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청소년 상담전문가 김현정씨입니다. 김현정씨는 대학에서 청소년지도학과 가정상담학을 전공하고 가족상담전문가와 청소년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 YMCA와 서울시교육청의 대안교육종합센터, 그리고 강서교육청 청소년 상담센터를 거치면서 수많은 청소년들의 진실한 친구가 되었고 현재는 가정경영연구소에서 부모와 청소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 천재교육 웹진 <드림10 : 네 고민을 말해 봐>라는 상담 코너를 진행하면서, 누구에게도 말 못한 채 끙끙 앓고만 있는 10대들의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주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올해 수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전국의 수험생들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을 것 같아요. 수능 하루 전 수험생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될까요?
김현정 : 운동이나 숙면 이런 것들은 많이들 말씀하시고 알고 계시는데요, 수능 하루 전에는 내가 시험을 잘 칠 수 있을까, 잘 봐야 되는데 못 보면 어떡하지, 실수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긴장감을 만들거든요. 오늘 하루만큼은 긴장감을 조절하는 데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왕이면, 못하면 어떡하지 불안하다 이런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거예요. 내가 최선을 다해보자, 내일 침착하게 하면 잘 나올 거야. 오늘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잖아, 이렇게 마음을 긍정적으로 먹고 대범하고 침착해야겠다고 자기에게 암시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딱 문제에 임했을 때 어떤 문제를 접하더라도 내가 대범하니까 침착하니까 잘 할 수 있어, 이렇게 응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고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문제를 빠르게 읽지만, 읽을 때 한 단어씩 빼는 약점이 있다. 그러면 내일만큼은 정독해서 잘 읽어야지, 라고 힘내서 연습을 하면서. 실제로 그렇게 하는 자기 모습을 자꾸 상상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필요가 있고요. 부모님들도, 너 내일 시험인데 일찍 자야지 이렇게 해야 된다 저렇게 해야 된다 많이 말씀 안 하시고, 그냥 그동안 공부하느라 너무 애썼다. 네가 한 것 만큼만 해, 라고마음을 풀어주시면서 침착하게 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라고 격려해 주셔서 오늘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또 긴장될 때는 기도나 이런 걸 많이 하는데, 실제로 도움이 되거든요. 그런 기도나 이런걸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박인규 : 긴장을 하지 말라는 게 가장 중요한 주문사항인데, 소심한 학생 같은 경우는 긴장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 때문에 더 긴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방법이 없나요?
김현정 : 맞습니다. 어느 정도, 긴장이 나만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수험생이 다 겪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야 되고, 특별히 내가 소심하니까 난 더 긴장돼, 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요. 소심하거나 대범하거나 이건 다 긴장된다고 생각해야 되고, 어느 정도 긴장감은 있어야 되거든요. 높은 긴장감만 좀 줄이면 되는 거고 어느 정도 긴장감은 더 실력을 발휘하는 엔진이 돼요. 그러니까 그런 것도 그냥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거죠. 그래, 지금 좀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나한테 추진력이 될 거니까 괜찮아, 하면서 격려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박인규 : 내일 수능시험이 끝나면 대부분 방송이나 학원에서 예상답 같은 게 나오잖아요. 점수를 다 알게 될 거 아닙니까. 이럴 경우, 잘 봤으면 문제가 없는데 예상보다 훨씬 못봤다. 이럴 경우에 학생들이나 부모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됩니까
김현정 : 이럴 경우에는 부모님이 먼저 가슴이 무너지시거든요. 아, 큰일 났다, 우리 애는 절망이야, 이렇게 먼저 대처하시면서 아이들에게 더 큰 두려움과 공포감을 주거든요.
박인규 : 부모가 먼저 실망감을 보이면 안 된다.
김현정 : 그렇죠. 아이들은 자기가 시험 못본 것보다도 부모가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비난하고 욕할까봐 더 두렵거든요. 그리고 그런 두려움 속에서 애들이 앞으로 한 달 간을 버티기가 더 힘들어져요. 그럴 때 차라리 그냥 부모님들 마음이 무너지시지만 어른이니까 참고 이 아이가 포기하지 않도록 계속 격려를 해주시는데요, 앞으로 면접과 구술도 있다. 그리고 변수가 되게 많으니까 이 낮은 점수로도 갈 대학이 있을 것이다. 우리 한 번 진학할 수 있는 곳들 찾아보자. 그리고 이렇게 이렇게 준비하면 될 거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셔서 한 달 동안 구술이나 면접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또 부모님이 같이 진학정보를 찾아서 가능한 대학들을 찾아서 아이를 안심시켜 주는 것도 괜찮아요. 꼭 서울대, 인서울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찾아주시면 아이들이 훨씬 더 마음이 안정되죠.
박인규 : 부모가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자녀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수능시험이 끝난다고 사실 대학입시가 끝나는 게 아니에요. 논술, 구술, 해서 굉장히 요즘은 복잡하더라고요. 그동안 물론 학생이 잘해야겠지만 학부모가 어떻게 잘 지도해야 될까요?
김현정 : 어떤 부모님들은 학교와 학생 스스로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지 마시고 부모님이 대학입시요강을 정독을 하세요. 그런데 요즘 단어가 어려워서 그 단어들을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 단어들은 찾아서 물어보시고, 입시요강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뭔가를 파악하셔야 돼요. 아이가 갖고 있는 내신성적, 수능성적, 아이의 성격이나 희망, 바라는, 하고 싶은 일을 종합하셔서 가능한 대학을 찾으셔야 돼요. 정보를 하나 알려드릴게요. 홈페이지가, univ.kcue.or.kr 한국대학교육협의회거든요. 여기 가시면 모든 대학의 입시정보를 다 얻으실 수 있어요. 그뿐 아니라 작년도 수준의경쟁률도 파악하실 수 있거든요.
박인규 : 다시 한 번 말하면 univ.kcue.or.kr
김현정 : 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인데요, 모든 입시정보를 다 얻을 수 있거든요. 그걸 통해서 분석하시는데 부모님이랑 아이랑 조율을 먼저 하시고 여기에 입시전문가랑 학원선생님들의 전문의견을 같이 들으세요. 그래서 조금 더 경쟁률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가능한 대학을 선택하시면 좋겠는데, 한 예로 재작년에 영어만 좀 잘 나오고 나머지 성적이 좀 별로인 애가 있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부지런히 서치를 하셔서 가능한 대학을 많이 찾으셨어요. 그래서 실제로 입학을 시켰거든요. 부모님이 손 놓고 있지 마시고 다양한 대학 정보를 얻으셔서 입시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저는 상당히 게으른 부모여서, 자식이 대학갈 때 어디 갔냐,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부모가 적극적으로 모든 대학정보를 알고 학교나 학원에 맡기지 말고, 그렇게 해야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김현정 : 예. 학생이 물론 하지만 학생이 다양하게 넓은 시각에서 정보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한 단계 위에 계시니까 넓은 안목으로 찾으실 수 있도록, 과탐이나 사탐이냐, 여러 가지 영역을 반영하는 율이 있잖아요. 그런 걸 비교해서 보시라는 거예요. 그러면 과목 하나만 가지고도 조금 높은 대학은 아니지만 웬만한 대학은 도전해볼 수도 있어요.
박인규 : 부모님이 수험생들보다 훨씬 더 부지런히 공부를 해야 원하는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군요.
지금 대개 수능시험 끝나면 논술 또는 구술시험을 보잖아요.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 부모님들이 역할을 할 수가 있을까요?
김현정 : 저는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은 할 수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대부분 논술은 부모님이 못 돌봐주시기 때문에 학원에 보내요. 거기에만 맡기지 마시고 신문스크랩을 해주신다거나 책을 전달해 주신다거나 아니면 요즘 뉴스나 사회분위기에 따라서 주요 시사점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만약 이런 질문이 나오면 너는 뭐라고 대답할래? 라고 아이가 스스로 한 번 정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저녁시간이나 중간에 비는 시간에 한 번 던져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논술은. 구술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나 전공 선배들을 보면 족보가 나오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이런 면접을 한다더라 이런 게 나오고. 족보를 얻지 못한다면 홈페이지에 가면 대략 전공과목은 뭐고 여기서 하는 내용은 뭐라는 게 나와요. 그런 걸 통해서 유추해서 질문을 만들어보고 엄마, 아빠가 연습을 시키는 거죠. 부모는 교수님이 되고 학생은 응시자가 돼서 당황스런 여러 번 당황스런 질문들을 접할 수 있도록 노출되도록 한 달 동안 연습을 시켜주시면 어떨까 해요.
박인규 : 수능시험이 끝나면 그동안 12년 공부한 걸 다 풀어놓은 건데 해방감이 좀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또 대입이 끝난 건 아니고. 적절하게 해방감을... 풀어주면서도 다음을 대비할 수 있도록 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요?
김현정 : 글쎄요. 아마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모님들의 구속을 받기 싫어하겠죠. 건전한 놀이문화가 중요한데 요즘 아이들은 스트레스 푼다고 무조건 술 먹고 나이트 가서 춤추고 거의 그렇게 되는데 하루나 이틀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그게 계속된다면 인생 전반에 대한 준비가 좀 힘들어지기 때문에, 부모님이 아이의 마음은 인정해주되 적절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이벤트나 문화참여에 대한 안내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하루 정도는 연극을 구경하러 간다든가, 3일 정도 지방에 여행을 갔다 오도록 배려해 주신다더나, 고등학교 지내오는 동안 해보지 못했던 취미생활 있잖아요. 볼링이라든가, 재밌는 스포츠 같은 걸 경험해보게 한다든가. 그렇게 의도적으로 한 달 정도 부모님께서 풀어는 주되 막 풀어주는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풀어줄 수 있도록
박인규 : 잠깐 풀어주고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김현정 : 그렇죠
박인규 : 설문조사를 보니까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서 하고 싶은 게 뭐냐, 아르바이트가 제일 많이 나왔어요. 이건 용돈을 좀 벌겠다는 얘긴가요?
김현정 : 그런 의미도 있고, 애들이 말하는 놀이, 그걸 하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 유흥문화. 그래서 돈이 필요할 때도 있고, 소수는 부모님의 학비를 도와주려는 아이들도 있어요. 무조건 용돈을 번다, 나쁜 의미는 아니고요
박인규 : 김현정씨 보시기에 수능 끝나고 한 달 정도밖에 안 되는데, 물론 대학까지 들어가면 3개월 되겠지만, 이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좋습니까? 안 좋습니까?
김현정 : 장단점이 있겠죠. 집안이 너무 힘들어서 내가 보탤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는 아르바이트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요, 그렇지 않고 대부분 부모님이 용돈을 많지 않지만 주시는 학생들이라면 저는 일생에서 이런 시간이 없다고 보거든요.
박인규 : 굉장한 자유공간이기도 하고
김현정 : 그렇죠. 자유롭고 뭔가 이때밖에 없는 것 같아요. 차라리 그 시간에 버느라 마음고생하고, 많지도 않은 돈으로 힘들게 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시간에 투자했으면 좋겠어요. 한 달 배낭여행을 갔다 와도 좋고, 물론 구술이나 면접이나 관련돼서 쉽진 않죠. 그런 식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것들, 아니면 친구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다지는 것. 인생에서 내가 미래를 준비할 때 어떤 걸 한 번 해봐야 될까 하는 다양한 경험 속에서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들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어요.
박인규 : 저는 한 30여 년 전인데 친구들 5명하고 2주일 동안 전국을 다녀왔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김현정 : 좋죠.
박인규 : 이번에 책을 내셨어요. '사춘기가 인생을 결정한다'
청소년기가 중요한 것 같은데 우리는 사춘기 하면 보통 고등학교 때 쯤, 빠르면 중학생.. 그런데 요즘은 빨라졌다고 해요.
김현정 : 초등학교 5학년 4학년 이렇게 내려가죠?
박인규 : 왜 그러죠? 주변에 자극이 많아서 그런가요?
김현정 : 우선 영양학적으로 굉장히 발전한 거고요, 사춘기라는 것 자체가 제2차 성징이 나타나고 성인으로 바뀌는 과정이잖아요. 영양학적으로 많이 빨라지기 때문에 사춘기가 빨라지는 것도 있고. 또 정보가 너무 빨라요. 그래서 예전에 고등학교 때 했던 일들을 지금은 초등학생들이 다 하거든요.
박인규 : 미팅도 하고 그러나요
김현정 : 그럼요. 남자 여자친구 사귀고, 때론 스킨십도 초등학교에서 많이 일어나요.
박인규 : 인간관계를 굉장히 빨리 배우는군요.
김현정 : 예. 그런 인간관계 정보나 이런 게 빨라지고 또 사회가 빠름을 요구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빠름을 요구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적으로 빨라지는 건 되게 당황스러워하세요. 그런데 저희 전문가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사춘기가 빨라지는 게 그다지 예전에 있었던 문제나 별 차이는 아니거든요. 부모님 보시기에는 너무 빨라진 게 당황스럽지만 사춘기 자체를 겪고 있는 학생들 입장에선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에요.
박인규 : 연령이 좀 당겨졌을 뿐, 유형, 양상은 거의 같다.
김현정 : 예. 어차피 그 시기는 반드시 지나가야 되는 거고 거치는 시기지만 그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에 어려운 건 아니거든요. 다만 어떤 애는 4학년에 사춘기를 겪고 어떤 애는 중학교 때 겪고 개인마다 다르죠.
박인규 : 많은 청소년들을 상담하셨을 테니까, 딱 찝어서는 어렵겠지만 가장 큰 고민이 뭔가요?
김현정 : 그런 질문을 받으면 제일 어렵긴 해요. 조금 그래도 고민해 본다면 학생들의 고민은 딱 네 가지 요인에서 좌우되거든요. 학업, 진로, 이성친구, 그냥 친구에서 크게 달라지는데요, 이게 복잡해져요. 예를 들면 집안에 엄마, 아빠가 늘 자기 때문에 싸워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공부가 잘 안 되는데 공부가 안 되다 보니 자기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그러다 보니까 답답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친구관계도 잘 못 맺어서 짜증나고. 어떤 한 문제만 발생되는 게 아니라 복합적으로.
박인규 : 엮이는군요.
김현정 : 굳이 최근의 많은 문제가 뭐냐고 말씀하신다면, 따돌림, 폭력,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인한 학업부진, 이런 것들이 더 많은 내용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인규 : 외모에 대한 고민은 그렇게 크게 없나요? 연예인들에 대한 선망이 많아서 있을 것 같은데
김현정 : 많죠. 그런데 외모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시기고 또 이성에 호감을 갖잖아요. 이성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건 본능적인 거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외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또 심리적으로는 내가 내세울 게 없어요. 공부나 특별한 장기나 이런 게 없기 때문에 내세울 수 있는 건 외모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자신감이 없고 위축되고 열등감이 많고 그러면 외모에 더 집중하게 돼요. 그럴 때 부모님께서, 쟤는 허구헌 날 공부도 안 하고 얼굴에만 신경쓴다고 하지 마시고, 네가 참 인정받고 싶구나, 나름대로 튀려고 애쓰는구나. 친구들 사이에서 그렇게 해야만 인기가 있겠지, 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외모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부모님이 적절히 지도해 주시면서 절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그것도 괜찮은 자기 스타일이 될 것 같아요.
박인규 : 너무 안 된다, 이런 것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반면에 자녀가 아주 착실하고 공부도 잘 하고 그러면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애는 공부 잘 해, 안심도 하고 자랑하시는데 실제로 그런 애들도 고민이 많다고 해요.
김현정 : 그럼요.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처럼 유달리 특이하게 사춘기를 보내지 않았다, 안심하시는데요 실제로는 내면에 많은 혼란이 있어요. 그 과정 자체가 혼란시기고 가치관을 정립하는 시기기 때문에 말하지는 않지만 내면에 많은 어려움들이 있거든요. 그런 애들이 더 위험해요. 나중에 더 폭발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그 아이들의 얼굴표정이라든가 말하지 않는 뒷마음에는 어떤 감정이 있을까 부모님들이 알아봐 주시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걔한테 넌 왜 말을 안 하니, 말 좀 해라라고 말하시기보다는, 그럼 안 하거든요. 차라리 부모님이 먼저 너 이런 부분이 힘드니? 너 힘들었구나, 라고 먼저 읽어주시면 아이들이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하죠. 그런 걸 대화를 통해서 아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무슨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박인규 : 저 개인적인 경험이라면 저는 애들이 대학 간 다음에서야 문제가 있었구나라는 걸 느꼈는데, 요즘 아버님 같은 경우에는 회사일도 많고 술도 드셔야 되고 늦게 오셔서 자녀들과 얘기하기가 힘든 것 같은데, 실제로 우리나라 가정에서 부모 자식 간의 대화가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으세요?
김현정 : 잘 안 되죠. 그게 바쁨의 차이기도 하고 부모님이 갖고 있는 눈들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박인규 : 눈이라는 건 자기 눈으로 본다는 건가요?
김현정 : 그렇죠. 그래서 주로 부모님이 하시는 대화를 잘 살펴보시면 뭐뭐 해라, 뭐뭐 하지 마라가 다에요. 한 번이라도 아이가 너 그래서 그랬구나, 넌 어떻게 생각하니? 이렇게 얘기 안 하시거든요. 그래서 그 대화의 단절이 청소년 시기에만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전부터 있어왔던 것들이에요. 그런데 사춘기에 더 폭발하죠.
박인규 : 그렇다면 어머니나 아버지의 역할은 딴것보다도 얘기를 많이 들어주는 게 중요하겠군요.
김현정 : 맞아요. 얘기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하고 원칙을 굳이 따지자면 부모님들은 3, 2, 1로 말씀하시거든요. 세 번 잔소리하고 두 번 강요하고 이렇게 얘기하시는데 그러지 마시고, 1, 2, 3으로 얘기하셨으면 좋겠어요.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 쳐주고. 아하, 응, 그렇게 추임새 넣어주면서, 이렇게 추임새 반응만 적절히 넣어줘도 애들이 저절로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 건 잘 안 하시고 잔소리를 많이 하시죠.
박인규 : 저도 되돌아보니까 초등학생 때까지는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중고등학교 들어간 이후로 잘 대화가 안 되더라고요. 그건 어떻게 보면 자녀 쪽에서도 마음의 문을 닫는 경우도 있는 거 아닌가요?
김현정 : 시기적으로 두 세대가 맞물리는 세대에요. 사춘기는 독립을 해야 하는 시기거든요. 왜냐면 어른으로 가야 되는 과정이잖아요.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발달과정 자체가 독립이에요. 그런데 독립하는 시기에 맞서서 부모님들은 당황스럽잖아요. 왜, 기존의 권위와 질서가 무너지잖아요. 그러니까 자기가 이제껏 해왔던 권위와 질서를 한 번에 무너뜨리느냐, 아니면 아이가 정복하도록 놔두느냐라는 교묘한 싸움이 두 세대 간에 아주 치열해지는 거예요.
박인규 : 점점 커나가는 자녀를 인정해야 되는데 자꾸만 뭐 해, 이렇게 하고 싶단 말이죠.
김현정 : 네. 그래서 과거의 패턴부터 눌려왔다가 사춘기에 그게 폭발하는 거죠. 사춘기 때만 생긴 게 아니에요.
박인규 : 1, 2, 3?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죠.
김현정 :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추임새나 맞장구를 쳐주라고요.
박인규 : 어떤 부모님들은, 그럼 내가 애들한테 아양을 떨란 얘기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많이 듣는 게 중요하겠군요.
김현정 : 애교도 필요하죠. 경우에 따라서는.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중에.. 요즘 청소년들 고민 중에 왕따, 따돌림. 실제로 친구 사이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많이 있는 모양이죠?
김현정 : 많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굳이 들라고 하면 예전에는 형제들이 많았잖아요? 그리고 부모님들이 적절하게 늘 돌봐주시는 상황에서 크는데 요즘엔 맞벌이부부로 바쁘고 집에도 형제가 없어요. 놀이문화가 많이 줄어들고 학원문화가 많이 발전돼서, 부모님들도 시간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무조건 학원 보내고 또 입시 위주의 분위기 때문에 애들이 건전하게 놀고 그 노는 관계 속에서 친구 사귀는 걸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외롭게 지내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왕따를 시키는 애들이나 폭력을 시키는 애들이나, 그 폭력과 왕따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요 정서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거든요.
박인규 : 아, 당하는 애나, 가하는 애나
김현정 : 그렇죠. 둘 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둘 다 집안 환경이나 여러 가지 스트레스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공부나 미래가 불투명해요. 자기가 자기를 보는 눈이 부정적이에요. 그래서 왕따나 폭력을 시키는 애들은 혼자서는 안 하잖아요.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라도 가해를 하고 싶은 거고 또 왕따를 당하는 애들도 자신을 지킬 수 없어서 당하는 거예요. 더 중요한 건 요즘 매스미디어도 폭력적이고 그런 것도 있지만, 집안에서 폭력을 행하세요. 때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애를 무시하고 약속한 거 만날 어기고, 부모님이 돈만 벌어다 주면 되는 것처럼, 정서적인 사랑이나 이런 걸 안 심어주시거든요. 단 한 번도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야, 내가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라는 느낌을 가정에서 안 주신다는 데 문제가 있어요.
박인규 : 어떻게 보면, 보고 배우고 대접받은 대로 똑같이 한다.
김현정 : 이제 그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부모님께서 좀 더 집에서 아이를 존중해주고 약속한 건 지킬 수 있고 아이라고 함부로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예의를 갖춰서 대하시고, 또 혼낼 건 혼내지만 또 보듬을 건 보듬으시는 것들. 칭찬과 격려를 통해서 세워주는 것들이 미리부터 있다면 이런 폭력이 많이 줄어들거든요. 가해자나 피해자가 둘 다 똑같은 양상이에요 마음의 양상은. 그런데 당하는 애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지지가 필요해요. 그런데 대부분 이런 경우 혼나면 왕따당했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너는 바보같이 만날 맞고 다니냐, 그러면 걔는 더 바보가 되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도와주셔야지요.
박인규 : 또 하나 아까말씀하신 중에 사춘기가 굉장히 빨라진다. 사춘기가 사실 이성에 대한 관심에 눈뜰 땐데, 부모님께서는 이성친구를 사귀면 학업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되게 말리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또 일방적으로 말린다고 될 것도 아니고. 자녀들의 이성친구를 부모가 어떻게 잘 관리해야 될까요?
김현정 : 어떤 부모는 계속 문자 보내고 24시간 감시하는 부모님도 계세요. 저한테 상담을 온 학생이 정말 미치겠대요. 제가 보기엔 그 부모님이 너무 지나치신 것 같고. 사실 막말로 부모님이 애들을 감시한다고 해도 감시도 안 돼요.
박인규 : 부모님도 사실은 사춘기 때 그랬을 텐데
김현정 : 맞아요. 빠져나가려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가 있거든요. 차라리 그것보다는 이성친구를 사귐으로 인해서 더 장점이 많아요. 예를 들면 사회관계에 대해서 미리 배울 수 있다든가 이성친구로 인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에 대해 문제해결능력도 또 달라지거든요. 그리고 자심감을 갖는 것도 달라져요. 왜냐면 내가 인기가 있고 인정받았다는 것 때문에 굉장히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 차원에서 이성친구는 건전하고 좋은 것이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무조건 막지 마시고 양성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하셨으면 좋겠어요.
박인규 : 공개적으로, 집에 데리고 와라라든가
김현정 : 네. 그렇죠.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한번 만나보자. 그 여자친구는 이런 점이 좋은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걔는 이런 점이 있더라, 서로 이런 얘기를 하면서 오늘 어디서 뭘 했는지 무슨 데이트를 했는지, 어떻게 사귈 것인지에 대해서 건전하게 얘기하면서 지도하시면 훨씬 더 감시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대입전략도 그렇고 자녀도 그렇고 부모들이 굉장히 부지런해야겠군요. 관심을 많이 갖고
김현정 : 요즘 세상이 빠르니까. 애들이 난다고 하면 나는 더 높이 날아야 되고 애들이 달린다고 하면 난 더 높이 뛰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박인규 : 김현정씨 얘기를 쭉 듣고 나니까 저는 부모로서는 완전히 낙제점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김현정 : 모든 부모님이 바쁘시니까
박인규 : 어쨌든 일단은 내일 수능시험을 보는 날이고, 전국의 수험생들이 잘 봐야 할 텐데, 마지막으로 수능 보는 학생들, 부모님들한테 조언이랄까요?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간단하게 해주시죠.
김현정 : 우리가 신은 아니잖아요? 부모님은 항상 우리 아이가 잘했으면. 최고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게 나쁘지는 않아요. 문제는 그것 때문에 아이들이 신이 되기를 원하시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신이 아니다, 아이들도 실수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아이들 자체가 먼저 잘 하고 싶거든요. 겉으로는 잘 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여서 형편없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속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없는 건 아니에요. 정말 성공하고 싶고 잘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게 안 돼요. 더 답답하고 미쳐요. 그런 답답하고 미치는 마음을 부모님이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너는 그것밖에 안 되니, 허구헌날 놀더니 그거 봐라, 잘됐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그래, 애썼다, 너도 한계가 있었겠지. 다음에 잘 하든가, 우리 이렇게 방법을 찾아보자. 이렇게 하시면서 완벽이 아닌 인간의 기준, 그리고 청소년이 완전 어른이 아니잖아요. 아직은 아이거든요. 어른과 아이의 중간적인 역할에서 넓은 울타리를 치고 믿어주는 것. 언제나 네 뒤에는 내가 있어, 라는 부모님의 태도를 유지해 주신다면 아이들이 훨씬 더 힘을 내서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자녀들에게 완벽한 걸 기대하기보다는 자녀들을 믿고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게 앞으로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현정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청소년 상담가 김현정씨를 초대해 수능 전과 후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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