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지난달 한국 측과 대면협상에서 '제 3의' 인질 석방 조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석방된 인질이 기자회견을 통해 탈레반을 비난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과 인근 지역에 있는 한국인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탈레반 대변인 격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측과 합의한 인질 전원석방 조건으로 그간 공개된 두 가지 외에 다른 여러 조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간 양 측은 ▲연내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 전원 철수 ▲기독교 선교단체 아프가니스탄 입국 금지 등 두 가지 만이 인질 석방 조건의 전부라고 대외에 수차례 확인했었다.
탈레반의 일방적인 주장이긴 하지만 이 두 가지 조건 외에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물밑 합의'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첫 발언이다.
한국인 인질 석방을 둘러싸고 공식화된 이들 두 조건은 6주간의 인질 억류와 인질 2명 살해를 감안할 때 무게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해석이 분분했고 돈 거래, 라마단 특사 등 다른 제 3의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수없이 제기됐었다.
아마디는 그러나 "다른 여러 약속 가운데엔 언론에서 주장했던 현금 거래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들 (제 3의) 약속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한국 측과 굳게 협의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 피랍 일행이 지난 12일 단체로 기자회견을 한 사실과 내용을 대체로 알고 있다며 "탈레반이 인질을 때리고 개종을 강요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처음 여성 인질 2명(김경자ㆍ김지나 씨)을 풀어 줬을 때는 남은 인질이 있었기 때문에 '탈레반이 잘 대해줬다'며 침묵하다가 다 석방되니까 가혹한 대접을 받았다고 말을 바꿔 탈레반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그러나 우리는 그들(인질)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그들이 말을 바꾼 것은 미국 정부가 그렇게 하라고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인 납치 전 독일 여성 2명과 프랑스 여성 1명을 납치했는 데 그들은 석방된 뒤 탈레반이 잘 대해줬다고 한결같이 증언했고 독일인 여성 1명은 귀국해 무슬림으로 개종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한국처럼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말을 바꾸거나 탈레반을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디는 "한국인 인질의 그러한 태도 변화와 탈레반에 대한 비난은 아프간과 이 지역(서아시아ㆍ중앙아시아)에 있는 한국인에게 매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인이 무슬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누구나 종교의 자유가 있다"며 "한국 국민이 미국을 믿지 말고 한국에서 미국을 물리쳐 스스로 자립하길 바란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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