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단축을 통한 대선과 총선 시기 일치 외에도 문 후보가 이날 약속한 정·부통령제, 결선투표제 도입 등은 노무현 대통령의 숙원으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도 유사한 개헌 공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보를 포기하는 일은 없다"며 '범여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한 문 후보가 단일화 대신 개헌을 매개로 한 '정책연대'를 시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가능한 지점이다.
"개헌 추진 기구에서 뜻 모아지면 임기단축"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후보로 공식 지명된 후 수락 연설에서 "정치 재창조를 통해 '권력추구형 정치'를 '가치추구형 책임 정치'로 만들겠다"며 개헌 공약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도입 등을 제안하며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 취임 직후 학계와 시민사회를 포함한 '범국민개헌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임기 내 개헌이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또 "이 기구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물론 내각제까지 다양한 정치체제가 자유롭게 논의돼야 한다"며 "국민의 뜻이 모아지면 그 결과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단순히 대통령 중임제 뿐 아니라 전방향의 개헌을 제안한 바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고 누구와도 논의할 수 있다"며 개헌 관련 논의의 여지를 넓게 열어뒀다.
그러나 '정동영, 이인제 후보 등과 연대의 매개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 쪽의 많은 분들은 신자유주의함정에 빠져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회창 향해선 "수단방법 안 가리는 권력다툼"
문 후보는 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다툼에 가치와 비전, 정책 대결이라는 선거 본래의 모습은 실종이 됐다"며 돌연한 대선 출마로 선거 막판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최근 자신이 이 전 총재를 "부패하지 않은 사람"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 '이회창-문국현 반부패 연대'가 거론되는데 대해 "재앙과 같은 운하에 반대하고 온 국민이 비난하는 부패한 후보에 반대하는 것은 좋지만그렇다고 해서 나머지가 같냐고 하면 전혀 아니다"라며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전 총재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그날 이야기는 오죽하면 이 전 총재가 나오겠느냐는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정말 이 후보는 이 전 총재처럼 한나라당에서 같이 하던 사람으로부터까지 버림받은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 한 얘기"라고 답했다.
문 후보는 "부패는 사회의 적이고 약자의 적이고 국가경쟁력으로 적"이라며 부패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부패를 청산하지 않고는 우리는 한 발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사회지도층 특히 정치지도자의 부패는 그 나라를 근본부터 썩게 하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삼성 로비 논란에 대해서도 "법치가 분명히 적용돼야 한다"며 "조그만 감정도 집어넣지 말고 기업과 사람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또 "총수와 그 주변에서 기생하고 있는 잘못된 경제인들을 엄벌해야 한다"며 "이번에 예외를 둔다면 국민은 더 이상 검찰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지지자들 '연두색 깃발'로 응원
이날 행사에는 창조한국당 당원 외에도 문 후보의 개인 팬클럽인 '문함대' 회원 등 문 후보 개인 지자들이 대거 참석해 2200석 규모의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문 후보의 '상징색'인 연두색 티셔츠와 머플러를 갖춰 입은 이들은 문 후보가 입장하자 자리에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문국현"을 연호했고, 연설 중간 중간에도 준비해 온 깃발을 흔들며 문 후보를 응원했다.
문 후보는 지난 달 30일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후보자로 추천이 된 후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실시된 당원, 창단발기인 및 일반국민 대상 찬반투표를 통해 후보로 결정됐다. 전재경 최고위원은 "투표 참여자 9452명 중 8884명(94.9%)의 찬성으로 문 후보가 창조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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