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악수엔 서툰 '정치신인', 구로에서 '배꼽인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악수엔 서툰 '정치신인', 구로에서 '배꼽인사'

[막 오른 대선, 문국현] '권영길 유세단'과 정면대결도

27일 오전 7시 40분 지하철 2호선 구로 디지털단지역 앞 사거리, 여느 때면 갈 길 바쁜 직장인들의 구둣발 소리와 답답한 교통상황을 알리는 클락션 소리만 엇갈렸을 대로변에 이날은 트로트 자락이 엇갈려 울려 퍼졌다.

"희망의 문 열어줄 문국현과 함께, 찍어! 찍어!"
"권영길, 권영길, 나는 찍어 줄거야."

차가워진 날씨 탓에 잔뜩 움츠린 채 출근길을 재촉하던 직장인들은 그제야 '선거지'하는 표정으로 노래가 흐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가볍게 돌아갔던 고개는 곧 정면으로 돌아왔고 잠시 늦췄던 걸음에도 다시 탄력이 붙었다.
▲ 연세대 앞에서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는 문국현 후보.ⓒ뉴시스

일찌감치 전철역에서 벤처타워, 공단으로 이어지는 사거리 각 모퉁이를 차지한 창조한국단 문국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유세단은, 이처럼 냉담한 거리의 반응을 유세 열기로 데우려는 듯 목청을 다해 로고송을 따라 부르고 후보 이름을 연호했다.

'오랜 경륜의' 권 후보 측 운동원들은 준비된 율동으로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문 후보 개인 지지자들이 상당수 포함된 문 후보 측은 '훈련된' 유세대신 "진짜 경제, 문국현"을 힘차게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이 "비정규직 절반"을 외치면, 권 후보 측은 "비정규직 없는 나라"로 받아치는 등 운동원들의 구호는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선거 첫날 구로에서 벌어진 두 후보 간 유세전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공통된 지지기반을 두고 두 후보가 벌여온 경쟁양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문 후보는 "민노당은 기업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CEO 출신의 현실감각을 앞세웠고, 이에 권 후보 측은 '진보정당'의 이념적 선명성을 강조하며 서로를 경계해 왔다.

구로에선 "비정규직 절반", 신촌에선 "일자리 500만 개"

문 후보는 500만개 일자리, 중소기업 강국, 과로 없는 사회 비정규직 철폐 등 주요 공약의 모든 것이 집약돼 있는 상징이라는 판단 아래 아예 선거 첫 행보를 구로에서 시작했다.

두툼한 파카 차림으로 전철역 앞에 선 문 후보는 한 시간 여 출근길 시민들에게 허리를 숙여 '배꼽인사'를 했다. '정치신인'인 문 후보는 아직 행인들을 붙잡아 악수를 건네는 데에는 익숙하지 못한 듯 했다. 주변 운동원들이 행인들을 가로막아 악수를 청하면 도리어 "바쁘신 분들한테 그러지 말라"며 '놓아드리기도' 했다.

문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타선 "비정규직을 줄이는 일이야말로 나 문국현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비정규직법을 하루빨리 개선해서 우리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보호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 측은 전국단위의 유세를 위해 오디오와 촬영 시스템이 완비된 유세차 80대를 마련했다.

문 후보의 연설을 하는 동안에는 두 후보 측 운동원들 간 신경전이 가벼운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문 후보의 선거운동원 몇몇이 권 후보 측 유세차로 다가가 "후보가 연설을 할 동안만 유세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권 후보 측 운동원들이 이를 거부한 것. 문 후보 연설 중에 권 후보의 로고송이 나오자 흥분한 문 후보 운동원 중 한 명이 권 후보 측 유세차에 올라가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시간 여 '출근인사'를 마친 문 후보는 연세대 정문으로 이동해 '취업준비생'들의 표심에 호소했다. 문 후보는 등굣길 학생들의 손을 잡고 "실업문제 해결하겠다", "좋은 일자리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먼저 알아보고 반색을 하는 학생들도 간혹 있어 출근인사 때보다는 문 후보도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문 후보는 점심에는 회사원들이 많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유세차에 올라 연설을 하고, 오후에는 노숙자들이 많은 서울역과 종각역 등 중심가를 돌며 시민들을 상대로 '얼굴 알리기'에 주력했다.
▲ 지하철역 앞에 나란히 서 유세 대결을 펼치는 문국현, 권영길 유세단.ⓒ민중의 소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