터넷이 대단히 민주적인 문화라고 생각되는데. 물론 타인의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는 안 되겠습니다만 그런 것들의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민경배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를 초대해 UCC를 비롯한 인터넷 선거판이 가라앉은 이유는 무엇이며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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