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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시험대에 선 이명박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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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시험대에 선 이명박표 '개혁'

당은 "회담 연기", 진영 내에선 "회담 자체는 긍정"

한나라당 접수에 나선 이명박 후보의 행보가 여전히 모호하다. 21일 당선 후 첫 일성으로 "당의 색깔과 기능을 바꿔야 한다"고 밝힌데 이어 22일에는 "정당이 비대하고 첩첩인 것은 전세계적으로 없는 일"이라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경선에서 이 후보 대변인을 맡았던 박형준 의원은 그 변화의 방향을 "이념의 색을 빼고 중도실용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한나라당의 보수색을 빼고 실용적이고 기업형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10월로 연기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 후보의 발언은 '이명박표 한나라당 노선'이 여전히 보수성에 경도돼 있음을 드러냈다.
  
  "6·15보다 더 나가는 합의 나올까 걱정"
  
  이 후보는 연일 정상회담 개최 의도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각을 세우고 있다. 수구의 색을 벗고 외연확대를 해 나가려는 개혁적 목표보다는 한나라당의 관성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저서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를 일본어로 번역, 출간한 야라 도모다케 후지TV 프로듀서를 만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올연말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정상회담이 대선에 영향을 끼칠 만한 일을 해서는 안되고 그럴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당선 인사를 겸해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6·15 남북정상회담에 있어서도 국민의 동의 없이 여러 가지 합의사항이 나오지 않았느냐. (이번 회담에서)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는 합의가 나올까봐 걱정이 된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정상회담을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 어떻게 활용할지, 핵을 포기시켜야 하는데 핵이 있는 상태에서 회담을 하면 핵을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며 "노무현 대통령이 의제를 분명히 합의 안 하고 잔뜩 합의해 오면 차기 대통령이 이행해야 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이 "노 대통령도 상식이 있는 분이니 차기 대통령에게 넘기는 것은 안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이 후보는 "결국 신뢰가 문제인데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NLL 발언 등을 보면 신뢰가 가지 않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 남북정상회담을 올 대선에 있어서 평화 대 전쟁불사 당으로 몰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열리는 정상회담의 정치성을 우려한 발언이지만 한나라당이 정상회담의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강재섭 대표는 이 후보가 참석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입장은 가능하면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차기 정권에서 회담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라도 대선 이후 당선된 대통령과 협의 하에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진영 내에선 "정상회담 자체엔 반대 말아야"
  
  그러나 이 후보 진영에 결합한 소장그룹에서는 중도, 화이트칼라 층의 흡수를 위해 이 후보가 대북정책에 관해 좀 더 유연한 자세를 보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형준 의원은 "이 후보의 입장은 일관되게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것이 좋다는 것"이라며 당의 입장과 거리를 뒀다.
  
  박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의제가 되고 실질적 성과가 있기를 바라지만 차기 정권에 부담이 되는 무리한 합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차기에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이 후보와 사전 협의를 거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이다.
  
  당내 '비주류'로 꼽혀온 이 후보 진영과 당 지도부의 이 같은 시각차는 향후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이념적 의제가 쟁점화 될 경우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다분하다. 중원을 향해 나가려는 이 후보 진영의 노력은 정통보수의 입장을 대변해 온 한나라당의 관성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9일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나온 직후 한나라당이 보여줬던 혼선은 갈등의 전조라 할 수 있다. 당시 이 후보눈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이미 확정됐으므로 반대한다는 것보다는 의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며 "전면반대"를 앞세운 당 지도부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27일 원내대표 경선은 '당 장악력'의 시험대
  
  한편 오는 27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결과도 이명박 후보가 이끄는 한나라당의 변화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로 주목된다.
  
  이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간의 정면대결은 20일 전당대회에서 일단락됐지만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또 다른 세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22일 '친이(親李)' 인사인 안상수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자 이미 '대리전'으로 구도가 갖춰지는 모습이다. '친박(親朴)' 인사인 이규택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혔고 중립 그룹을 이끌었던 맹형규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파전이든 삼파전이든 간에 '친이' 대 '비이(非李)'의 대결이 되는 것이다.
  
  이에 이 후보 측은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내 조직싸움에서 판정패를 당한 만큼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압승으로 조직의 위용을 제고한다는 방침이지만, '화합'을 위해서라도 박 전 대표 쪽에 자리를 배려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될 경우에는 또 한 번 접전을 벌이게 될 공산도 없지 않다.
  
  이 후보 측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실상 '이명박-박근혜'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질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이 후보의 향후 당장악력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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