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축구해설가 신문선씨입니다. 신문선 씨는 1958년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81년 연세대 체육학과를 졸업했고 2003년 세종대학교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79년부터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뛰었고 83년 프로축구 출범 당시 유공의 창단멤버로 85년까지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1986년 한국방송사상 최연소 해설위원으로 방송계에 데뷔해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부터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5회 연속 축구해설을 맡았고.. 현재 여러 언론사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이사, 한국올림픽위원회 위원 KOC), 대한축구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 축구연구소 책임연구원이자 이번 학기부터 명지대학교 기록정보대학원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작년인가요? 독일 월드컵 때 해설하시던 모습을 뵈었고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못 뵈었는데 교수가 되셨네요...
신문선 : 외도를 하다가 이제 제 인생의 목표대로 제 길을 찾아갔죠. 85년에 제가 현역에서 은퇴했거든요. 그때 28살 한창 나이였는데요, 축구선수들이 살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게 몇 번 있는데, 우리가 인생 살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이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부모님이 사망했을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잖아요. 축구선수는 입었던 유니폼을 벗을 때, 우리가 은퇴라고 표현하는데요, 은퇴할 때가 가장 선수로서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의 시기인데요. 저는 28살에 공부를 하겠다고 벗었는데 방송으로 20년 동안 외도하다가 이제 제 길로 가는...
박인규 : 기록정보대학원, 하니까 스포츠와 무슨 관련이 있나 싶기도 하고, 어떤 걸 가르치십니까?
신문선 : 프로츠기록정보라는 건 대단히 중요하죠. 스포츠기록이라는 것은, KBS 중계할 때 보면 명지대학교 기록정보학과에서 데이터를 제공하죠. 그런데 이 데이터라는 기록은 경기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록이긴 하지만 스포츠에서는 기록의 의미가 대단합니다. 예를 들어 베를린 올림픽 때 히틀러가 나치즘을 설파하기 위해서 올림픽을 그 당시 개최했고요. 그 당시 최초로 중계방송이 시작됐거든요. 스포츠 중계방송이요. 그럼 그 당시 히틀러가 나치즘을 설파하고 최초의 중계방송을 했을 때의 장비는 무슨 장비를 썼는지, 히틀러는 어떤, 예를 들어 개막식 연설을 했는지 이런 게 다 기록 아니겠어요. 이런 기록들이 보존되고, 또 사료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이런 것이 바로 기록정보라는 의미로 저는 해석하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지금 대학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축구에서, 야구나 농구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한국 스포츠에... 손기정 옹이,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그 당시 올림픽에서 거뒀던 성적과 더불어 역사적, 사료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 지금 잘 보존돼 있지 않은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그리고 후대에 박물관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그런 연구영역이 바로 기록정보대학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선수로 인생의 전반전, 축구해설가로 후반전 뛰시고 연장전에 돌입하셨는데 해설하실 때하고... 강의 좀 해보셨을 텐데 느낌이 똑같습니까? 다릅니까?
신문선 : 아주 흥분돼요. 대학으로 가니까 우선, 흔히 요즘에 생활인들이 가장 관심있는 것이 인컴 아니에요. 방송수입의 10분의 1, 8분의 1 정도 수입인데 저는 너무나 즐겁고 발걸음이 가벼워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은퇴하고 방송이라는 생활은 외도의 길로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제가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유니폼을 벗던 그 고민과 갈등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서 야, 이제 내 꿈을 이뤘구나, 내가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고, 또 방송생활하면서도 학교 현장의 끈을 놓지 않았거든요. 연세대학교에서도 오랫동안 강의했었고 수원대학교, 남서울대학교, 용인대학교 이런 데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학생들을 늘 가르쳤는데 이번엔 제대로 가서 학생들과 체육에 대한 학문적인 고민, 그리고 한국 체육의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고 한국 축구가 갖고 있는 고민, 이런 것을 데이터와 대입해서 정말로 고민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자 학교로 갔기 때문에, 저는 자연 흥분되고 기대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교수생활을 하신다면, 앞으로 축구해설을 안 하신다는 뜻입니까?
신문선 : 오늘 제가 이쪽에 뛰어들어오는데, 주차요원도 묻더라구요. 방송에서 보고 싶은데 왜 안 나오세요? 어제도 이천에 행사 때문에 갔는데, 이천 시민들이 사인해달라고 하시면서 모두 방송에서 보고 싶다고들 얘기하시거든요. 저는 방송은 신나서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이크 앞에 섰을 때 저는 시청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이 필요한데 지금은 저는 지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20년 동안 축구해설을 했지만 한국 축구의 그릇된 문화병, 거기에 편승해서 제가 갖고 있는 축구에 대한 철학과 축구에 대한 생각들을 올바로 바르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저는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현장에서 저와 씨름하고 싶은 욕심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좀 쉬고 싶다, 그리고 충전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지쳤다는 표현을 쓰셨고, 자신의 소신을 펼 수 없다면 방송해설을 뭣하러 하느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작년에 방송해설을 그만 두시게 된 과정이 본의하고는 무관하게 독일 월드컵에서 스위스전인가요 오프사이드냐 아니냐, 신 교수는 아직도 그 소신은 변함없으신 거죠?
신문선 : 그건 소신이 아니고 이미 밝혀진 겁니다. 그것은, 축구는 이미 만국공통어죠. 우리만 하는 게 아니고 아프리카, 유럽, 남미, 모든 나라가 축구를 하죠. 더군다나 지금처럼 방송이 발달돼 있고요, 월드컵 중계 때는 카메라가 스무 대 이상 투입돼서 다양한 각도에서 카메라가 잡아내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거짓말 하지 못해요. 한국이 두 번째 실점했던 것은 명백히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이호 선수 발을 맞고 굴절됐을 때는 백패스로 인정됐고, 이호 선수 쪽으로 볼이 갈 때는 프라이 선수에게 향하는 패스의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룰에 적용받을 수 없다는 것이 모든 축구 전문가나 그렇지 않으면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 갖고 있는 분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미디어들, 그리고 잘못된 애국심에 기댄 축구의 소비자들, 잘못된 소비자들, 이것은 제가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문화병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결과에 목을 매고 잘못되면 심판을 매도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이런 잘못된 문화 속에서, 해설자 입장에서 축구의 룰이 있는데 그 룰에 입각해서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얘기해야 되는 전문가적인 양심을 갖고 소신을 피력한 것을 공격하고 뭇매를 때린다면 그것은 저는 제가 볼 땐 같은 축구의 문화 속에서 어떻게 보면 축구를 논하기에는 지쳤다고 저는 생각하는 거죠.
박인규 : 많은 축구팬들은 우리 축구팀이 올림픽에도 나가고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고 있거든요. 지난 일요일 새벽에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이 마찰라 감독, 한국 킬러라고 유명하신 분인데 1대 0으로 이겼어요. 보셨죠?
신문선 : 그럼요. 새벽에 하긴 했어도 전문가 입장에서는 봐야 되겠죠.
박인규 : 전문가 입장에서 만족스러우셨습니까?
신문선 : 원정경기의 어려움이 있었죠. 40도가 넘는 무더위, 그리고 중동에 제가 많이 가봤는데 거기서 뛴다는 건 일반인들은 상상 못할 정도로 심장에 강한 부담을 주게 되거든요. 받게 되는데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서 선수나 감독에게 저는 아주 축하를 보내고 싶고요. 그렇지만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한 골 넣고 나서 후반전에서 몇 차례 실점을 할 수 있었던 위기가 있었던 거죠. 자, 우리 축구가 언제부터 바레인을 1대 0으로 이기고 경기가 좋았다고 얘길 하는가도 저는 다른 시각에서 봐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박인규 : 이겼긴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신문선 : 그럼요. 바레인은 사실 한국의 가장 상대하기 좋은 약체 중동국가로 꼽는데 어느 결인가 국내 축구팬들이나 미디어나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한국 축구가 결국 슬럼프에 빠져 있고 옆걸음을 하다 보니까 바레인을 1대 0으로 이긴, 물론 원정경기의 의미는 있습니다만 1대 0으로 이긴 것 자체도 너무 과도하게 칭찬하는 건 저는 경계하거든요.
박인규 : 전반적으로 전력이 약화된 것 같다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그 책임은 박성화 감독 책임입니까?
신문선 : 저는 박성화 감독 책임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기업으로 보면 R&D 비용 투자에 인색했어요. 그동안 꽃만 땄던, 꽃만 보기를 즐겨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한국 축구는 일본과 비교하면 선수의 수, 클럽의 수, 등록된 팀의 수가 40분의 1에 불과해요. 이런 시장 사이즈 속에서 한국 축구가 세계화를 이룬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거죠. 이제 한국 축구는 정말로 대오각성해야 됩니다. 지면 심판판정 탓으로 돌리고 감독 탓으로 돌리는 문화부터 고쳐야겠고, 두 번째는 한국 축구가 10년 뒤, 20년 뒤에는 어떻게 가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됩니다. 그리고 비전을 가져야 돼요.
그리고 그 비전과 청사진 속에서 행정을 잘못하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되고 축구 소비자라 할 수 있는 시청자들, 팬들, 그리고 전문가인 저를 포함해서 생산자 집단들은 그 짜여진 로드맵과 비전과 청사진 속에서 잘못했을 땐 그 문제가 무엇에서부터 기인됐는지, 그리고 한국 축구가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곳에 투자해야 되고 또 어떤 교육프로그램이나 훈련프로그램을 갖고 교육에 대해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그런 적절한 대책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거죠. 또 한 가지 지적하죠. 한국 축구 소비자들은 늘 관심있는 것은 몇 가지로 집약되는데 그 중심에는 대표팀 감독 누가 하느냐에 있어요. 외국 감독이냐 국내 감독이냐 얘기하는데 지금 이 문제는 한국 축구가 갖고 있는 심각한 위기의 단 하나의 현상일 뿐인데 그 현상에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을 집중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진행시키고 있는데요
박인규 : 지금 말씀은 감독을 누가 하느냐가 문제의 본질이 될 수 없다. 그 문제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일단 아무래도 팬들이 올림픽에 관심이 있어서, 14일에 시리아전이 있고 일단 본선에 나갔으면 하는 팬들의 바람이 많은데, 쭉 보시면서... 단기적인 처방이긴 합니다만 우리 올림픽팀이 본선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이런 처방이 필요하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신다면?
신문선 : 선수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죠. 지금 한국 축구가 그동안,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 실패했던 요인, 그리고 우리가 좌절했던 이유를 곱씹어보면 지혜가 생깁니다. 그 당시 대표팀 감독 선임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가, 선수 선발은 정당하게 이뤄졌는가, 훈련은 제대로 했는가, 그리고 전지훈련은 제대로 치렀는가, 이런 걸 보면 그 결과는 과정의 결실이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이 부실했거든요. 그것에 대해서 축구 전문가들이 꼬집으면 그 꼬집는 사람에 대해서 엄청난 탄압을 하는 것이 축구계의 현실이거든요. 지금 박성화 감독도 괴롭죠. 부산팀 감독으로 간 지 불과 며칠 만에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어요. 그러다 보니 일부 축구 소비자들인 팬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리고 한 경기, 한 경기 결과에 따라서 박성화 감독 스스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지금 이 환경적인 요인에 처해 있거든요. 그리고 대표선수 선발하는데도 지금 프로구단들과 적극적인 협조와 협력이 이뤄져야 되는데 축구협회와 연맹, 축구협회와 프로 구단들의 관계는 정말 그런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도 잘 봐야 된다는 거죠. 이런 관계가 잘 정리돼야만 감독은 편안하게 선수들을 선발하고 훈련할 수 있거든요. 대표선수 선발하면 늘 프로구단과 갈등을 빚습니다. 또 대표선수 선발팀을 구성하게 되면 감독은 미디어와 긴장관계를 갖습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중에, 지금부터의 준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씀하셨고, 그 중에 대표적인 게 선수 선발과정에서 프로구단과 협회와의 갈등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런 갈등이 왜 생기는 겁니까?
신문선 : 우리는 축구를요, 한국 축구문화병, 아까 크게, 넓게 얘기하면 심판 판정이나 결과에만 집중한다고 했는데, 그 문화병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런 겁니다. 대표팀이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생각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FC코리아만 존재한다는 거예요. 이 문제는 빨리 소비자인 팬들,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 축구는 건강할 수 없어요. 저는 한국 축구가 정말 중병에 걸렸다고 보거든요. 축구라는 건 대표팀만 하는 게 아니고, 프로구단들이 팀을 갖고 있는데요, 프로 구단은 기업들 아닙니까? 기업은 생산성과 이익을 제고하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83년 슈퍼리그가 시작된 이래 한국 프로축구 구단들은 극심한 적자에서 지금 누적적자가 점점 커지고 있고, 그런 가운데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자산 중 중요한 자산인 대표선수를 늘 대표팀이 차출당하고 뺏기다 보니 프로 구단들은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작년에 박주영 선수 문제로 축구계가 논란 속에 있을 때 제가 대표선수 차출규정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어요. 국제축구연맹 규정은 어떤 것이 있는가. 일본과 브라질과 영국은 대표선수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 봤더니 피파 규정에 따라요. 선수를 갖고 있는 구단이 손실을 입어서는 절대 안 되고, 월드컵은 몇 일, 그리고 아시안게임은 예를 들어 몇 일, 이렇게 규정이 정해져 있거든요. 그 속에서 대표팀은 운영돼야 됩니다.
박인규 : 그 말씀은 우리나라에선 그런 규정을 잘 못지켜왔다. 프로 구단이 손해를 봤다.
신문선 : 그러다 보니 갈등이 있는데, 이것은 비생산적인 갈등이거든요. 제도를 정립하고 일시적으로 훈련기간이 짧더라도 그로 인해서 대표팀 경기력이 떨어지더라도 10년 뒤 20년 뒤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본다면, 기업이 건강해져야 되고 기업이 투자를 해야 되고 기업이 좋은 선수를 육성해야만 한국 축구가 건강해지거든요. 그런데 지금 한국 축구가 중병에 걸렸는데도 계속 감기주사를 놓고 아스피린을 놓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한국 축구가 안 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바로 박성화 감독을 대표팀이 지금 병들어 있는 한국 축구의 한 현상 중에 거기다 갖다 놓고 박성화 감독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바라는 이 그릇된 한국 축구의 문화병 속에서는 한국 축구가 절대 건강해질 수 없다는 겁니다.
박인규 : 감독이 누가 되느냐 가지고는 큰 문제,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훨씬 넓은 데 있다. 40년 동안 축구를 해오신 분인데 우리나라 축구를 보시는 눈이 굉장히 위기라고 보시는 것 같아요 2002년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이 4강에 들면서, 우리나라 축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고, 아직도 많은 축구팬들은 우리 축구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올해 큰 경기가 두 개 있지 않았습니까? 19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특히 17세 이하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는데 둘 다 예선탈락했어요. 이게 사실 청소년 축구라는 건 우리 축구의 미래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심각한 것 같은데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신문선 : 이 대회가 열리기 전에 축구연구소에서 전문가 집단인 지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어요. 17세 미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거둘 성적의 예상치는 어떤가. 그리고 20세 미안 세계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과연 한국 대표팀은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것인가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결과에 딱 부합되는 답을 해줬거든요.
박인규 : 그럼 축구 전문가들은 이미 예선탈락을 예상했다는 건가요?
신문선 :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한국 축구가 갖고 있는 인적 자원의 한계, 그리고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지도자들이 축구인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들. 그리고 17세 미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무려 2년 7개월 동안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축구 전문가 집단은 회의적으로 봤는가. 더군다나 홈그라운드에서 경기했거든요. 앞서 2002년 월드컵, 히딩크 감독 시절을 얘기해 주셨잖아요. 유럽 선수들이 한국과 일본에 와서 뛰는데요, 가장 크게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던 게 기후입니다. 유럽에 여름에 가면 굉장히 덥죠. 그런데 유럽은 습도가 낮아요. 그러니까 그늘 밑에 가면 시원한데 한국과 일본은 우기 때 되면 무더워서 축구선수들이 땀을 많이 배출하게 되면 경기를 제대로 할 수가 없거든요. 이렇게 홈그라운드 이점이라는 것은 결정적인 겁니다 경기력에.
박인규 : 오랜 준비와 홈그라운드 이점에도 불구하고 탈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신문선 : 왜 탈락했느냐,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청소년 축구가 세계 축구의 흐름을 제대로 꿰뚫어보질 못했다는 거죠. 두 번째는 2년 7개월 동안 나름의 훈련을 하고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었는데 그 효율성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겁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한 번 보죠. 2년 7개월 동안 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는데도 불구하고, 대표선수로 들락거린 선수의 수가 엄청나게 많았어요. 그리고 또 선수 선발하는 과정에서 일부 코칭 스탭이 선수 선발에 따른 금품수수로 인해서 큰 사회문제가 됐어요.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이 바로 17세 미만의 청소년대표팀이었거든요.
박인규 :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면서 그 분의 업적으로 이른바 연고주의를 없앴다. 순전히 실력만으로 뽑았다. 예를 들면 박지성 선수 같은 경우는 히딩크 감독 아니었으면 안 됐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하는데 그 뒤로도 이른바 연고주의 같은 게 남아있는 모양이죠?
신문선 : 그렇죠. 우리가 회전문 인사라고 하는데요, 한 언론사 기자가 썼던 표현입니다. 자신들에게 편한 지도자만 계속해서 돌려 쓴다는 축구계의 비판이 있어요.
박인규 : 자신들이 편하다는 건 축구협회 간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신문선 : 그렇죠. 그러다 보니 축구계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고, 선수 평가나, 그리고 축구인들로부터 축하받지 못하는 대표팀 감독이 돼서는 절대로 되질 않는다는 거예요. 지금 17세 미만의 축구가 이번에 실패했던 것은요, 저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봤을 때는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되는데 우리나라 언론들이 지금 침묵하고 있어요.
박인규 : 제가 사실 그 말씀을 여쭤보고 싶은데, 17세 이하, 19세 이하가 둘 다 예선탈락했단 말이죠. 이게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예전 같으면 언론들이 한국 축구의 위기다. 그리고 굉장히 냄비근성 비슷하게 막 위기론을 얘기해야 되는데, 이번에는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있다, 잘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 축구 기자들이 상당히 관대해진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어떤 현상으로 보십니까? 말하자면 침묵하고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신문선 : 지난 월드컵에서 제 사건이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보는데요, 요즘 방송도 그렇고 신문도 보면 논조가... 지면 그래도 잘했다, 그래도 희망적이다라고 얘기하는데요 저는 스포츠에서는 결코 그건 옳지 않다고 보거든요. 이번 17세 미만 청소년선수권대회 경기를 한 번 보자구요. 아까 제가 세계 축구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문제라고 얘기했죠. 피파가 17세 미안, 15세 미만의 세계축구선수권대회를 만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제축구연맹은, 결국은 축구라는 건 상업적 도구로서 수익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대륙, 이런 3대륙들의 축구실력이 급신장하지 않으면 유럽과 남미 대륙 갖고는 축구를 갖고 장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거거든요. 그 대륙별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자꾸만 어린 대회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15세 17세 대회에서 유럽과 남미는 어른 선수들이 하듯이 수비라인과 최종공격라인의 간격이 굉장히 좁혀져 있어요. 세계 축구의 21세기 트렌드는 속도와 압박이라는 화두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청소년 축구는 네 개의 라인을 가동했어요. 수비라인, 수비형 미드필더 둘, 그 앞에 미드필더라인하나. 공격라인, 그렇게 네 개의 라인으로 형성되다 보니 공수전환, 속도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압박의 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참패했던 겁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팀은 늘 수세에 놓여 있어요. 지도자가 갖고 있는 역량, 지도자가 갖고 있는 세계 축구를 꿰뚫어보는 눈, 지도자를 선임하는 축구행정가들이 한국 축구가 17세 미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때 전략적으로 몇강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에 부합되는 인물을 뽑았어야지요. 이런 과정이 잘못되다 보니 결국은 한국 축구가 게걸음을 했던 거거든요. 한 가지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야 될 필요가 있는 게 있어요.
지난번 19세 선수들은 세계대회 나가서 브라질과 대등한 관계에서 골도 넣고 잘했어요. 그 선수들은 대표팀 감독이 가르치거나 축구협회가 육성한 선수들이 아닙니다. 그 선수들은 프로구단들이 바로 드래프트 제도가 있기 전에, 프로 구단의 조광래 김호 감독 이런 분들이 클럽에서 비싼 돈 들여서 육성했던 겁니다. 프로 구단에 가서 좋은 운동장에서 좋은 영양공급을 하고 한국 최고 훈련의 프로그램을 갖고 육성시켰기 때문에 이 선수들이 20세 미만 세계대회 나가서는 그런대로 경쟁했는데 17세 미만은 드래프트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프로 구단들이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지 않았던 그 현상이 부메랑처럼 와서 때렸던 거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축구가 지금 이렇게 문제가 되고 이 선수들이 3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는 한국 축구가 월드컵 때마다 또 지면 팬들은 심판 탓하고 감독 탓하고 외국 감독이나 국내감독 이야기하면서 소주를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열정과 한국 축구에 대한 잘못된 사랑이 있다면, 이번에 졌다면 이제부터 팬들도 난리가 났어야지요. 그런데 침묵하고 있어요.
박인규 : 많은 분들이 위기라고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언론에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고.
이게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신문선 : 꼭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언론과 스포츠는 상호 보존적 관곕니다. 상호 보존적 관계. 스포츠가 상업적으로 시장에 확대되고 소비가 활성화되면 언론도 수입이 늘어나고 광고수익이 늘어납니다. 자, 스포츠가 죽고, 축구가 죽으면 언론도 수입이 줄게 되고 언론사도 결국 기업적인 시각에서 보면 위기에 처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거거든요. 축구가 잘못되면 축구협회가 올해 500억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어요. 그 수입은 축구가 갖고 있는 상업적 가치 때문에 기업이 돈을 주는 거거든요.
박인규 : 언론이 됐건 축구계 내부가 됐던 비판이나 쓴소리가 제대로 용납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풍토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이게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교수를 하시면서, 또 축구인의 한 분으로서 앞으로 축구가 그래도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런 정도의 조치랄지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으면... 너무 시간이 너무 짧아서...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신문선 :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높여야 됩니다. 한국 축구가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축구는 축구선수나 축구협회의 몫이 아니죠. 우리 국민은 모두의 문화적 콘텐츠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겁니다. 옛날에는 국력 하면 국방력을 갖고 평가했던 시대가 있는데 지금은 국력 하면 국가에 대한 이미지거든요. 국가에 대한 이미지는 문화가 굉장히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문화의 중심엔 스포츠가 있고 스포츠의 중심에는 한국은 축구가 있다는 거예요. 국민 여러분이 지금 소비자의 권리를 다하셔야 돼요. 축구 전문가들, 축구에 바른 얘길 하거나 바른 글을 쓰면 탄압하는 것에 정면으로 맞서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축구는 정말로 망합니다. 지금 축구 전문가들이,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에 침묵하고 팬들이 던지는 돌멩이가 무서워서 모두 인터뷰를 피해 숨고. 이래서는 한국 축구가 건강해질 수 없다는 거죠.
한국 축구는 이제 특정인의 전유물이 돼선 안 되고. 그리고 이번 17세 미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때 들어간 비용,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 철저하게 소비자들은 이 비용은 어디서 조달됐고 이것으로 얻은 효과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리고 한국 축구가 10년 뒤에는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가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 비전을, 또 정책제시를 해야 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한 번 눈을 크게 뜨고, 한국 축구를 제대로 좀 지켜보기를, 정말 심장이 터지는 그 심정으로 호소하고 싶어요. 저는 학업현장으로 갑니다. 그리고 방송은, 제가 마이크를 등지고 지금 떠났지만,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과 애정을 갖고 계속해서 한국 축국의 문제, 병에 저는 메스를 갖고 접근할 겁니다.
박인규 : 축구 소비자, 그리고 축구 전문가가 제 의견을 제대로 말해보자. 사실 신문선 교수께서는 어떻게 보면 소신있는 해설을 하시다가 본의 아니게 해설자를 떠나시게 된 건데, 신문선 교수가 해설자로 복귀하는 날이 축구계가 제자리를 잡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문선 : 승부차기 하는 날이 될 겁니다. 그러면.
박인규 : 승부차기를 한 번 기다려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신문선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선 축구해설가 신문선씨를 초대해 요즘 대두되고 있는 한국 축구의 위기론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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