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를 살리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대한외과학회 기획이사인 박호철 기획이사입니다. 박호철 교수는 1952년 부산 출생으로 78년 경희대 의대를 졸업했고 88년 같은 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78년부터 83년까지 경희의료원 외과 전공의로 일했고 89년부터 경희대 의대 일반외과학교실 교수와 경희대 병원 외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희대 병원 진료부장 겸 장기이식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이식학회와 대한외과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올해가 대한외과학회 창립 60주년이라고요. 우선 축하드리고요. 보통 외과 하면 수술하는 데로 알고 있고 가장 의술의 꽃이라고 해서 엘리트들만 모인다고 알고 있는데요. 외과가 왜 의술의 꽃이라고 불리는지, 어느 정도 중요한지 간단하게 설명 좀 해주시죠.
박호철 : 요약하면 거의 생명을 다루는 과라고 얘기합니다. 우리 외과가 한국동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는데 과거에는 신경외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수술하는 과가 다 외과에 속해있었습니다. 마취과까지. 그런데 한국동란 이후로 대개 한 10년에 걸쳐 분과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경외과에서는 주로 머리, 뇌 부분을 다루게 됐고 정형외과에서는 뼈, 관절 쪽을 다루게 됐는데 그렇다고 외과의 영역이 축소된 건 아니고 거의 모든 내장기관을 다 다루는 수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타 과의 외과전문의들도 신체 전반에 걸친 환자의 매니지먼트를 잘 못하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우리 외과는 그런 걸 다 공부해야만 환자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내과의사 플러스 칼을 든 사람이다, 그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올 상반기 각 TV에서 외과의사들을 주연으로 한 의학드라마가 하면서 외과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는데 실제로 외과의 현상은 안 그렇다고 해요. 내일모레 외과 심포지엄에서 위기의 외과 구하기라는 정책심포지엄을 하신다는데 그 정도로 외과가 어려워진 겁니까?
박호철 : 그렇습니다. 어려워진 이유는 첫째외과를 힘들게 수련을 마치고나서 약 반 수 정도만 대형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고 나머지 반은 동네 외과의원으로 개업해서 환자를 봐야 되는데 그 현실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련받은 기간 동안 많은 걸 배웠지만 나가서는 거의활용 못하는 형편이거든요. 그런 문제가 많이 제기됐고 또 소위 말하는 3D과에 속합니다. 일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수련받는 과정 또한 거의 배워야 될 것은 많고 순간의 실수가 환자의 생명과 관련되기 때문에 과정도 엄격해서 그런 걸 다 감안하다 보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좀 이해타산이 빠르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말씀 들어보니 종합병원 가시는 분보다 개업의 하시는 외과의가 여러 가지 사정이 더 힘드신 모양이죠?
박호철 : 뭐 말하자면 경제적 측면에서 어렵다고 얘기들 많이 하시죠.
박인규 : 저희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외과는 가장 엘리트가 가고 군기도 엄청 세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아마 3D라는 말도 나온 모양인데 최근 언론보도를 보니까 이른바 서울의 명문의대들도 외과는 미달사태가 많다, 그래서 지방대학 학생들을 받기도 하고. 어느 정돕니까 미달사태라는 것이.
박호철 : 70%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지금 우리가 정원으로 정해 놓은 인원의 70% 정도. 최근 몇 년 동안 변화는 있지만 평균 한 70% 정도밖에 확보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조금 전 말씀드린 것처럼 수련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 하나하고 힘들게 마치고 나가서 전망이 별로 없다. 그 문제와, 또 요즘 의과대학하고 의학전문대학원이 많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오는 학생수를 보면 과반수 이상이 여 자입니다. 그래서 여자들의 신체적으로 외과를 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피하는 현상에 자원이 별로 없는 상황이죠.
박인규 : 요즘 의대생들은 그럼 주로 어떤 과를 선호합니까?
박호철 : 이제 밤에 응급환자를 안 보고 편한 과.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내과, 대개 그런 거죠.
박인규 : 박호철 교수께서는 70년대에 의대생이셨을 텐데, 그 당시에는 외과가 최고였죠? 어땠습니까 그 당시에는?
박호철 : 최상위권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인턴을 마치고과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땐 학생 때 졸업하면서 과를 정하고 들어가서 인턴을 하고 외과로 갔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 학생 때 이미 교수님들한테 지명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여서 다른 건 할 생각도 못하고 외과를 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70년대에는 일단 우수한 의학도면 외과를 가는 거다 그랬는데, 이제는 외과는 웬만하면 가지 않아야겠다.
박호철 : 이게 지금의 문제가 앞으로 한 10년 정도 지나게 되면 대학에서 수련의들을 잘 지도할 만한 훌륭한 교수요원들을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런 문제도 상당히 심각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지금 외과를 지망하는 의학도들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실제로 국민건강과 관련해서 어떤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습니까?
박호철 : 이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대도시에는 환자 분들이 큰 어려움 없이 수술도 받을 수 있고 하지만 중소도시나 농촌 지방으로 가게 되면 응급수술을 해야 되는 환자들이 제시간에 수술을 못 받고 아주 많이 고생하거나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죠.
박인규 : 그 말씀은 지금 이미 지방 중소도시 이하로는 외과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박호철 : 네, 그렇습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지금 이게 외국도 이렇습니까?
박호철 : 외국은 대형병원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개인진료오피스를 가지고 오는 환자를 봐서 필요하면 지역의 개방형 병원이라고 해서 거기다 자기가 입원시켜서 직접 수술도 하고 환자를 퇴원 때까지 잘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돼 있죠. 우리는 아직 그런 제도가 정착이 안 됐고 지금 시범사업으로 몇 년 전부터 하고는 있는데 여러 가지 제도적 뒷받침이 안 돼서 지금 아마 답보상태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예를 들면 지방에 있는 개업외과의가 수술을 하려고 해도 시설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도 있겠네요.
박호철 : 10여 년 전에는 개인의원들이 입원실을 갖추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입니다. 지금 우리 수가가. 지금 인건비도 올라가고, 의원 임대료 그런 것,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그래서 의원급에서 특히 외과수술은 의원급에서 입원실이 없어진 지 10여 년 됐습니다.
박인규 : 7일에 '위기의 외과 구하기'라는 정책심포지엄을 하시는데요, 그 자리에서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할 거 아닙니까? 미리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죠.
박호철 : 그래서 지금 아마 개원의사들이나 대학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일 크게 내세우는 것이 왜곡된 수가를 바로잡아 달라는 얘기가 되는데, 우리 국민들이나 시민단체에서는 의사들이 또 자기 밥그릇 챙기는구나, 그렇게 얘기하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박인규 : 왜곡된 수가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박호철 : 가령 수술을 한 네 시간... 위암수술 네댓 시간 걸리죠. 외과의사 한 네댓 명이서 그 시간 동안 수술하게 되는데 그런 수술을 했을 때보다 차라리 그냥 외래진료실에서 그 시간에 환자를 보는 게 훨씬 낫다. 수가 면에서. 예를 들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수술만 갖고 끝나는 게 아니고 수술에도 환자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많은 공을 들여야 되기 때문에 거기에 따르는 노력과 위험성이 감안이 안 돼 있는 수가거든요.
박인규 : 외과수술이 생명과 직결돼 있고 대단히 많은 사람들 큰 공을 들여서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진료행위보다 훨씬 수가가 싸다. 쉽게 말하면. 그걸 고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외과수가를 올리면 되는 거 아니에요?
박호철 : 정부에서도 의료보험수가가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몇 년 전부터 점수제로 해서 이걸 좀 표준화해보자 그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상대가치점수라고 하는데 행위에 서로 상대가 있으니까 비교해서 어떤 수술은 점수를 더 주고 어떤 건 덜 주는 식으로 조정하고 있는데, 그것이 또 의사 각 전문과목별 간에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려는... 그게 밥그릇 싸움이 되겠죠. 이해는 되는데, 전체적인 우리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를 가지고 운영하기 때문에 정해진 파이는 같은데 그 안에서 나눠가져야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태까지는 이런 위험도나 의사의 업무량이 반영이 제대로 안 돼 있다고 우리가 그렇게 판단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선진국 미국이나 영국, 영국은 제도가 다르니까... 일본 이런 데와 비교해 보면 의사의 행위부분이 미국에선 52~53% 정도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5~38% 정도 반영돼 있거든요.
박인규 : 의사의 행위라는 건 어떤 의미죠?
박호철 : 의사가 직접 행하는 걸 말합니다. 수술, 어떤 처치. 남을 시켜서 하는 건 의사행위가 아니죠.
박인규 : 그 부분이 전체 의료수가에서 53%다... 의사행위에 대한 보상이 상대적으로 많다, 미국은
박호철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신 걸 보면 외과의 수가를 올리면 되겠지만 현재 상태에선 획기적으로 올리기가 어렵다. 이것 외에 다른 대책은 없습니까? 아까 말씀하신 개방형 병원이요? 일반 중소도시에서
박호철 : 개방병원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먼저 수가조정이 있어야 됩니다. 개업한 외과의사도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매스를 잡아야 되기 때문에, 지금의 수가로는 조금 힘들지 않겠나. 개인판단은 그런데, 조금 조정하는 건 이제부터 저희들이 할 과제죠
박인규 : 거의 모든 해법이 수가조정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박호철 : 오늘 말씀드리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반드시 그건 아닌 것 같고요. 지금 우리가 의료신기술도 부단히 개발해야 되겠고 전공의들의 수련 과정이 힘들지만 그래도 끝나고 나서는 좀 내가 보람있다고 할 수 있게끔 수련과정을 좀 재편하는 노력을 또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수련과정을 재편한다는 건 기간을 단축한다는 의미인가요?
박호철 : 기초과정을 조금 단축하고, 지금 인턴제도는 큰 병원에서 다 쓰고 있는데 사실 조금 유명무실하게 됐습니다. 하는 역할이 굉장히 미미해졌고 과거에 비해서 우리가 하는 일들이 굉장히 전문화됐기 때문에 갓 의과에서 졸업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생각하기에는 인턴은 없애고 의과대학 4학년 졸업반 때 그 과정을 대신할 수 있게, 서브인턴이라고 합니다. 선진국에서 다 이미 시행하고 있죠. 그렇게 하고 외과, 흉부외과, 이런 과들에 지원이 적으니까 그쪽으로 많이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려고 지금 고심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아무리 봐도 결국 문제는 외과진료행위에 대한 수가 인상이라든가, 그런 수가 조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다른 내과라든가 다른 부분에서의 반발이라든가, 더 나아가서는 국민들이 내는 의료보험이 올라가야 된다는 문제가 있는데 실제로 의료수가 조정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입니까
박호철 : 매년 우리나라에서 의료수가가 한 5% 인상되는 것 같습니다. 5% 전후인 것 같은데, 그걸 결정할 때 보건복지부 당국과 의사단체, 시민단체, 이렇게 해서 8명인가로 알고 있는데 의사는 한 사람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너무 왜곡돼 있는 구조만 바꿔주면 그래도 좀 개선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실제 내고 계시는 보험료는 자꾸 선진국과 비교해서 죄송하지만 한 5분의 1 수준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최고의 진료를 받기 원하시지 않습니까 우리 국민들이. 거기에 괴리가 있는 거죠
박인규 : 일각에서는 약간 미래학적인 얘기지만 로봇이 발달되면 로봇들이 수술할 수 있다. 외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진단도 나오고 있는데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얘깁니까?
박호철 : 로봇수술은 군사적 필요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그래서 야전에서 군의관이 없는데 수술해야 될 때, 그런 이유로 개발됐는데 실제 우리나라 로봇수술이 보편화돼 가려고 하는데 많은 병원들이 준비하고 있고 이미 몇 개 병원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봇수술은 로봇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완전한 수련을 받은 외과의사가 직접 로봇팔을 조작해야 됩니다. 그래서 그냥 기계에다 맡겨 놓는 게 아니고. 그리고 외과 분야에서는 일부 분야만 적용되고 주로 요즘 앞으로 전망은 비뇨기과나 흉부외과 쪽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겠는가. 로봇팔이 원격지에서 의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람의 신체구조, 특히 팔과 손의 신체구조상 도달하기 어려운 부위에서 자유스럽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상당히 각광을 받고는 있는데 결국 사람이어야 됩니다.
박인규 : 그런 면도 있지만 로봇은 새로운 기기기 때문에 그걸 이용하게 되면 또 말하자면 의료원가가 올라가는 거 아닙니까?
박호철 : 그렇습니다. 지금 로봇수술은 의료보험이 해당되지 않고 가령 비뇨기과에서 많이 하는 전립선 수술이 있습니다. 그게 한 천만 원 정도 받습니다. 그래도 로봇수술이면 좋다고 해서 택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고. 국민들이 어떤 수술을 하게 되면 그냥 다짜고짜 오셔서 레이저로 해주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레이저라는 건 극히 일부 제한된 분야에서만 활용되는 기기인데 그렇게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들을 잘 계몽해야 될 것으로 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로봇이 많이 하게 되는 것이 외과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것 같고요. 어떻습니까, 이번에 위기의 외과구하기 정책심포지엄 하신 다음에 나름대로 액션플랜 같은 건 어떻게 되세요? 뭔가 행동을 하셔야 할 텐데
박호철 : 보건정책당국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되겠고. 그 다음 우리가 환자를 치료하고 나서 수가 청구를 할 때 심사평가원이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심사평가원에서 진료내용을 심사하고 그래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깎을 건 깎고, 주로 깎는 일을 하고 계시죠. 전체 그걸 지켜야 되니까, 그런 데에도 대화를 더 해야 될 것이고. 그 다음 수련의들 교육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그 다음 개원 의사들이 나가서 계속 칼을 잡고 자기가 맡고 배운 외과의사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한 번 열심히 찾아볼 생각입니다.
박인규 : 국민의 부담도 늘리지 않으면서 적절한 수가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당히 지혜를 짜내야 될 것 같네요.
박 교수께서는 의대를 78년에 졸업하셨으니까 의사로서 30년을 살아오신 셈인데 처음에 외과를 택하신 이유는, 물론 성적이 우수하셨겠습니다만.
박호철 : 제가 어릴 때, 아무한테도 하지 않은 얘긴데... 외국 드라마 중에 '닥터 게논'이라는 프로가 있었습니다. 나이 드신 분은 기억나실 겁니다. 그걸 보면서 의사가 돼야겠다. 의사가 되면 외과의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그때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요즘도 집도를 하십니까?
박호철 : 물론입니다
박인규 : 외과의사로서 보람을 느끼셨던 특별한 순간 같은 게 있으십니까?
박호철 : 비교적 간단한 수술 외에는, 우리가 말하는 좀 큰 수술을 하고 나면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집니다. 오늘도 무사히 잘 끝났구나. 그래서 제가 기독교 교인인데 반드시 수술 전에 잠깐 기도를 하고 합니다. 그래서 무사히 수술이 끝날 수 있게끔 환자가 잘 나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를 항상 하고 있고. 일하는 매 순간순간이 다 보람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저희 프로그램에서 예전에 암센터의 박재갑 원장님을 모신 적이 있는데 그 분 말씀이 우리나라 의술이 세계 랭킹 5위는 된다고 말씀하시던데, 외과의사로서 우리나라 외과수술의 실력이랄까, 수준은 어느 정도로 보세요?
박호철 : 제가 얼마 전 같은 대학의 공대 교수들한테 사석에서 얘기 들은 게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후진들을 제일 체계적으로 잘 가르치고 양성하는 데가 의과대학 아닌가, 그렇게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나 이런 걸 바꿔야 될 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아 외과의사의 수술, 수기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수기라는 건 손으로 하는, 세계 최고다.
그런데 지금 이런 식으로 자꾸만 외과를 오려는 우수한 학생들이 없다 보면 좀 앞으로 떨어지지 않을까요? 걱정이 많이 되시겠네요. 어떻게 하는 게 방법일까요 걱정이네요.
박호철 : 그래서 현재 수련하고 있는 전공의들한테도 자신감을 가지고 여러분들은 선택받은 사람이다, 환자의 생명을 당신 손에 결정하는 그런 아주 좋은 직업을 갖고 있는데 자부심 가지고 자신감 갖고 열심히 하자고 자주 얘기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우리나라에 전체적으로 의사가 몇 분이나 되십니까?
박호철 : 5만여 명 되는 걸로 알고 있고
박인규 : 그 중에 외과의사가 몇 분이나 되세요?
박호철 : 배출된 외과전문의는 5천 명 조금 더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활동하시는 분은 4천 명 조금 더 될 겁니다.
박인규 : 전문의 자격이 있으면서도 의사활동을 안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건가요?
박호철 : 나이 드신 분들은, 접은 분들이 계시고. 또 수술하는 병원에선 외과의사 일을 다 하고 있지만. 개업 의사들이... 외과를 표방하고 있는, 예전에는 어떤 어떤 외과의원 이렇게 돼 있었는데 요즘 그런 것들이 많이 없어져서, 외과를 뗍니다. 그래서 한 40%만 외과를 하고 있고 개업 의사들이. 자조 섞인 말로는 개업해서는 외과 빼고 다른 거 다 한다. 그런 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다른 성형외과나 피부과, 안과에 비해서는 외과의사가 실제로 실력, 기능이 있으시면서 안 하시는 분이 많은 편이겠네요?
박호철 :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즘 말하는 비만치료 이런 데로 눈을 돌리고 있고 그렇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외과의사로서 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사정이 안 좋기 때문에 안 하시는 분이 느는 거군요
박호철 : 네. 하는 분들도 항문 치질수술 전문, 하지정맥류 전문, 유방의 작은 종양 이 정도밖에는 사실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과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병 중 하나가 맹장염이지 않습니까? 충수염인데, 간단한 게 아니거든요. 수술시기를 놓치면 환자가 바로 사망할 수도 있는 병인데 과거에는 의원에서 입원실을 두고 할 때는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병원으로 맹장수술 받으러 가야 될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사실 맹장수술을 할 만큼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습니다. 그런 문제가 있겠죠.
박인규 : 말하자면 기초적인 수술도 이제는 동네병원에서 못하고 큰 병원에 가야 되는
박호철 :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뭔가 대책을 세우긴 세워야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정책심포지엄에서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고요, 외과를 살리기 위해서 정부나 혹시 국민에게 당부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박호철 : 외과의사들한테, 우리가 힘든 일을 하고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주요 사망원인 중 제 1위인 암이 있지 않습니까? 10대 암 중에서 7가지를 외과의사가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국민적 관심을 좀 가져 주시고, 우리 외과의 수준이 아직은 괜찮지만 앞으로도 계속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외과가 될 수 있도록 국민과 정책당국에서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인규 : 의학 분야 중 어느 하나가 안 중요하지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외과는 우리 생명에 가장 직결된 데기 때문에 진흥을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호철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대한외과학회 기획이사인 경희대 박호철 교수를 초대해 외과 기피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외과를 살리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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