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핵공격 대상에 북한, 이란, 리비아 같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확산하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핵무기 공격계획을 수립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핵 과학자인 한스 크리스텐슨 박사가 말했다.
크리스텐슨 박사는 미국의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미 전략사령부(STRATCOM)가 2003년 3월 발효시킨 '2003 전략핵전쟁계획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3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국의 국가 전쟁계획이 전통적으로 강대국인 러시아와 중국에 초점을 맞춰온 것과 달리 이 전쟁계획서는 '지역국가들'(Regional States)을 겨냥한 핵공격을 국가전쟁계획에 처음으로 포함시켰음을 의미한다고 크리스텐슨 박사는 말했다.
'핵태세검토보고→전략핵전쟁계획→CONPLAN 8022'로 구체화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 공격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미 국방부는 이미 2002년 1월 의회에 극비 보고한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에서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시사한 바 있다.
NPR에는 "즉각적이고, 잠재적인, 그리고 예상 밖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핵 공격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는 국가들의 사례"라며 북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가 지목되어 있었다.
NPR은 적국이 핵을 사용해 미국을 공격하지 않는 한 핵을 동원해 보복하지 않고, 비핵 국가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지 않으며, 일반 전쟁무기로서 핵의 사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소극적 안전보장'(NSA)으로서의 미국의 핵무기 운용 기본전략 개념을 바꾼 것으로 비핵 국가에 대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따라서 크리스텐슨 박사가 언급한 '2003 전략핵전쟁계획서'는 NPR의 공격 개념이 미국의 전략핵무기를 관할하고 있는 전략사령부(STARTCOM) 수준으로까지 내려가 구체화됐음을 보여준다.
STARTCOM은 이후 북한과 이란의 핵에 대한 새로운 선제공격 전략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CONPLAN(개념계획) 8022'를 2003년 11월 수립·완성시켰고 2004년 6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승인을 얻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005년 보도한 바 있다.
"북한 제외 시기상조…상황 진전되면 가능"
그러나 크리스텐슨 박사가 소개한 2003 핵전쟁계획서는 공격 대상 지역국가 이름과 이들 국가에 있는 공격 목표시설 등 구체적인 사항은 삭제된 채 공개됐다.
그러나 그는 이 계획서의 공격계획 설명에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과 리비아의 타르후나 지하핵시설, 스커드 B 단거리 미사일의 사진이 사용된 점이나, 미 국방부의 핵태세 검토보고서에서 북한 등 5개국을 지목한 점 등을 들어 '지역국가들'이 어느 나라들을 가리키는지는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계획서가 발효되던 2003년 초에는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론이 제기되던 시점이란 데에서도 공격 대상에 북한이 포함됐음을 알 수 있다.
크리스텐슨 박사는 핵 공격의 목표 시설들도 과거 계획서에 비춰,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생화학무기 저장소, 공격을 지시하는 사령부 시설 등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계획서가 발표된지 2년 후에 나온 '2005 전략핵핵전쟁계획서에는 이라크와 리비아가 빠졌으나 북한과 시리아, 이란에 대한 핵공격 계획은 유지됐기 때문에 올 7월까지는 이 계획이 유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핵공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현재 미 전략사령부가 북한에 대한 새로운 공격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며, 북한과 미국간 지금과 같은 진전이 계속된다면 북한이 미국의 핵공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고 <VOA>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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