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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고 허리띠 조르고…昌·文 '돈가뭄'이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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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고 허리띠 조르고…昌·文 '돈가뭄'이 복병

국고보조금 거의 없어…"가난도 정도껏" 내부 불만도

공식선거전이 시작된 27일, 이른바 '빅3'의 다른 후보들은 저마다 의미있는 시작을 알리고자 여수다, 대구다 지역을 누볐지만 무소속인 이회창 후보는 캠프 앞마당인 숭례문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안방에서 힘을 모으고, 서울 시내 재래시장을 훑어내린 다음 지역으로 지지세를 확산시키겠다는 나름의 야심찬 기획이었다.

하지만 '돈'이 발목을 잡아 스타일은 초장부터 구겨졌다. 실탄부족에 허덕이는 캠프는 그날 유세차량을 납품한 업자에게 '나중에 보자'고 결제를 미뤘고 선거판에서 '나중에 보자'가 무슨 뜻인지 잘 아는 업자가 강력히 항의하며 설치를 거부한 것.

결국 '급전'을 돌려 일부 금액이 먼저 지급됐고 출정식은 예정보다 한시간 반 가량 늦게서야 열렸다. 그동안 애꿏은 지지자들은 초겨울 추위에 떨어야 했고 이 후보는 출정식에서부터 "방송차량을 준비할 돈이 없어서 이것을 해결하느라 지각 좀 했습니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昌캠프, 설비 못 빌려 출정식 늦어지기도

무소속인 이 후보는 선거법상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데다가 후원회를 조직해 돈을 모금하는 것도 금지돼 있어 심각한 '돈가뭄'을 앓고 있다. 이에 캠프 관계자들은 "무소속의 서러움이 이 정도 인줄은 몰랐다"며 "우리나라 선거법 문제 많다"고 푸념을 한다.
▲ 27일 남대문에서 출정식을 연 이회창 후보. 대금 결제 문제로 한 시간 반이 늦게서야 출정식이 열렸다. ⓒ연합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이 29일 합류 의사를 밝혔고 캠프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추가 합류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국고 보조금이 따라오지는 않는다. 이미 국고보조금이 한나라당에 지금됐기 때문이다.

물론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투표의 15% 이상을 득표할 경우 465억 9300만 원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쓴 돈을 돌려받게 되어있지만 당장 '실탄'이 문제다.

이에 이 후보 캠프 역시 상당 부분을 후보의 사재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이 후보가 지난 27일 신고한 재산은 본인과 배우자, 자녀 명의를 다 합해 43억 5000여 만 원이다. 만만찮은 재력이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인 선거비용을 감당하기는 힘든 액수다.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공공연하게 '이회창 캠프가 무슨 돈으로 뛰겠냐'면서 2002년 대선잔금 유용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회창 캠프 관계자들은 '우리 행색을 보면 그런 말이 안 나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출정식 굴욕' 외에도 다른 주요후보들보다 후보 등록이 하루 늦은 이유도 결국 선거 기탁금 5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서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국밥식사, 모텔 숙박 등 '이회창 총재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밑바닥행보에 대해서도 한 보수 인사는 "뭐 컨셉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겠지만 우리 사정이 딱 이렇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차떼기의 추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후보 캠프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주장도 많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난 마케팅도 정도껏이지 일이 안 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文캠프, 후보는 사재 털고 캠프 인사들은 빚내고

"어이구, 참…, 어쩌나."

27일 구로디지털단지 앞 사거리에서 출근인사를 마치고 연세대 앞으로 이동하던 문국현 후보 측 정범구 선대본부장은 자가용이 신호에 걸려 멈춰 설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질렀다. 주요 대로변 눈길이 가는 곳마다 걸려있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홍보용 현수막 때문이었다. 20여분을 이동하는 동안 문 후보의 현수막은 단 한 장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실무 당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결제가 늦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소속 국회의원이 한 명(김영춘 의원)뿐인 문 캠프는 정당보조금으로 2100만원을 받았다. 재산가인 문 후보가 사재를 털었지만 현수막, 유세차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비하기에도 부족했다. 지지율 정체, 단일화 압박 등 정치적 악조건에서 고투 중인 문 후보가 선거전에서는 '돈가뭄'이란 복병을 만난 셈이다.
▲ 29일 부산을 방문해 유세차 연설 중인 문국현 후보. 선거운동 개시일에는 자금이 여의치 않아 당초 계획했던 유세차량의 절반만 인수를 할 수 있었다.ⓒ연합

문 후보는 이미 지난 8월 출마선언을 하면서 창당자금으로 30억 원을 내놓았다. 이후에도 캠프의 SOS가 있을 때마다 몇 억씩을 내놓은 돈이 지금까지 5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 캠프 측의 집계다.

유한킴벌리 퇴직 당시 받은 퇴직금 42억 원을 포함한 거의 모든 현금이 차출됐고 삼성전자, POSCO 등 알짜 주식들도 매각 중이다. 보유 기한이 설정돼 있는 스톡옵션의 경우 담보삼아 대출을 받기도 했다.

선대위원장 등 캠프 관계자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했다. 김영춘 본부장을 비롯한 고위 책임자들이 1000만 원씩을 내놨고 대변인단과 실무 책임자들이 500만 원씩을 내놓는 등 재량껏 주머니를 털었다. '급전'을 마련하느라 김 본부장은 신용대출을 받았고 김갑수 대변인은 카드론을 썼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전국을 돌아다닐 유세차 80대를 인수했고 TV광고와 신문광고를 시작했다. 현수막은 수도권 번화가를 중심으로 내걸리는 중이다.

그러나 '돈가뭄'의 압박은 이제 시작이다. 각종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신문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광고는 계약조차 하지 못했고 TV찬조연설에 대한 잔금 치를 일도 까마득한 상황이다.

캠프의 한 실무자는 "TV찬조연설 20분 당 3~4억 원이 들어가는데 교섭단체 이상은 1건이 공짜"라며 "현행 정치자금법이 정치신인에게 얼마나 불리한지를 체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손 내밀 곳은 '지지자'뿐이다. 28일 저녁, 문 후보 홈페이지에는 자금부족을 알리는 김 본부장의 글이 헤드라인으로 배치됐다. 김 본부장은 이 글에서 "오늘 잔금지불에만 13억이 필요했는데 6억이 모였다"며 "스스로 고생을 사서하고 있으므로 아무도 원망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푸념이 안 생길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 대변인 역시 자유게시판에 비슷한 글을 올렸다.

김 대변인은 "글이 올라간 이후 이틀 동안 후원금이 1억 4000만 원 가량 들어왔다"며 "어렵긴 하지만 함께 정치를 하는 사람들 간의 십시일반이 문국현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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