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고려대 통계학과 허명회 교수입니다. 허명회 교수는 1955년 서울 출생으로 978년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했고 84년 미국 Stanford대학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통계학회 사업이사와 한국통계학회 분류연구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조사연구학회 감사를 맡고 있습니다. 또, KBS 선거보도팀 자문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대선을 맞아서 바쁘시겠습니다 요즘에
허명회 : 예. 좀 일이 있는 편이고 여러 가지 사회적인 논평을 하려고 합니다.
박인규 : 최근에 통계학회에서 허교수님께서 국내 여론조사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셨어요. 언론에 크게 보도된 걸 봤는데 어떤 문제점이 있습니까?
허명회 : 품질 측면에서 우려될 소지가 있고 여론조사의 쓰임새가 원래 의도된 것에서 좀 벗어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품질이라고 하시면 말하자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건가요?
허명회 : 정확도, 신뢰도 측면에서 우려될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죠.
박인규 : 쓰임새라고 말씀하시는 건, 많은 분들이 지적하십니다만 경선 같은 데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원용하는 것은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사례다. 여론조사 결과가 너무 지나치게 중시되는 게 아니냐, 그런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허명회 : 그렇습니다. 여론조사 방법론은 기본적으로 무작위표지에 근거하는데 경선 과정에서는 여론조사를 일종의 투표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고 우리가 오용하고 있는 경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를 어떤 정당의 결정과정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우리나라 외에는 없습니까?
허명회 :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대만의 경우 일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여론조사를 굉장히 실제 이상으로 중시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허명회 : 그렇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여론조사 전문가 입장에서 보신다면 정치나 선거에서 여론조사의 역할이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허명회 : 여론조사가 정치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측면이 꽤 있습니다. 예컨대 국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거죠. 즉 우리는 이때까지 국회의원이나 전문적인 정치인을 통한 간접참여, 대의민주주의라고 하죠, 그런 체제를 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또 여러 가지 한계가 있거든요. 실제적으로. 그런데 여론조사를 통해서 국민의 뜻을 직접 알리고 그런 정보를 소통시킨다는 측면에서 대단한 의의가 있습니다.
박인규 : 민의를 보여준다는 거군요.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여론조사의 내용은 참고사항이지 정치의 모든 결정이 여론조사에만 흔들리는 건 곤란하다, 이런 지적도 하시는 것 같이요.
허명회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여론조사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보통 전화를 통해서 한다고 하던데
허명회 : 그렇습니다.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는 전화를 통한 조사인데 여기에도 세 가지가 있습니다. 전화면접조사가 있고 ARS전화조사가 있고 휴대폰조사가 있습니다.
박인규 : 어떻게 다릅니까? 전화조사는 일반 집에 있는 전화로 하는,
허명회 : 그렇습니다.
박인규 : ARS는 자동응답기, 사람이 하지 않는 겁니까?
허명회 : ARS전화조사에서 전화가 오게 되면 녹음된 설문지가 나오는데, 그 방법은 어떤 문제가 있느냐 하면 사람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거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절률이 좀 더 높죠.
박인규 : 최근에 통계학회에서 허교수님이 지적하시면서, 우리나라의 응답거부율이 굉장히 높고, 특히 주부들이 응답자 중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그러다 보니 전화면접보다는 오히려 휴대폰으로 하는 게 대표성이 있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허명회 : 지금 전화면접조사가 일부 문제가 있긴 있어도 휴대폰조사는 또 다른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휴대폰 전화번호 리스트가 공식적으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사 참여를 희망하는 패널 가운데서 추출하게 되고요. 그 패널이 얼마나 적격한 패널이냐라는 것에 대해선 검증된 적이 없습니다. 그 부분이 문젭니다. 반면에 전화면접조사는 전화번호부로부터 표본번호들이 나오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죠.
박인규 : 말하자면 휴대폰여론조사는 무작위추울, 대표성, 이런 게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전화면접, ARS, 휴대폰 중에서 가장 정확한 건 전화면접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허명회 : 현재 시점에선 전화면접조사가 가장 나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인규 : 그런데 이 여론조사를 요즘 굉장히 많이 하지 않습니까. 어떤 분들은, 그렇게 여론조사를 많이 한다는데 난 한 번도 못 받아봤다. 이런 분이 있고. 또 어떤 분은 제가 아는 분인데, 어제 집에 있었는데 서로 다른 회사 세 군데서나 왔더라. 그런 건 왜 그런 겁니까?
허명회 :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나는 전화번호부에서 표본번호가 나오기 때문에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가구들은 전화접촉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박인규 : 그 분들은 평생 가야 못 받겠군요.
허명회 : 그렇습니다. 그 분들은 특별힌 어떤 분들일 가능성이 많은가 하면 전화 없으신 분들도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분들은 아주 적습니다. 실제로는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전화번호부에 일부러 등재하지 않을 수가 있는데 그런 분들이 약 40% 넘게 있습니다. 즉 그걸 다시 말씀드리자면 표본크기를 아무리 크게 한다고 해도 우리 국민의 한 60% 정도에 대해서만 조사될 뿐이지 한 40% 넘는 분은 절대 조사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죠.
박인규 : 40%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는데도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까?
허명회 : 제외되시는 분과 포함되는 분하고 정치적 성향이 엇비슷할 것이다라는 가정하에서 비슷한데, 그 가정을 검증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좀 부담이 있죠.
박인규 : 보통 여론조사를 조사대상 몇 명, 이렇게 나오는데 보통 천 명이더라고요. 그 천 명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허명회 : 그렇습니다. 이 표본의 크기는 아무래도 클수록 안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예컨대 우리가 열 명을 조사한다 하면 어느 열 명이 조사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확 다르지 않겠습니까. 열 명으론 터무니없이 작은 거고 백 명도 상당한 변화의 폭이 나옵니다. 따라서 천 명 정도 돼야 어느 정도 안정된 수치가 나온다는 것인데 저희가 그걸 전문용어로 표본오차라고 합니다. 아마 방송이나 신문에서 선거여론조사 보도시에 표본오차가 얼마다, 오차한계가 얼마다라는 걸 많이 접해보셨을 겁니다.
박인규 : ± 3점 몇 퍼센트...
허명회 : 그렇습니다. 표본크기가 1000에서는 ±3.1%포인트까지 변동할 수 있습니다. 신뢰수준 95%하에서 그렇다는 건데 그것은 100번 중 95번 정도는 ±3.1%포인트 근처에서 왔다갔다 한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가 ±3.1%라고 했을 경우 예를 들면 A후보와 B후보가 51%대 47%라는 결과가 나왔으면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 겁니까?
허명회 : 숫자의 차이가 표본오차의 두 배가 넘는 경우에는 역전된 결과는 얻기 힘들다고 보시면 더 좋겠습니다.
박인규 : 두 후보의 차이가 6.2% 차이가 나면 확실하게 이기고 있는 거다.
허명회 : 확실하진 않지만 대개 95%의 확률 정도로는 이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역전될 가능성은 스무 번 중 한 번 정도에 불과할 거라는 겁니다.
박인규 : 그럼 그 차이가 6.2% 이내라면 어떤 겁니까?
허명회 : 그 사이 내에서는 어느 표본이 뽑히느냐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가 있고, 실제로도 역전의 기회는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많은 언론들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 있다는 표현을 써요. 정확한 표현입니까?
허명회 : 그것은 좀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고 봅니다. 오차범위 내에 있을 때는 일종의 엎치락 뒤치락이 가능한데요, 그걸 너무, 앞서고 있다. 또 우리 조사 관행이 소수점 이하 첫째 자리까지도 이야기하거든요. 실제로 조사결과가 그렇게까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박인규 : 오차범위 내에 있다면 앞서있는 분이 약간 경향적으로 앞서있다곤 하지만 확실하게 우세라고 말하긴 어려운 거군요. 또 하나는 각 정당에서 자체여론조사를 하면서 뭔가 질문문항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서 여론조사를 왜곡한다. 이런 비판들이 있던데요. 문항 자체를 가지고 결과를 바꿀 수 있다.
허명회 : 네. 일부러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문항의 순서, 또 후보자의 순서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조사결과가 나올 수가 있습니다. 예컨대 지지후보를 먼저 물어보고 정책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경우. 또 반대로 일반적으로 정책 몇 개에 대한 선호도를 물어보고 나서 종합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지지후보를 묻는 경우는 조사결과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고요. 또 선호하는 후보를 물을 때도 어느 후보를 먼저 물어보고 어느 후보를 마지막에 물어보느냐에 따라서 다소 사람들이 다르게 응답합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정당에서 자체 추진되는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볼 수 있나요?
허명회 : 어느 조사기관이, 조사전문기관이 같이 하였느냐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는데, 조사전문기관에선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문항을 만들고자 하죠.
박인규 : 올해 대선후보가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열두 분이 나오셨는데, 대선후보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 응답률은 또 굉장히 낮다고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허명회 : 두 가지 이유에서 그런데요, 하나는 전화면접조사가 낮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 낮에 집에 계시지 않은 분들, 대부분 직장인들,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자영업자들 이런 분들이 낮에 집에 계시지 않다 보니 그 분들이 포함되지 않을 수가 있고. 또 하나는 실제로 전화를 받았지만 단박에 거절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거의 50% 정도 되는 분들이 그런데요, 그런 이유 때문에 응답률이 낮아지게 되죠.
박인규 : 집에 주부들이 많이 있다는 건 지난번 대선이나 지금 대선이나 큰 차이는 없을 거 아닙니까. 특별하게 이번 대선에서 낮은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허명회 : 특별히 응답률이 이번 대선에서 조금 더 낮아지는 이유는 이번 대선에서는 유독 많은 전화여론조사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좀 사회집단적인 피로현상 아닌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박인규 : 너무 많아서. 어떤 언론보도를 보니까 미국 같은 경우는 응답률이 30% 이하면 아예 발표를 안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 미만도 발표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론조사수치를 과연 믿을 수 있는 거냐, 이런 지적을 하시는 분이 있던데요.
허명회 : 미국이 응답률을 좀 더 높이기 위한 표본설계방법을 쓰고 있긴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우리나라 전화조사기관들도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고 실사를 정확하게 하기 때문에 저는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전화조사의 수준이 외국, 선진국가에 비해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인규 : 지금 여론조사 말고 12월 19일에 대선을 하면 각 방송사에서 6시 땡 하면 출구조사결과를 발표하는데 이 출구조사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허명회 : 출구조사에서는, 이번 KBS가 설계하고 있는 방법은 한 250개 정도의 선거구를, 투표소를 추출하고 추출된 투표소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예컨대 5명마다 한 명, 혹은 7명마다 한 명씩 출구에서 나오시는 분들을 면접을 해서 모의투표 방식으로 조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어느 후보를 찍었느냐 물어본다는 건가요?
허명회 : 직접 물어보지 않고 기표하는 방식으로 조사합니다. 기밀성이 보장되는 거죠.
박인규 : 그렇게 하면 몇 분 정도가 조사대상에 들어갑니까?
허명회 : 몇만 명 정도가 되고요, 전화조사에 비해서는 훨씬 정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전화여론조사보다는 확실히 신뢰도가 높겠네요.
허명회 : 그렇습니다. 일단 투표율이 정확하게 반영되고 비밀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좀 더 솔직하게 여과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난 2004년인가요, 총선 때는 상당히 틀린 데가 많이 나와서 방송사들이 곤욕을 치렀는데 왜 그렇죠?
허명회 : 2004년은 소위 탄핵정국이었고 사람들인 많은 부담감을 가졌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사표현을 안 하시는 분들이 한 20% 가까이 있었습니다.
박인규 : 솔직하게 대답을 안 하시는 분이 많았군요.
허명회 : 솔직하지 않으시다기보다는 조사 자체를 거절하시는 것이죠.
박인규 : 어떻습니까, 우리나라가 정치과정에서 정당이나 국민이나 여론조사 결과에 지나치게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을 많이 하시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런 부분은?
허명회 :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가운데 여론조사가 그것을 대리로 해주는 셈이 됐습니다. 또 여론조사 수치가 소수점 첫째자리까지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너무 그것이 정확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데 그 부분은 좀 과장된 부분이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대선에서는 대선 일주일 전까지, 12월 12일까지만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있고 그 이후 일주일 동안 공표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이것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허명회 : 그래도 예전보다는 발표금지, 공표금지기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2주인가...
허명회 : 네. 2, 3주 됐죠. 최근에 많이 줄었고 이런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여론조사 결과는 사회적인 정보이고 사회적인 정보를 통용시킴으로써 가측성...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거든요. 이런 점에서 좋습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에 의해서 여론이 움직일 수 있다는 부분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뭐 크게 염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1위 후보자가 좀 득세하는 입장이지만, 그렇지만 반대로 또 1위 후보자에 대해선 집중적인 견제가 생기고. 또 2위 후보자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상당히 소신을 갖고, 질 것 같아도 소신을 갖고 밀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3위 후보자의 경우에는 다소 불리해질 거라고 봅니다. 공표될 경우에. 왜냐면 사람들이 자기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은 별로 원치 않거든요. 그래서 흔히 3위 후보자에 대한 실제 득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인규 : 외국에서도 대선이나 총선 전에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게 일반적인 상례입니까?
허명회 : 꼭 그렇진 않습니다. 전혀 제한이 없는 경우도 있고요.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시면서 우리나라 여론조사의 수준이 그렇게 낮지 않다고 하셨어요. 제 편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 여론조사하는 회사들이 굉장히 많다, 난립한다는 느낌이 들던데 어떻습니까?
허명회 : 여론조사기관들이 많이 있고 상당한 경쟁체제하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몇 차례 지난 선거를 통해 경쟁을 통한 개선이 있었다고 보고요. 지금 실력이 있고 없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대략 몇 개나 되는지 집계가 됩니까? 여론조사 하는 곳들이
허명회 : 최소한 몇십 개가... 그렇지만 실제로 중앙언론사에서 보도용으로 조사하는 그런 조사를 하는 기관들은 열 개 정도에 국한돼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여론조사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서 그렇게 낮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처음에 말씀하시면서 품질에 좀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신 건 여론조사의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 그런 건가요?
허명회 : 아니 개선의 소지가 있다는 거죠.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한 가지는 전화번호부에 국한된 조사, 전화번호부를 리스트로 하는 문제는 아까 말씀드렸지만 불과 국민의 60% 정도만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개선이 돼야 되는데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느냐면 컴퓨터를 이용해서 임의의 번호를 거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큰 전화조사회사들이 그런 방법으로 하고 있는데, 아직은 우리가 본격적으로 그런 방법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저희가 알기로는 천 명을 할당할 때 나이별, 지역별, 성별을 고려한다고 하는데 컴퓨터로 임의로 전화번호를 추출해도 그런 표본할당이 되는 겁니까?
허명회 : 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성과 나이대의 사람이 나올 때까지 계속 면접을 시도해서 그 숫자를 최소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쓰자는 것이죠. 그리고 아까 또 하나 말씀드릴 두 번째 개선돼야 될 부분은 뭐냐면, 낮에 집중된 조사를, 조사면접을 하는 이것은 분명히 시정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낮에 집에 계시는 사회인구적 계층은 전체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것을 좀 저녁시간대에 좀 더 많은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낮 시간대에는 딱 일정된 부분만 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거죠.
박인규 : 말하자면 모든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 조사해라.
허명회 : 그렇습니다. 어느 직업과 관련 없이, 소득수준, 학력수준과 관련 없이 모든 사람이 집에 있을 시간, 또는 휴일에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거죠.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일과시간에 조사의 80%를 끝낸다고 하는데 비용 때문에 그런 겁니까?
허명회 : 우리 국민들이 빨리빨리 하는 걸 선호하지 않습니까? 언론기관에서도 그걸 요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당일 10시나 2시에 시작해서 8, 9시에 마치고 그걸 빨리 보도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그렇게 됐습니다만, 너무 서두르는 감이 있어요. 그것보다는 2, 3일 정도에 걸쳐서 저녁시간대에 보다 많은 표본을 할당해서 차분하게 조사하는 게 더 바람직하죠.
박인규 : 우리나라에 여론조사가 많아지면서, 여론조사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이런 것들이 너무 적어서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것 같은데요.
허명회 : 품질이 떨어진다기보다는 품질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맞는 걸 겁니다. 좀 더 방법론적인 개선을 하게 되면 표본조사비용의 단가가 높아지게 되는데 현재 그것이 장벽이 되고 있죠.
박인규 : 일부에서는 여론조사의 수준이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프랑스처럼 선거여론조사를 사전에 심의하는 국가기구를 만들자, 이런 제안도 하시는 분이 있는데 허교수님 의견은어떻습니까?
허명회 : 저는 현재 여론조사의 몇몇 측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국가기관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아무래도 국가권력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보다는 민간 부분에, 시장에 그 평가를 맡기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것처럼 여론조사라는 게 국민들의 민의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인 기회가 되는 것인데 여론조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가 국가적으로나,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허명회 : 국가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보다는 민간 부분에서 좀 더 노력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여론조사에 대해서 좀 더 투자를 좀 하셔야 되고. 그 다음에 여론조사 수치에 대한 이해수준이 조금 더 높아져야 될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국민들도 그렇다면 여론조사에 대해서 나름대로 의미를 잘 알아야 되겠네요.
허명회 : 그렇습니다. 이것이 소수점 첫째까지 정확한 조사는 아니고 어느 정도의 오차범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대략 유의미한 숫자는 소수점 이전까지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허명회 : 그뿐만 아니라 표본크기 1000에서는 ±3%포인트 정도는 변동할 수가 있고, 또 이것이 상황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기 때문에 숫자 자체보다는 추이를 중심으로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박인규 : 추이를 봐라.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사실은 바쁘신 분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선거에서 누굴 찍을까 결정한다고도 하는데, 마지막으로 여론조사를 볼 때 국민들이 어떻게 보는 게 가장 좋은 것인지, 도움말씀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허명회 : 많은 분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 대신 제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솔직하게 응답해 주시고. 중앙언론사에서 하는 여론조사의 경우에는 가급적 협조를 해주십사 하는 겁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사회적인 중요한 정보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정확한 정보를 만들고 유통시킬 필요도 있고 또 그런 의무가 있습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국민들이 여론조사를 만드는 주체이기도 하네요 진짜. 그냥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허명회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고려대 통계학과 허명회 교수를 초대해 대선 여론조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그 결과를 어떻게 봐야하는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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