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은 31일 "정부가 고유가 추세를 6개월 전부터 예측할 수 있었는데 대응이 너무 늦다"며 "휘발유와 경유의 탄력세율을 30%까지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유류세 인하 등 유가 경감 대책을 촉구했다.
신당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불이 넘는 고유가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 가운데 동절기를 준비해야 하는 중산층, 서민 가계의 부담이 만만치 않게 늘어나 걱정"이라며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지시해서야 서민 대책 이야기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은 추석 전 현재 kg당 40원인 프로판 가스와 LPG의 특소세를 전면 폐지하고와 농촌 지역에서 연료로 많이 쓰이는 등유 특소세를 리터당 181원에서 60원으로 인하하는 유가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며 "올 국회에서 해결할 예정이니 정부가 먼저 탄력세율을 미리 적용해주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는 "농업용 면세유도 부작용을 우려해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다시 점검해서 충분히 공급하라"고 덧붙이면서 "경유사 간 불공정 경쟁으로 유통 마진이 너무 커져 결국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된 측면이 있다. 타이트하게 관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동영 선대위의 최재천 대변인 역시 "정부는 시급히 고유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유류세 인하를 종용했다. 그는"정부는 하루빨리 고유가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며 "우리는 유류세 20% 감면 공약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DI "대증요법 적절치 않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유가 상승이 서민생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국무회의 직전 "국회가 여론을 수렴 중이고 세입 관련 예산 부수 법안들을 처리할테니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특히 유류세 탄력세율 한시적 인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지난번 국회에서 말했는데 거기에 해답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지난 17일 열린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유가가 올라갔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사례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면서 "여야가 합의하면 검토해볼 수는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31일 유류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 힘을 실었다. 이날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 유류세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어제 노 대통령의 지시도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라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유류세 인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정택 KDI 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유류세 인하라는 대증요법이 적합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앞으로 기름값이 내려갈 것 같으면 탄력세를 도입할 수 있지만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세금을 내려 소비를 조장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사실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낮다"며 "정공법으로 에너지 절약형 투자에 세제 상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해외자원개발을 한다거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대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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