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이라크에서의 자국군 철수를 본격화, 주둔병력 증강에 나선 미국과 대립 조짐을 보여온 가운데 대(對) 아프가니스탄 정책에서도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7일 영국이 조지 부시 행정부의 아프간 정책과 관련, "전투는 이기고 있지만 전쟁에서는 지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미국을 겨냥함으로써 미국과 새로운 외교갈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취임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던 데이비드 밀리반드 영국 외무장관은 미국이 이라크에 계속 "병적으로 집착"함으로써 그들이 보기에 대(對) 테러 전쟁에서 실질적으로 제1전선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처하는 데 실패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아프간에서의 군사작전이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어 영국과 여러 부문에서 갈등을 초래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아프간 주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병력의 3분의 2 이상을 떠맡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국은 탈레반의 핵심 재원인 양귀비 재배를 막을 방법으로 제초제를 공중 살포하는 데 반대해 미국에 큰 좌절감을 안겨줬다.
영국군은 양귀비 재배 원천 봉쇄로 현지 아프간인을 소외시키는 것보다는 아프간 자체의 마약퇴치반을 훈련시키고 농민들이 대체 작물을 심도록 설득하는 등의 장기적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구체적 군사작전 내용을 놓고도 미국과 영국은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군은 아프간 마을에 폭탄 공격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영국은 미군의 이 같은 작전 방식이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자신들 전략의 기반을 허물고 있다고 불평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아프간 정부내 광범위한 부패 행위에 관대하고 심지어 묵인하는 것으로 비난받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미국이 지나치게 '잘 봐주고 있다'는 식으로 영국은 곱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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