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거부적인 태도를 취하는 정권이 나오면 북한과의 관계가 상당기간 악화될 우려가 있다."
닷새 전 "50년 후퇴정권 나오면 전쟁 날 수 있다"며 범여권의 후보단일화를 호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보수의 집권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김 전 대통령은 27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 특강 후 질의응답 시간에 이같이 말하고 "미국과 북한이 내년에 국교정상화를 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상당히 안 좋은 시대가 몇 년 계속 되면 우리는 외톨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정권이 들어설 경우 다시 한 번 '통미봉남(通美封南. 남한을 소외시키고 미국과만 소통하는 북한의 정책)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북한에 지나치게 거부적인 태도를 취하는 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발언이 이회창 후보를 겨냥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엄격한 대북 상호주의를 표방하는 이회창 후보만은 안 된다는 일종의 '네거티브 리스트'를 제시한 것이다.
더욱이 김 전 대통령은 "요즘 북한의 태도를 보면 상당한 경색이 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는데, 이는 최근 북한 관영매체들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제치고 이회창 후보에 대한 비난에 총력을 다하는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거래는 장사가 되고 북한의 지하자원을 개발하면 자원경쟁 시대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어떤 정부가 등장해도 (남북 경제협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도 남북경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성과로 불가역적인 '한반도 평화'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우리가 북한에 들어가서 지하자원을 개발하고 특히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참여하면 우리 건설·조선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며 "그런 좋은 조건을 막으면 정권 유지가 안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北, 제2의 중국·베트남 되고자 한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특강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를 언급하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일·중·러 4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는 이 나라들과 어떻게 손잡고, 어떻게 견제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주변 국제정세에 관심을 집중해야 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다루는 '외교하는 민족'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그것(외교하는 민족)은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절대적인 길이요,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필수불가결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6자회담 2.13합의를 계기로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돌아온 데 대해 언급하며 "부시 대통령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6자회담은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성공하길 원하고 있다고 설명한 김 전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그 필요성과 이해관계에 있어서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의 전도는 낙관할 근거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은 내심으로는 '제2의 중국' '제2의 베트남'이 되고자 하고 있다"라며 "공산체제는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인 개혁 개방을 해야만 살 길이 열린다고 확실히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혁 개방을 하게 되면 북한도 변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어느 정도의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북한과 공존하다가 평화적으로 통일하게 될 것이다. 공산주의를 변화시키는 길은 개혁 개방으로 유도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그는 "햇볕정책을 계승했지만 일관되게 한 것이 아니라 집권하자마자 (대북 송금) 특검을 만들고 해서 남북 화해협력에 찬물을 끼얹은 적이 있었고, 상당기간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한 뒤 "그러나 마지막으로 남북정상회담은 아주 잘 됐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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