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명의 도용 사건을 지시한 정인훈 종로구의원의 아들 박 모 씨 등 대학생 3명이 정동영 후보 캠프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5일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과에 따르면 박 씨와 친구 2명은 명의도용이 이뤄진 8월 23~24일을 전후해 서울 여의도의 정동영 캠프 선거사무실에서 컴퓨터 엑셀 작업을 돕는 등 2~3차례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구의원인 정 씨는 정동영 캠프 관계자 최 모 씨로부터 아르바이트생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명의도용에 관여한 대학생 3명을 캠프에 소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최 씨를 불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 조사에서 정 씨는 8월 중순 경 신당의 종로지구당 당원협의회 간부 김 모 씨로부터 옛 열린우리당 당원의 인적사항이 적힌 서류 800여 장을 건네받았다고 진술했으며, 박 씨 등은 8월 23일 정 후보 캠프 사무실 앞에서 정 씨를 만나 숭인동 PC방으로 간 뒤 명단을 넘겨받아 선거인단 등록 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 등 3명이 정 후보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사실이 노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에 정동영 캠프가 조직적으로 연루됐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물증은 아니다. 그러나 정 씨와 박 씨 등이 캠프 사무실과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명의도용 사건과 캠프는 무관하다고 부인했던 정 후보 측은 궁지에 내몰리게 됐다.
특히 당 지도부의 경선일정 재개 방침과 정동영 후보의 경선일정 복귀 선언으로 정상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흐름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뒤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이날 중 정인훈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예정이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동영 캠프 조직적 관여 증거"
당장 손학규 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은 경찰 발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사람의 명의 도용이 정동영 캠프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증거로서 정 후보는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더 이상 이 사건의 진실을 호도하지 말고 국민 앞에 진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 대변인은 또한 "당은 추가적 불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해찬 후보 측 김형주 대변인도 "정 후보 진영이 대통령 명의 도용 의혹에 매우 깊숙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경찰은 정 후보를 포함한 정 후보 캠프의 주요 관계자에 대한 전면적이고도 즉각적인 수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정 후보는 지금까지 이 사건을 열성 지지자 한 명의 과잉 충성으로 빚어진 실수라고 얘기했지만 오늘 경찰 발표로 정 후보 측이 이 불법부정선거에 관여했음이 속속들이 밝혀졌다"며 "그간 오히려 의혹을 제기하는 쪽을 향해 '해당행위'라고 말했던 부분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경찰이 정 씨에게 명의 도용 자료를 넘겨준 당사자로 지목한 종로지구당 위원장 김 모 씨에 대해서도 "정 씨와 김 씨는 정 후보의 양대 조직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과 '평화경제포럼'에서 열심히 활동한 분들"이라며 "정 후보의 열성 조직이 불법 선거에 관여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정 후보는 불법콜센터 도용, 크레딧 뱅크 사건, 불법명의도용 등 현재 불법부정선거로 지목되는 사건 관련자 모두를 '원 샷 출두'시켜서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며 "경찰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자료 소각 가능성에 대비해 정 후보 캠프에 대한 전면적인 수색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측 맞고발
이런 가운데 정동영 후보 측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면서도 강공모드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손, 이 캠프가 자기들의 조그마한 티끌이라도 발견되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 측 노웅래 대변인은 이날 "손 후보 측이 경기 군포지역 한 호텔에서 대리서명을 위해 동원한 동원한 36명에게 일당 5만원 씩을 지급하며 손 후보에 대한 지지와 투표를 요청했다"고 맞불 폭로전을 벌였다.
노 대변인은 또한 "광주지역에선 2명의 시의원 사무실에서 손 후보를 홍보하는 불법 전화홍보를 진행했다"며 두 사건을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처럼 캠프 간 물고 물리는 고발전으로 인해 신당의 경선은 사실상 경찰 수사 결과에 달린 분위기다. 특히 내주 중 경선 일정이 예정대로 재개된다고 해도 경선 불복 움직임 등 심각한 후폭풍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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