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이윤엽 씨는 민중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목판화가다. 지난 10여 년 동안 거대 자본에 맞서는 민중의 분투를 쉼 없이 판화에 담았다. 2009년 발표한 용산 참사를 상징하는 판화 <용산 여기 사람 있다>와 <연꽃 든 사람>이 대표적이다.
이 씨는 당시 이 판화들을 각각 300점씩 한정 판매해 용산 참사 유가족 투쟁기금에 보탰다. 이를 보며, 미술평론가 김종길 씨는 "예술노동의 품삯을 싹 빼버린 작품가 3만 원에 기증했다. 그러나 (이 씨가 투쟁 기금을 모으는 데) 마음이 타고 시간이 급했다"고 전했다.
▲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이 맨드라미가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곳에서 편히 쉬길 바라며 만든 작품 <맨드라미 꽃밭에서>(2010·종이에 목판) ⓒ이윤엽 |
▲ <민주경찰>(2007·종이에 목판), 용산 참사 현장 한가운데서 그들과 함께했던 판화가 이윤엽의 블랙코미디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경찰차 옆면의 "보다 신속하게 국민 여러분께 달려가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용역이 부르면 보다 신속하게 달려가겠습니다"로 비꼬아놓았다. ⓒ이윤엽 |
이 외에도 판화가 이윤엽 씨는 2006년 경기도 평택 대추리 주민이 미군기지 건설에 밀려 처절하게 이주해야 했던 현실을 판화에 담았다. 2005년부터 약 5년을 끈 기륭전자 복직 투쟁, 이명박 정권의 불도저식 4대강 추진 반대 투쟁,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 등도 형상화해 작품으로 선보였다.
특히 2010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올랐던 타워크레인에 걸린 그의 판화를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 고공에서 휘날리던 걸개 <해고는 살인이다>는 희망버스를 탔던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 <공권력과 맞짱뜨는 사람>(2006·종이목판) ⓒ이윤엽 |
▲ <송죽골사람>(2005·종이에 목판) ⓒ이윤엽 |
이처럼 판화가 이윤엽의 작품은 허위와 가식으로 포장된 껍데기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 민중이 살아가는 현실과 그들의 고통, 용기, 환희 등을 세상에 오롯이 내보이는 것이야말로, 그가 추구하는 진짜 예술이다.
이에 지난 16일 구본주 예술상 심사회의는 "판화가 이윤엽은 구본주 예술상이 추구하는 자유와 평등, 노동, 평화, 인권, 생명 등 진보적 가치를 보여줬다"고 평하며 그를 제 2회 구본주 예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또 심사회의는 이윤엽 판화가를 "우리 시대 예술 행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예술가"라 칭했으며, 그의 작품을 "건강한 사회를 향한 희망의 풍향계"라고 평했다.
□ 조각가 구본주와 구본주 예술상 구본주 예술상은 리얼리즘 정신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성을 폭로하는 데 주력했던 조각가 구본주를 기리고, 그의 예술적 성취를 미래세대와 공유하고자 지난해 만들어졌다. 1967년 포천에서 태어난 조각가 구본주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3년까지 현실 비판적 예술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팍팍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의 작품에 모티브가 됐다. 노동자, 농민을 물론 대도시 샐러리맨의 삶에도 주목하며, 사회 문제를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데 열정을 쏟았다. 그러다 지난 2003년 불의의 사고로 37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당시 구 작가 유족들과 삼성화재의 법적 공방은 삼성화재가 '예술가'를 직업으로 인정하는 계기가 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성화재는 유족에게 구 작가의 직업을 '도시 일용노임'에 준해 배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이에 유족은 예술가의 경력과 수입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발해 논란이 일었다. 이를 다룬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는 방영 보류 4개월이 지나 지난 2005년 12월 17일 한국방송(KBS)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열린 채널>을 통해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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