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측 "편향적 결정 수용 못해"
정동영 후보 측은 소위 '원샷 경선'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당직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33명은 '정동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일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당 국민경선위원회가 14일 '원샷경선'을 공식화한 데 대해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파행의 극치", "정당민주주의의 파괴" 등 경선일정 변경 결정을 일컫는 이들의 표현에는 강한 거부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들은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태의 원인은 국민경선위원회 및 지도부가 당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패배한 후보들의 생떼에 끌려 다닌 것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며 손학규·이해찬 후보와 지도부를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 객관적, 중립적인 경선관리를 기대할 수 없다"며 "공정성을 상실하고 특정 후보 측에 부화뇌동해 온 일부 당직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김현미 대변인은 "실명을 밝히진 않겠지만 국민경선을 여기까지 끌고 오면서 특정후보의 입장만 대변해 온 당직자가 있다"며 "특정 후보에 편향된 지도부가 내린 결정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원샷 경선'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소집된 선대위 회의는 적잖이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편파적인 지도부에 끌려 다니기만 해서야 되겠냐"는 문제의식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1등을 달리는 후보가 판을 깰 수도 없는 상황이라 막상 정 후보 측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적어 보인다. 김 대변인이 "'원샷경선'을 전제로 짜인 일정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한 만큼 당장 5일 경기 연설회 등에 불참할 수야 있겠지만, 며칠 안에는 레이스로 복귀하지 않겠냐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인 것이다.
대신 다른 후보들의 조직·동원 선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장군멍군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대변인은 "손 후보 측의 금품살포 의혹과 이 후보의 불법 무단서명을 통한 대리접수 의혹 등에 대한 중앙당의 조사를 정식으로 요구할 것이며 당이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孫측, '경선 복귀' 유예하며 지도부 압박
손 후보 측은 경선 일정이 연기된 자체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선거 복귀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정 후보 측의 불법선거 의혹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조사 계획을 요구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것이다.
손 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은 "경선 일정의 연기는 불법·부정 선거의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당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및 수사 의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은 경선 과정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방지 조치를 취해줘야 모든 경선 일정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번에 복귀하면 앞으로 '경선 불복' 외에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판을 흔들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참에 선거 복귀를 며칠 유예하더라도 받아낼 수 있는 것을 모두 받아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에 손 후보 측이 요구하는 것은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다. 요컨대, 선거인단 전수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불법선거가 의심되는 지역을 몇 곳을 지정해서라도 실제 명의도용, 대리접수 사례를 적발하고 선거인단에서 제외하겠다는 계획과 그에 대한 일정을 확정해야 선거에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우 대변인은 "하물며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도용한 정인훈 씨가 대리접수한 선거인단도 현재 그대로 선거인단에 남아 있는 상태 아니냐"며 "정 씨가 정동영 후보 선대위 조직 총괄 책임자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제보도 있는데 그 점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도부는 정 후보의 후보직 박탈까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李 "이대로 경선 치르면 결과는 위법"
이해찬 후보 측 역시 손 후보 측과 유사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당생활 20년 간 여러 선거를 수없이 치러봤지만 이번 경선은 내가 본 선거 중에서 가장 무법하고 무도한 선거, 타락한 선거는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 선거는 굉장히 잘못된 선거인단을 기반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위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경선 후유증이 굉장히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14일 동시선거 방침은 받아들이겠지만 잘못된 선거인단을 배제하지 않는 선거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이제라도 본인이 확인되는 선거인단을 가지고 선거를 해야 합법적인 선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선거인단 전수조사까지는 아니어도 무더기 접수된 사례나 문제가 되는 지역의 선거인단을 조사해 불법으로 동원된 선거인단을 배제시키는 등의 조치를 지도부에 요구했다.
김형주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 등을 거론하며 "88올림픽 때 100미터 경주에서 1등을 한 벤 존슨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자격이 박탁됐듯이 반칙왕 정동영 선수의 자격도 박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 '곤혹'…중진들에 'SOS'
논란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자 오충일 대표 등 신당 지도부는 중진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원샷 경선'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어내는데 주력했다.
이에 김덕규 의원은 "노적가리가 불타는데 튀밥을 주워먹겠다는 자세가 있어서는 안 된다. 노적가리가 불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도부가 힘과 원칙을 가지고 풀어가야지 후보들의 요구를 일일이 들어서 일을 하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의원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고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며 "중진들도 함께 지도부를 지원하고 단합해서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유재건 의원도 "지도부의 결정을 적극 지지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 길밖에 없다"고 말했고, 장영달 의원도 "정해진 일정을 변경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중진들도 지도부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경선 룰 변경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상태이고 후보 진영의 줄다리기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없어 지도부의 중심잡기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매우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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