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1993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이 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미협회 주최 '한미 친선의 밤' 행사에서 한반도의 역사적 비극에 미국의 책임이 일부 있음을 인정해 눈길을 모았다.
이날 '한미우호상'을 수상한 그레그 이사장은 수락사를 통해 "1973~1975년 중앙정보국(CIA) 직원으로 한국 근무를 하는 동안 처음으로 1950년 이전 미국이 한국에서 한 역할을 알게 됐다"며 운을 뗐다.
그는 "(한국근무 때) 미국 선교사들의 훌륭한 일들에 대해서도 알게 됐지만 미군 함정 셔먼호의 불행했던 평양 항해(셔먼호 사건), 1871년 미 함대에 의한 한강하구 한국 요새 파괴, 1905년 카쓰라-테프트 협약, 1945년 미국에 의한 부주의한(heedless) 한반도 분할 등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어 "나는 뒤늦게 이들 행위의 함의를 알게 되면서 일본의 한국 점령에 길을 열어준 카쓰라-테프트 협약, 한국전쟁으로 연결된 1945년 남북 분단 등 한반도의 비극적인 일들에 미국이 최소한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생각으로 나는 주한 미 대사가 되길 강력히 희망했고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의 내 일을 열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대사 시절 나는 광주를 네차례 방문했고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장 자격으로 평양을 네차례 방문했다"고 소개한 뒤 "두 곳에서 미국에 대한 강한 적개심에 직면하면서 두 곳 방문을 마음 속으로 매우 강하게 연결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우리가 '한(恨)'의 감정을 일으켰던 일들에 대해 진지한 토의를 시작하자마자 '한'의 감정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목도했다"면서 "광주와 평양에서 나는 매번 갈 때마다 이전보다 더 따뜻한 환영을 받은 데 대해 놀랐다"고 회고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끝으로 "6자회담의 진전, 개성공단의 발전, 남북 정상회담 등은 비극적 냉전에 의한 분단이 마침내 종식될 수 있다는 긍정적 표시"라며 "나는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영하며 이는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지난 10년간 각종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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