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을 탈당,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출마 직전까지 '읍소조'로 일관했던 한나라당이 공세모드로 돌아섰다. 한나라당은 '전면전'을 선포하고 이 전 총재와 한나라당의 '분리'를 알리는 데 조직을 총 동원할 태세다. 반면,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선거 막판 반전을 노리는 범여권은 '이회창-이명박 동색(同色)론'을 펼치며 싸잡아 부패 후보로 몰아세웠다.
강재섭 대표, 내일 '이회창 규탄' 기자회견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의 기자회견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응 방침을 논의하는 등 긴밀하게 움직였다.
강재섭 대표는 "이혼을 하자고 할 때도 하루 전 쯤에 만나는데 이런 식으로 탈당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정치의 도의가 아니다"며 "이는 결국 당에 침을 뱉는 행위"고 맹비난했다.
강 대표는 "차라리 경선에 참여를 하든지, 마라톤 42.195㎞ 중 42㎞를 넘어 운동장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끼어들어 테이프를 끊겠다는 것이 아니냐"면서 "이는 새치기로 뒤통수를 치는 격"이라고 돌연한 출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당장 내일 이 전 총재의 출마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이번 주 내로 각 당원협의회(옛 지역구)별 '이 전 총재 출마 규탄대회'를 연쇄적으로 조직하고 시도당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분리'를 널리 알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내부 단속도 엄격해졌다. 나경원 대변인은 "당 밖의 인물을 돕는 사람은 해당행위자로 규정해 엄벌하기로 했다"며 "한나라당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선출된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떼기와 친인척 비리는 부패同色"
범여권은 이회창 전 총재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동시에, 이명박 후보 역시 이 전 총재와 같은 테두리에 넣어 싸잡아 비판했다.
최재천 대통합민주신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회창 씨는 아직 국민에게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지 않았다"며 "이미 심판을 했던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극단적 권력욕망은 곧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역사의 시계바늘을 차떼기 시대로 돌리는 철저한 반동"이라고도 했다.
최 대변인은 "이회창 씨의 출마는 전적으로 이명박 후보의 패덕성에서 비롯된다"며 이 전 총재의 출마를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부패와 정치력 부재에 대한 반증"이라고 이 후보에게 화살을 돌렸다.
최 대변인은 또 "오만과 독선, 정치력 부재와 의혹으로 불안한 후보인 이명박 후보를 보수층에서 버렸듯 이제 국민이 이 후보를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오지도 않은 좌파정권을 저주하며 낡은 이념의 틀에 갇힌 자기주장을 하는 이회창 씨가 보기에도 안쓰럽다"고 꼬집었다.
권 후보는 "이명박 후보는 경제를 살리겠다더니 21세기에 난데없이 박정희 식 개발독재를 내세우는가 하면, 이회창 씨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말하면서 이승만 시대의 반공 투사를 자처하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그 후보들의 논리가 참으로 괴이하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대변인 역시 "오늘 기자회견은 권력에 대한 탐욕스런 의지만 가득했지, 최소한의 도덕적 근거도 정치적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며 평가절하 했다.
문국현 후보 측은 이 전 총재와 이 후보를 '부패후보'로 규정하고 부패후보와 반부패후보 간의 전선을 공고히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장유식 대변인은 "이 전 총재의 출마로 부패수구 대 반부패 전선이 명확해졌다"며 "두 사람은 친인척 비리, 차떼기 문제에 있어 같은 류로 부패한 과거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장 대변인은 "다만 이 전 총재의 '이명박 후보는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는 언급에는 동의한다"며 "이는 이명박 후보가 불안하다는 한나라당내 인식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제와 이회창은 질적으로 달라"
민주당은 '제 2의 이인제'란 용어에 강한 불만을 피력하기도 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한나라당에서 이 전 총재에 대해 '제2의 이인제'라는 말을 쓰는데 총재를 지내고 대통령 후보를 2번이나 한 사람을 제대로 간수 못하는 주제에 남의 후보를 끌어다 비판한다"고 항변했다.
유 대변인은 "이인제 후보는 당시 당 후보로 뽑힌 이 전 총재의 지지가 한자리 수로 떨어진 이후 (경선 불복 후) 출마선언을 한 것이고 이 전 총재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가 나중에 떨어질 것이란 희망사항에 기대 개인적 한풀이를 하는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유 대변인은 이 전 총재의 출마 자체에 대해서도 "반공구호를 앞세워 개인적 한풀이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국중당 "昌의 출마 변에 전적으로 동의"
원내 정당 중 국민중심당만이 유일하게 이 전 총재의 출마에 "기본적으로 동감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중당 역시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았을 뿐 당장 적극적인 지지를 표하지는 않았다.
국중당 류근찬 대변인은 "이 전 총재는 출마의 변을 통해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을 종식시키고 정권을 교체하되 경제만 살리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바로잡는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며 "우리도 같은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전 총재의 출마의 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의) 헌법 개정을 포함한 과감한 정치개혁과 권력구조 개편의지를 높게 평가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류 대변인은 "우리가 제의한 연대에 대한 공식적 답변을 이 전 총재로부터 들은 적은 없다"며 "만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나달라고 매달릴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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