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빈(李濱) 전 주한 중국대사가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관련 정보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중국 관리들은 리 전 대사가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주한 중국대사로 활동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소식과 중국-북한 관계 등에 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누설했다고 말했다.
리 전 대사는 북한에서 유학한 뒤 서울과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수차례 근무했던 인물이다.
한국어에 능통하고 사교성이 뛰어난 그는 이례적으로 베일에 가려진 김정일 위원장과도 개인적인 친분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 전 대사는 그러나 지난해 말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됐다. 정확한 혐의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천성적으로 말이 너무 많은 성격이 화근이 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에 대한 수사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이 문제를 '중대 사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국가기밀 누설 사례로는 육군 장성이 대만의 간첩 역할을 하다 적발된 지난 1994년 이래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리 전 대사의 범죄가 처음 알려진 것은 한국 언론들이 그가 한국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려준 혐의로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던 지난 2월이었다.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에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은 그가 베이징에 있다고 보도했지만 중국 언론은 보도통제로 인해 관련 뉴스를 거의 전하지 않았다.
수사 관계자들은 리 전 대사가 공개한 내용에 중국과 북한의 외교관계는 물론 본인이 김 위원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도 포함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리 전 대사가 김 위원장의 중국 체류 당시 수행과 통역을 맡는 등 지근거리에 있었던 만큼 그가 흘린 정보들은 시사성이 있는 것이었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2005년 8월 귀임한 이후 북핵 특사로 활동하면서 6자회담에도 관여했던 리 전 대사는 남한과 미국 관리들에게도 많은 정보를 흘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들은 밝혔다.
그러나 리 전 대사가 미국 관리들과 '거래'를 했는지와 그가 한국측에 제공한 정보가 미 정보당국에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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