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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땐 누구나 미인 미남…생활습관이 얼굴 바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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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땐 누구나 미인 미남…생활습관이 얼굴 바꾸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8/23] 얼굴학 전문가 조용진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동안이나 얼짱에 대한 열풍은 물론이고 우리 나라 여대생 10명 가운데 8명이 성형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등 방학이나 휴가를 맞아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요. 20년 동안 얼굴학을 연구해온 한남대 조용진 교수가 최근 '미인'에 대한 책을 출간했습니다. 조교수는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원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미인에 대한 모든 것을 풀어놓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조용진 교수를 초대해 문화와 역사는 물론 과학적으로 분석한 한국 미인학의 내용과 우리가 추구해야 할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얼굴학 전문가 조용진 교수입니다. 조용진 교수는 홍익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가톨릭 의과대학에서 7년간 인체해부학을 연구했습니다. 일본 동경예술대학에서 미술해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서울교대 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남대 미술대학 객원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또, 조용진얼굴연구소 소장과 한국뇌학회, 일본미술해부학회 이사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얼굴, 한국인의 낯』『동양화 읽는 법』『우리 몸과 미술문화』등이 있습니다.

박인규 : 얼굴학 전문가로 알려지셨는데 미인학이라는 말이 나은 것 같은데... 사실 얼굴도 학문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 어떻게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한데 어떻게 이런 연구를 하시게 됐나요?

조용진 : 일본에도 얼굴학회라는 게 있어서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석사, 박사까지 배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관심 갖는 분들은 많은데 이걸 학문적으로 하는 분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거기에 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시작해 봤죠. 얼굴학 하면 얼굴과학, 얼굴을 과학적으로 연구한다. 그걸 바탕으로 의학과의 접점을 찾고, 공학과의 접점을 찾고, 얼굴에 관련된 문화현상을 인문학적으로 정리하고, 얼굴과학, 얼굴의학, 얼굴공학, 얼굴문화학 이 네 가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그렇게 우리나라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일본도 그렇고 미국, 유럽의 여러 나라도. 단지 미국은 심리학자들이 주도하고 있고 일본은 공학자들이 주도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박인규 : 조용진 교수님은 사실 공학자도 아니고 심리학자도 아니고 미술학도셨는데 그림을 그리시다가 어떻게 미인학을 하시게 된 건지

조용진 : 본래 제가 인물화가 전공입니다. 인물화는 동양화나 서양화에서 아주 주요한 주제이지 않습니까. 하다 보니 해부학을 공부하게 됐고 해부학을 의과대학에서 7년 동안 하다 보니까 얼굴을 좀 과학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거죠.

박인규 : 이번에 낸 책은 미인에 관한 책인데, 미인이라면 사실 미녀도 있고 미남도 있는데 이번 책은 주로 여성에 관해서 쓰셨어요. 남성에 관해서는 하실 말씀이 없으신가요?

조용진 : 미인이란 말을 만들 때는, 본래 한자에서 미인이란 말은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었고. 또 궁녀 중에 네 번째 등급에 속하는 궁녀를 미인이라고 했습니다.

박인규 : 직함인가요?

조용진 : 그렇습니다. 보통명사기도 하고 고유명사기도 합니다. 원래는 여자를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에 저도 그냥 미인이라고 했고 앞으로, 미남도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미남 책도 쓸 생각입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이번에 쓰신 책을 보니까 미인이라는 게 제 눈에 안경... 그런 말도 있지만 굉장히 주관적인 거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미인이라는 걸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물론 미스코리아, 미스유니버스 이런 게 있는데 그런 미인이 있을 서 있는 겁니까?

조용진 : 있습니다. 일단 그 사람을 봤을 때 뇌에서 쾌감이 일어나는 사람입니다. 불쾌감이 일어나면 미인의 반대가 되는 거죠. 쾌감이 일어나는 배경은, 바탕은, 우리 뇌에 다 마련돼 있습니다. 각자 보는 사람의 뇌. 얼굴은 똑같은데 어떤 분은 A여인을 더 미인이라고 보고 어떤 분은 아니 난 B가 더 미인이라고 보는 건 미인 얼굴이 바뀐 건 아니죠. 보는 사람의 눈 차이죠. 그걸 제 눈에 안경이라고 하는데 보는 사람의 눈이란 게 사실 오른쪽 뇌, 왼쪽 뇌, 뇌간. 사람이 가진 뇌의 어느 부분에서 더 감동이 많이 일어나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죠.

박인규 : 우뇌, 좌뇌, 뇌간이 느끼는 미인이 다르다. 우뇌가 느끼는 미인은 어떤 거고 좌뇌가 느끼는 미인은 어떤 거고

조용진 : 우뇌가 느끼는 미인은 시각적인 평균에 가까운 형, 자기가 늘 보던 얼굴형, 친숙감이 있는 형을 미인으로 봅니다. 왼쪽 뇌는 생각하는 뇌기 때문에 이성적이죠. 그래서 교육받은 형을 미인으로 보는 겁니다. 요즘엔 좀 서구화 된대, 그러면 서구적인 얼굴인상을 미인으로 보는 겁니다. 8등신이 미인이래... 그러면 꺽다리로 봤다가 미인으로 보게 되는 겁니다. 뇌간은 짐승뇌, 아주 원시적인 뇌니까 성적 매력이라든지 이런 것에 반응을 더 하는 거죠.

박인규 :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은 어느 쪽이 많습니까?

조용진 : 보통 사람들은 친숙감이 있는 형을 미인으로 봅니다. 그 다음 전문가 그룹은 가치에 치중해서 보게 되고

박인규 : 미인이란 것도 예를 들면 한국사람이 미인이라고 보는 것과, 중국사람이 보는 것, 일본 사람이 다른데

조용진 : 그 이유도, 중국인은 중국인들의 평균 얼굴이 머릿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오른쪽 뇌에서 반응하는 양이 달라지는 거죠.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남남북녀다. 이래서 북족에 미인이 많다고 했는데 맞는 말입니까?

조용진 : 맞는 말이죠. 북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체격도 크고 피부도 희고, 사회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키도 크고 얼굴도 흰데 그 사람들은 대개 북쪽에 더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얼굴을 좋게 본 거죠. 조선시대까지는 북쪽지방형 얼굴을 미인으로 봤기 때문에 북녀라는 말이 나왔던 겁니다.

박인규 : 그럼 그 당시에 남쪽의 남자들이 더 미남이었나요?

조용진 : 남쪽의 남자들은 눈썹이 진하고 수염이 많으니까 남성적으로 보였던 거죠. 그래서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습니다.

박인규 : 한국의 미인이라고 하더라도, 남방계, 북방계... 특정한 타입이 있다면서요.

조용진 : 그렇습니다. 얼굴은 다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용모를 만드는 유전자는 수가 적습니다. 그래서 눈썹 만드는 유전자가 4700만 가지가 있는 게 아니고, 눈썹의 진하기를 결정하는 유전자, 넓이를 결정하는 유전자, 길이를 결정하는 유전자, 이렇게 몇 개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눈썹이 진하고 치켜올라가 있으면 그런 형은 남쪽에 바닷가에 많으니까, 그런 형은 동남아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유전잡니다. 그래서 남방계형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래서 미인은 미인인데, 기분은 똑같이 쾌감은 똑같이 일어나는데 눈썹이 진한 미인이 있고눈이 흐린 미인이 있고, 또 코가 길고 좁은 미인이 있고 코가 동그랗고 짧은 미인이 있고. 또 입술도 두터운 미인도 있고 입술이 얇아도 미인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미인형을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거죠.

박인규 :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까?

조용진 : 크게 체질적으로 남방계형, 북방계형. 그 다음 북방계형 중에서도 우리에게 평균얼굴에 많이 속한 퉁구스계 미인형. 북방계 중에선 바이칼호 서쪽에서 온 알타이계 미인형, 또 우리나라에 와서 결혼해서 중간형이 생깁니다. 그런 중간형. 또 관점에 따라서, 예를 들어 며느리감으로 적당한 미인형, 아내감으로 적당한 미인형, 단지 호감도가 높은 미인형, 지적 미인형 이렇게 많이 나눌 수 있고, 많이 나눠지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할수록, 그래야 미인의 수도 많아지는 거고, 그래서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인 것을...

박인규 : 한 가지 타입만 미녀라기보다는 이런 저런 미인이 많을수록 좋은 사회다.

조용진 : 그렇죠. 그런 걸 다 용인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죠.

박인규 : 예를 들어서 대구에 가면 미인이 많다. 그런 말이 있었는데 특정 지방에 미인이 있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 ⓒ프레시안

조용진 :
대구지역은 원래 남방계가 살고 있었는데, 산지를 통해서 알타이가, 북방계가 그쪽으로 많이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둘이 결혼을 하게 돼서 남방계와 북방계가 섞여서, 북방계는 얼굴과 코가 킬고 그 대신 눈이 작습니다. 그런데 남방계의 큰 눈이 결합되는 중간형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 형은 특히 신분이 붕괴된 일제시대에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대구미인이란 말이 생겼죠. 조선시대에는 그 말이 없었고 진주미인이란 말이 있었습니다.

박인규 : 그럼 대구미인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조용진 : 일제시대, 근대화 이후 신분사회가 붕괴되고 새로운 결혼타입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이 생긴 한국형 미인형이죠.

박인규 : 우리가 보통 흔히 이른바 혼혈일수록 얼굴이 예뻐진다. 맞습니까?

조용진 : 맞습니다. 미인을 보는 눈이 우리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우리 머릿속에 평균형을 미인으로 보려는 마음이 오른쪽에 있단 말이죠. 남방계 북방계가 섞인 것이 바로 혼혈이죠. 그럼 그 형이 평균형에 가까워지는 얼굴이죠. 또 실제로 컴퓨터로 얼굴을 다 섞으면 다 미인이 됩니다.

박인규 : 그런 게 있군요.
미인이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에는 TV가 발달하면서 얼굴이 작아야 기본적으로 미인이라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요즘의 미인상은 어떻습니까?

조용진 :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되면 감정이 좀 유약해져서 남성미보다는 여성미를 좋게 보는 쪽으로 흐르게 됩니다.

박인규 : 쉽게 말해 먹고 살기 편해지면 그렇게 되는 겁니까?

조용진 : 그렇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리스 로마 때도 말기에는 여성화된 남자... 여성스러운 얼굴을 좋게 봤었고. 또 유럽에서도 로코코시대에 그런 얼굴을 좋게 봤고. 또 우리나라에서도 문화가 한창 발달했던 영·정조시대에 그렇게 됐었습니다. 그런 현상이 이제, 예를 들어 해방후 5.16혁명 이후에는 남성미를 숭상하다가, 요즘에 다시 경제성장의 여파로 보입니다만 다시 극단적으로 앳되고 여성스러운 형을 좋게 보다 보니까 얼굴이 작은 형을 좋게 보는 겁니다. 얼굴이 작다는 건 어린아이 같은 얼굴이죠.

박인규 : 저희 자랄 때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된다고 해서 심지어 가슴에 털 나기 위해서 약도 바르고. 그런데 요즘은 전부 남자들도 다리의 털도...
그것이 말하자면 우리 생활의 변화, 경제적인 변화로 인한 거군요.

조용진 : 네. 미적 가치가 변화한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되겠습니다만 기성세대가 볼 때 200명 중 한 명 정도는 남녀구별이 안 되는 용모를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갈수록 남성이 여성화 되는 거군요. 그게, 예를 들면 일본이나 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집니까?

조용진 :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도 다 마찬가집니다. 경제성장이 되고 개인의 사회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인권이라든지 취향이나 이런 걸 존중하게 되면 그렇게 변화하는 거죠.

박인규 :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건 어떻게 보느냐, 그 사회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군요. 그렇다면 나이 드신 분들이 보는 미인과 젊은 사람들이 보는 미인도 차이가 있을 수 있겠네요?

조용진 : 그렇습니다. 그 차이가 있는데, 제가 볼 때는 미도 하나의 가치기 때문에 교육을 해야 되는데 그런 미적 교육이 상당히 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책도 내보려고 생각했구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기성세대들의 미모관이 오히려 더 건전하고 좋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자면 아까 말씀하신 중에 우뇌가 보는 미인, 좌뇌가 보는 미인, 뇌간이 보는 미인, 저희들이 그렇다면 미인이라는 걸 판단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공부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게 필요한 겁니까?

▲ ⓒ프레시안

조용진 :
저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려고 했죠. 그래서 공부를 하면 보이죠 물론. 그래서 내가 지금 저 여인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 형태적인 걸까, 그 외에 다른 건가, 아니면 다른 사회적 보상을 기대하고 좋아하는 건가, 이런 걸 생각해보면 그걸 통해서 자기 마음을 읽을 수도 있겠죠.

박인규 : 이번에 책을 보니까 미인도 아내감 미인이 있고 며느리감 미인이 있고, 다르다고 하셨어요.
그런 어떤 의미인가요?

조용진 : 제가, 선정된 모델들을 50대 이상의 여성들에게 보여주고 며느리감으로서는 어떤 얼굴이 적당하냐... 5단계 평가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상위 네 명의 얼굴을 합성했더니 정말 누가 보더라도 공감이 가는, 정말 연세 드신 어른들은 이런 여자들을 좋아하겠다, 이런 인상이 나왔죠. 그럼 며느리를 맞으려고 하는 시어머니의 마음과 아내로 맞고 싶은 아들의 마음이 같냐 다르냐... 이런 걸 알아보고 싶어서. 또 혼기에 다가간 젊은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더니 얼굴이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서로 그 얼굴들을 합성해서 이번에 비교해서 제시해 봤죠. 그랬더니 역시 남자는 좀 성적 매력이 치우치고,

박인규 : 이른바 섹시하다는...

조용진 : 그렇죠. 그리고 좀 고상한 형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친숙한 형보다는 좀 이상적인 피안의 대상을 미인으로 보고 있는 거죠. 선망하는 거죠. 그런 형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겁니다. 역시 젊은 남자들은 이상을 추구하니까. 그러나 어머니들은 보다 좀 현실적이죠. 그래서 누가 보더라도 호감을 느끼고, 친숙하고 푸근하고, 그런 얼굴을 보는 거죠. 누구 말을 들어야 될까요?

박인규 : 그것도 참 문제가 좀 있을 것 같습니다.

조용진 : 서로의 눈을 이해한다는 점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어머니와 아들이 보는 미인상의 공통점을 찾는 것도 상당히 숙제가 될 수 있겠네요.
우리가 흔히 미인박명이라고 하잖아요. 얼굴이 예쁘면 속된 말로 팔자가 드세다. 맞는 말입니까?

조용진 : 예전에는 맞는 말이었죠. 결국에는 다 자기 할 탓인데, 예전에는 여자의 주도권이 거의 생활에 없었고, 남자들에 의해서, 또 몇몇 권력을 가진 남자들에 의해서 미인들의 운명이 주도되던 때였기 때문에 남자들에 의해서 인생이 휘둘리는 겁니다. 자기 의지대로 살 수 없고.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 드러난 미인들의 운명이 사실 모두 순탄하지 못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고 살아가는 시대기 때문에 그 미인박명이란 말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미인들에게, 때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고. 그래서 타의적으로 남자에 의해서 백마 탄 왕자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생각으로 살지 말고, 적극적으로 미인이라는 용모를 이용해서. 천재가 저절로 천재로 태어나는 거거든요. 재벌 2세가 저절로 재벌 2세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 것처럼 미인도 하늘로부터 받은 능력이다. 그러니까 이 능력을 최대한 자기가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이렇게 할 때가 왔다. 그 전에는 그걸 할 수 없었죠. 그렇지만 정말 수천년 할 수 없었던 것을 이제는 그럴 때가 바야흐로 막 왔으니까 한국의 미인들이여 분발하라....

박인규 : 궐기하라...
우리가 보통 미인과 목소리는 다르다. 목소리가 예쁠수록 얼굴이 안 예쁠 수도 있다. 이런 얘길 하는데 근거가 있는 애깁니까?

조용진 : 있을 수 있는 애깁니다. 그것도 근대 이후에 나온 말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북방계형이 미인이었고, 북방계형은 성대가 짧고 가늡니다. 그래서 고음의 맑은 목소리가 나기 때문에,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이건 바로 미인의 목소리를 형용하는 말이죠. 미인이 얼굴도 미인이고 목소리도 미성이었던 거죠. 그런데 해방 후부터는 남방계형이 새로운 미인으로 새롭게 등장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남방계형은 성대가 두텁고 약간 깁니다. 그리고 입천장이 깊기 때문에 목소리가 약간 어둡습니다. 그래서 성대에 탁한 소리가 많은 분들이 약간 있습니다. 눈이 큰 형을 미인으로 보는 근대에 들어와서 성대가 굵은 사람이 미인이 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는 나쁘다는 말이 나왔죠.

박인규 : 그것도 근대에 와서 나온 얘기로군요. 선진국일수록 미인이 많다. 그것도 근거가 있는 겁니까?

조용진 : 그렇습니다. 미인이라는 것은 얼굴에 있는 게 아니라 보는 눈에 있기 때문에 보는 눈이 점점 넓어집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미인상이 다양해지는 거군요.

조용진 :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요조숙녀만이 미인이었다가, 그래도 여자가 좀 활동성이 있어야지, 이렇게 해서 새로운 미인형을 편입시키는 겁니다. 또 조선시대에는 쌍꺼풀이 있으면 천상이었습니다. 아주 안 좋은, 결혼도 못하죠.

박인규 : 요즘은 막 수술하시는데

조용진 : 돈 들여서까지 하려고 하죠. 그래서 새로운, 눈 큰 형이 미인이 되는 거죠. 그래서 미인의 폭이 자꾸 넓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15년 전에 조사했을 때는 한 15% 정도 됐는데 지금은 23% 가까이 육박합니다.

박인규 : 미인이라고 본인이 느끼는 겁니까?

조용진 : 아닙니다. 미인으로 평가하는 거죠. 100명의 여인이 있으면 누가 보든지 저 정도면 미인이라고 보는 사람이 벌써 23명 정도로 상당히 늘었습니다.

박인규 : 그렇지만 또 우리나라 여성들이, 나는 얼굴이 안 예뻐. 자기 용모에 대해서 불만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면서요? 왜 그럴까요?

▲ ⓒ프레시안

조용진 :
남자가 여자를 보는 것과, 여자가 여자를 보는 건 좀 다릅니다. 여자들은 미모에 대해서 훨씬 더 한국의 남자들과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데 그게 조금 더 서구지향적이죠. 한국사람은 눈썹이 흐리고 짧은데 눈썹이 진하고 길었으면... 그러니까 불만이 생기죠. 한국사람은 눈이 작은데 눈이 컸으면, 역시 불만이 생기죠. 한국사람은 코가 낮은데 높았으면 하니까 불만이 생기죠. 남자들은 평균에 웬만큼 가까우면 다 미인이라고 봐주는데 본인은 정작 불만인 겁니다.

박인규 : 그래서 우리나라에 성형수술이 많은가요?

조용진 : 그렇죠.

박인규 : 지금 굉장히 성형수술 열풍이라서, 심지어 중국에서도 많이 온다는데... 일부에서는 부모님이 주신 용모를 왜 바꾸느냐, 비판적인 시각도 있고 또 부작용을 당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주 교수님은 성형수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긍정적으로 보십니까?

조용진 : 객관적으로 볼 때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있긴 있습니다. 제가 얼굴을 등고선 사진을 찍어서 조사해 봤는데, 예를 들어 단지 쌍꺼풀수술만 했고, 같은 술기로 쌍거풀수술을 한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까, 보름 이후부터 얼굴의 다른 부위도 바뀝니다. 뺨도 바뀌고 입술도 바뀝니다. 그래서 그 이유가 뭔가를 분석해 보니까, 자기의 얼굴에 대해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자신감이 생기죠. 상대방으로부터 칭찬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죠, 또 자신감이 생기죠. 정서가 바뀝니다. 이렇게 해서 표정이 바뀝니다. 그래서 얼굴 전체가, 다시 그 얼굴을 평가해 보면 평가의 척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그래서 역시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고 보는데 거기에 중독이 돼서... 지금 통계적으로는 젊은 여성의 3분의 1이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중복수술을 받은 분이 많으니까. 쌍꺼풀수술 받은 다음에 좀 더 예뻐지고 싶어서 코 받고. 코 받고 난 다음에 더 예뻐지고 싶어서 턱 깎고. 그렇게 자꾸 해서 거기 너무 집착하는 것이, 용모에 어울릴 만한 지적 수준을 갖춰야 되는데 지적 수준 같은 건 내팽개치고 용모에만 집착해서... 또 미라는 건 건강해야 되거든요.

박인규 : 적당한 정도의 성형수술은 굉장히 큰 득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코도 바꾸고 턱도 바꾸고 이런 현상은...

조용진 : 거기 너무 집착하는 현상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박인규 : 오랫동안 미인학을 연구하셨으니까, 물론 기본적으로 미인이라는 건 용모가 아름다워야 되지만 미인이라는 건 어떤 게 진짜 미인입니까?

조용진 : 결국은 다 균형을 이뤄야지요. 용모와 내면적인 면. 이것이 없으면 완벽한 미인이 될 수 없죠. 그래서 제가 이번 책에서 참미인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인은 다분히 용모에 치중한 미인입니다. 그걸 '호모베누스타스'다. 비너스 같은 미인형인 겁니다. 말하자면. 그런데 진짜 내면적인 것까지 그 용모에 어울릴 만한 미를 갖춘 사람, 이런 사람을 우리가 지향해가야 된다.

박인규 : 얼굴학 전문가로서, 미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라. 수술도 필요하겠지만, 그런 조언이랄까요? 마지막으로 해주시죠.

조용진 : 결국 얼굴이라는 게 뇌를 싸고 있는 보자기입니다. 그래서 뇌상태에 따라서 얼굴이 순간순간 바뀝니다. 뇌상태의 습관화가 얼굴표정의 습관화가 되고 그래서 얼굴이 변하게 됩니다. 사람은 수명이 길기 때문에 20년 30년 동안 어떠한 정서상태에 있느냐 어떤 생활습관을 갖고 있느냐가 얼굴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제가 볼 때는, 아기 때 누구든지 다 예쁘잖아요. 누구나 다 미인 미남으로 태어납니다. 그런데 이삼십년 동안 유통과정의 문제인 겁니다. 그 유통과정에 오른쪽 뇌를 많이 쓰느냐 왼쪽 뇌를 많이 쓰느냐. 결국 이성과 감성과 야성이 조화된 생활을 하게 되면 얼굴도 저절로 미남 미녀가 된다고 생각하고요.

박인규 : 40대 이상 얼굴은 자기책임이란 말도 있던데, 역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면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많은 분들이 새겨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조용진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신간 '미인'을 출간한 조용진 교수를 초대해 문화와 역사는 물론 과학적으로 석한 한국의 미인학의 내용과 우리가 추구해야 할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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