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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수용은 미국의 변화를 인정하는 북한식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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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상회담 수용은 미국의 변화를 인정하는 북한식 방법"

[해외시각] 美 한반도 전문가 리언 시걸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어느 정도 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한미간의 미묘한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 미국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온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미 노틸러스연구소 기고문에서 "핵문제에 관해 김정일과 협상하는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김정일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희망을 갖고 있는지를 떠보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핵문제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걸 연구위원은 북한의 정상회담 수용에 대해 "그것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정책 반향 전환을 인정하겠다는 김정일식 표현"이라고 말해, 정상회담을 여는 것 자체가 미국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며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도 분명한 청신호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시걸은 고(故) 김일성 주석의 '화해 드라이브'가 시작됐던 1988년부터의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는 패턴이 있었다며 "북한 지도자들은 미국이 북한과 화해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한국의 대통령과 만날 준비를 했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북미관계가 잘 돼야 남북관계가 잘 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재확인 한 것이다. 시걸은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미국의 변화로 읽은 김일성 주석이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한 일, △1999년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북과 '페리 프로세스' 발표를 미국의 변화로 판단하고 1차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한 것 등을 들어 2차 정상회담 수용 역시 지난해부터 나타나는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입장에 대해 그는 "부시 대통령은 신뢰는 (북미) 상호간의 노력에 의해 쌓을 수 있다는 확신을 지금 갖고 있다"며 "적대감을 털어버리고 정치적인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년간의 점진적인 작업은 북한으로 하여금 플루토늄을 포기해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편 "2차 정상회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한국인들은 북한과의 화해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서 정상회담이 지닌 실질적인 중요성을 평가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그것은 북한의 핵 야망을 끝내고 북한의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시걸 연구위원이 8월 28일 노틸러스에 기고한 글 '남북정상회담, 좋은 뉴스는 더 좋은 뉴스를 부른다'의 전문이다.
  
  역사적 변화의 중요성 간과 말아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현 대통령이 추진해왔던 2차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6년간 성사되지 못했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일은 왜 이제야 정상회담에 합의했을까? 그것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정책 방향 전환을 인정하겠다는 김정일식 표현이다. 김정일은 부시가 북한과 화해하는 방향으로 돌아섰음을 정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끝내는 쪽으로 가는 상황에서 김정일은 남쪽으로 손을 뻗어 관계를 심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은 북한 내부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남북정상회담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노골적인 시도라고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시각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역사적인 변화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역사적 순간을 최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화해 프로세스에 새로운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그 화해는 비단 남북한의 화해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김정일이 지지부진한 북한의 경제개혁에 다시 박차를 가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면밀히 알아볼 수 있다. 김정일에게 그런 의사가 있다면 노 대통령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정일은 또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시키는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도 있다. 그것은 핵문제에 관해 김정일과 협상하는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김정일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희망을 갖고 있는지를 떠보는 간접적인 방법에 의해서가 될 것이다.
  
  88년부터 시작된 북미-남북관계의 패턴
  
  북한의 지도자들은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동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북한 지도자들은 미국이 북한과 화해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한국의 대통령과 만날 준비를 했었다. 반면 미국이 역행을 할 때면 북한은 언제라도 남북정상회담을 거부했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패턴은 북한의 오랜 적대국인 미국, 한국, 일본에 김일성이 화해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던 1988년부터 시작됐다. 김일성은 사망 직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해보라는 카터의 제안에 동의했다. 김일성에게 있어 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변화의 증거로 여겨졌다. 미국과의 화해로 가는 길에서 그는 한국의 지도자를 만날 의사가 있었던 것이다. 김일성은 또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은 많은 부분 한국과 미국의 행태로 인해 결실을 보지 못했다. 김일성이 사망한 후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 체제를 교란시킬 목적으로 후계자 김정일을 비난하는 캠페인을 시작함으로써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을 꺾었다. 그리고 1994년 10월 미 행정부가 제네바 기본합의에 서명하자마자 공화당이 미 의회를 장악했고 제네바합의를 비난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런 의회를 설득하지 못했고 "정치적·경제적 관계의 전면적인 정상화"를 골자로 하는 제네바합의에 따른 미국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이에 북한은 1998년 우라늄 농축 수단을 확보하고 노동미사일을 시험발사함으로써 응수했다.
  
  1999년 말 윌리엄 페리(당시 대북정책조정관)는 김대중 대통령의 충고에 따라 미국을 다시 한 번 북한과의 화해의 길에 들어서게 했다. 한국이 남북정상회담을 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미국은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적성국교역법에 따른 대북 제재를 끝내겠다고 북한에 약속했다. 미국과 북한은 또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공동코뮈니케를 만들었다. 이 약속은 북한의 조명록 차수가 2000년 7월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나왔다. 미국의 협력으로 김정일은 1차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열었고 답방 약속도 했다. 김정일은 또 중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차 남북정상회담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는 또 한 번 결실을 보지 못했다. 클린턴이 평양 방문에 미적거렸고, (새로 들어선)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대신 북한 체제를 바꾸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북한은 우라늄 농축 장비 획득에 박차를 가하면서 응수했다. 미국이 2002년 10월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한 북한과의 협상을 무시하고 중유 공급을 중단하면서 북한은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 북한이 8~10개의 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핵실험이 임박해지자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북한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조치를 취하는 쪽으로 협상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자 북한은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겠다는 약속을 이행했다. 그러자 부시는 클린턴이 했던 대로 외교적인 협상을 승인함으로써 후임 대통령이 자기를 따라오기 쉽게 만들었다. 이에 김정일은 중국 외교부 장관과 만나 "최근 한반도 상황이 좋아지는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부시, 신뢰 구축에 대한 확신 가져
  
  2차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반복적으로 얘기해 왔던 부시 대통령은 신뢰는 (북미) 상호간의 노력에 의해 쌓을 수 있다는 확신을 지금 갖고 있다. 그리고 적대감을 털어버리고 정치적인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년간의 점진적인 작업은 북한으로 하여금 6~9개의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포기해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평화조약에 서명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조건으로 북미 관계정상화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평화협정은 평화조약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정치적인 유용성을 가질 수 있다. 한반도에 실질적인 무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미일 3국이 서명하는 그같은 협정은 군사 당국자간 핫라인 개설, 군사 훈련 사전 통보, 군인사 교환, 혹은 상호 정찰비행을 허용하는 항공 개방 협정 등 신뢰구축의 수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협정 중 하나는 한국전쟁 휴전 후 구성된 군사정전위원회를 3국의 '평화 메커니즘'으로 바꾸는 협정이다. 평화 메커니즘은 신뢰구축 수단을 협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1996년 비무장지대를 넘은 미 정찰헬기에 북한군이 총격을 가하고, 남한을 염탐하기 위한 북한의 잠수정 남하 사건 등과 같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화 메커니즘과 기타 신뢰구축 수단에 대한 김정일의 생각을 살펴봄으로써 이 기회를 이용해 6자회담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의 생각이 협상가능한 것이라면 그 생각들은 남북미가 서명하는 일련의 평화협정들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고, 북한이 갈망해왔던 '외교적 실체 인정'의 한 형태가 될 것이다. 대신 북한으로 하여금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있는 더 진전된 조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한국인들은 북한과의 화해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서 정상회담이 지닌 실질적인 중요성을 평가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핵 야망을 끝내고 북한의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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