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신문협회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한 명은 선거 부패의 핵심적 인물이고 한 분은 경제 부패의 상징적 인물 아니냐"고 이회창 전 총재와 이명박 후보를 싸잡아 비난하며 "과거 세력 대 미래 세력이 선명한 대결 구도가 좀 더 부각됐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고 낙관적 전망을 피력했다.
그는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따른 득실은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았으나 12월 대선의 시대정신이 낡은 과거 세력과 미래세력의 대결로 규정된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이 전 총재가 자신의 지지율을 앞선데 대해서는 "정당 정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발전했다면 이런 현상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회창 후보도 이제 출마선언하고 검증의 무대로 올랐을 때의 지지도가 진짜 지지도가 될 것이다. 지켜보라"고 '이회창 거품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이제 정동영 대 이명박의 구도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마당에 돌출요인이 생긴 셈이지만 변동요인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나의 비전을 호소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성 때리기' 드라이브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난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던 정 후보는 이날 "이번 대선에서도 기업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차떼기로 갖다 줄 개연성은 없는 것이냐"며 삼성 쪽에도 견제구를 던졌다.
정 후보는 이날 토론회 모두발언에서부터 삼성 비자금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쌍용양회의 비자금 조성 의혹, 유명 대학의 부정 편입학 의혹 등을 거론한 직후였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차떼기사건에서 제공된 800억 원 가운데 340억인가를 삼성이 제공하지 않았느냐"며 "2002년의 추악한 기억 이후에도 손을 씻지 못하고 2004년 총선 이후에도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오죽하면 발 벗고 나섰겠느냐. 검찰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며 "우리 사회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투명성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더 깨끗해져야 하고 정치도 선진국 기준으로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요타나 GE가 비자금이나 차떼기에 연루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우리 경제나 대기업에 대한 기대만큼 이제 비자금 등으로부터 구조적이고 근본적으로 척결하고 벗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몰아붙였다.
"급조한 문국현당 정당발전에 도움될지 의문"
정 후보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의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후보등록일인 오는 25일까지 후보 개인 간의 단일화가 아닌 지지세력 전체를 묶는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 후보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동지를 널리 구하고 의견이 다르더라도 공존한다'는 '구동존이'라는 말처럼 작은 차이가 있더라도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연일 자신을 '구태정치인'으로 비판하고 있는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는 "문국현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고 비판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며 "나는 지난 12년간 낡은 정치와 대결해 정치와 선거를 깨끗하게 해온 행동주의자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문 후보의 연정 제안에 대해 "연정보다는 통합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통합 노력을 우선하겠다"고 거리를 뒀다. 이어 그는 "문 후보가 당을 만든 것은 옳은 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원내 의석 없는 정당을 급조해서 정당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 후보가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해서도 '부패하지 않은 분'이라고 언급한데 대해 "1000억에 가까운 돈을 차떼기로 조달한데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보를 어떻게 부패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느냐"며 "국민들은 아직 용서하지 않았다. 누가 면죄부를 주는가"라고 강경하게 비판했다.
한편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깬 데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데 대해 "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데다 국정을 잘 마무리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거리를 두면서 "3기 민주정부의 성공을 통해 참여정부의 정당성과 역사적인 역할을 제대로 자리매김 시켜보고 싶다. 이 점이 사과 여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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