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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웃고 돌아선' 이명박-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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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웃고 돌아선' 이명박-박근혜

朴 "당의 노선과 운영에 걱정이 많다"

웃으며 만나 웃으며 헤어졌으나 소득은 없었다.

7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는 경선 이후 첫 회동을 갖고 45분 간 당 운영과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동이 예정된 국회 의원회관 별실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두 인사의 만남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드러냈으나 한 번 만남으로 풀어내기엔 양측에 쌓인 갈등의 골이 너무 깊은 듯했다.

朴 측 요청으로 공개 회동

예정된 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한 이 후보는 몰려든 취재진을 둘러보며 가벼운 한숨부터 내뱉었다. 뒷짐을 지고선 "이렇게 해 놓으니 말 못하겠네"라고 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를 '긴밀히' 만나길 원했으나 박 전 대표 측에서 회동 공개를 요구했다고 한다. 비공개 회동에서 오간 말들이 진의와 다르게 나갈지도 모른다는 걱정 탓이었다.

3시 정각에 회동 장소로 도착한 박 전 대표는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손을 들어 눈을 가려야 했다. 카메라 쪽으로 몸을 돌려 이 후보와 악수를 한 차례 한 다음 "많이 오셨다"며 취재진 한 둘을 향해 눈인사를 건넸다.
▲ 경선 이후 처음 만나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8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뉴시스

자리를 마련한 강재섭 대표를 가장자리에 앉히고 나란히 앉은 이 후보와 박 전 대표는 건강과 경선 후일담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이번에는 후보께서 지지도도 높으시고 한나라당 후보가 되셨으니 여망을 꼭 이뤄서 정권을 되찾아 주시기 바란다"고 했고, 이 후보는 "박 대표님하고 나하고 둘이 힘을 합치면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명박 "朴 캠프에 유능한 사람들이 더 많더라"

이후 15분 여 간 취재진 앞에서 나눈 대화에서 이 후보는 연신 박 전 대표를 "우리 대표님"이라고 호칭하며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박 전 대표는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후보가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쇠도 끊는다"는 뜻의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란 맹자 글을 인용하며 "길을 잘 열어서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박 전 대표는 "화합해서 노력을 해야할 것"이란 원론차원의 대답을 했을 뿐이다.

강 대표가 "두 분이 손바닥을 딱 쳐서 잘 큰 소리를 내시면 내가 잘 뒷받침해서 정권창출을 하겠다"며 "두 분 손바닥 한 번 치세요"라고 권했을 때도, 박 전 대표는 웃기만 할 뿐, 손을 내밀지 않았다. 박 전 대표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던 이 후보는 머쓱한 듯 손을 접어 넣었다.

오히려 박 전 대표는 특유의 간접화법으로 경선 이후 당 운영에 불만을 토로했고 이에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의 마음을 풀기 위해 거듭 몸을 낮춰야 했다.

박 전 대표는 "당이 하나가 돼서 정권을 되찾아 와야 하는데 다른 캠프, 상대 캠프에 대해서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문제라든지, 당의 노선이나 운영 이런 것들이 기사화가 많이 됐다"며 "당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하고 그러는데 후보께서 그런 것들을 잘 알아서 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 인사들이 당직을 독식하고 있고 '당 쇄신론'으로 상대 측 인사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박 전 대표 측의 전반적인 불만이 실려 있었다.

이에 이 후보는 "나는 이제 벌써 잊어버렸다"며 "중간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서로 이해할 만한 것은 직접 얘기하고 아주 잘 하겠다"고 말했다. "혹시나 그렇게 걱정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하는데 사람중심으로 앞으로 잘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앞으로 선거에 임박해서 중요한 일들은 상의하겠다"며 "중요한 일들은 수시로 연락드리겠다"고 했을 때도, 박 전 대표는 "후보 중심으로 하시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후보는 "후보 중심으로 하더라도 그때그때 여러 가지 영향을 주는 일들은 같이 의논하도록 하겠다"며 바짝 더 다가갔다.

이 후보는 "그쪽 캠프에서 일한 사람들이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다"며 은근히 박 전 대표 측 인사를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캠프에 계신 분들 섭섭하시게"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감돌았다.

"앙금이랄 게 없다"지만…
손뼉한 번 치시죠 강 대표의 제안에 이 후보는 손바닥을 펼쳤지만 박 전 대표는 정면을 바라보며 웃기만 했다. ⓒ뉴시스

이처럼 취재진 앞에서는 '알듯 모를 듯한' 선문답만 주고받자 강재섭 대표가 "시끄러워 대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비공개를 제안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30여 분 간 진행된 비공개 대화 내용에 대해 "특별히 브리핑할 것이 없다"면서도 "이제 한나라당은 더 이상 화합문제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마무리가 됐다고 본다"고 '갈등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회의장 밖으로 나온 이 후보와 박 전 대표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감지됐다.

이 후보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일관되게 '협력'을 강조한 반면, 박 전 대표는 "추가로 된 얘기는 없다", "구체적인 얘기는 안 했다"며 양 측 간에 합의된 내용이 없음을 확인했다.

'다음에 만날 계획'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같은 당이니 앞으로 자주 만날 것"이라고 했지만 박 전 대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 후보는 국회 현관까지 박 전 대표를 배웅한 다음 "두 사람이 만나고 보니 앙금이랄 게 없었다"며 자신의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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