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에 정통한 <아시아타임스>는 21일 "오는 9월 10일 전후 아프간의 운명이 걸린 '3자간 비밀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파키스탄에는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문한 데 이어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이 9월 10일 방문할 예정인데, 이러한 움직임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그리고 서방동맹국 3자가 참여하는 평화협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첫번 째 회담은 파키스탄 국경도시 케타에서 시작됐으며, 이 회담의 결과에 따라 네그로폰테 부장관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의제와 미국이 이 지역에서 주도하는 대테러 전쟁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은 일단 탈레반이 우세한 지역에서 교전을 중단하고, 장기적으로는 탈레반을 전국적인 정치세력으로 인정함으로써 아프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구상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칸다하르, 헬만드, 자불, 우르즈간 등 탈레반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아프간 남서부 주들에 대해서 제한적인 휴전협정을 맺은 바 있으나, 올해초 탈레반의 대대적인 공세가 우려되자 지난해 12월 협정을 파기하고 탈레반과 교전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 목표는 파기된 휴전협정을 되살리고, 쿠나르와 호스트 등 남동부 주들을 휴전협정 대상 지역으로 추가하려는 것이다. 이 회담에는 탈레반 지휘관들, 파키스탄과 미국의 정보당국자들, 그리고 아프간 정부인사들이 협상자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다시 탈레반과 평화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이유는 아프간을 포함한 남아시아 일대를 관통하는 송유관과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사업 등 개발계획 때문이다.
탈레반은 올해 초부터 프로젝트 사업현장을 주요 목표물로 삼아 아프간 재건사업에 중대한 타격을 입혀왔다. 미국은 10조 원의 사업비를 들여 투르크메니스탄(T)에서 아프가니스탄(A)을 거쳐 파키스탄(P)에 이르는 TAP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TAP를 인도까지 연장하는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TAP는 당초 이란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의 대안으로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탈레반과 미국이 평화협상을 맺는다고 해도 지속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많은 탈레반 지휘관들은 미국의 유화적인 제스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며, 그 대신 외국군을 모두 철수시키는 더 큰 목표의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측 정보당국들도 탈레반 세력을 쉽게 평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국가정보국 보고서가 확인했듯, 아프간 탈레반의 실질적인 기반이 파키스탄에 있는 탈레반과 알카에다에 있기 때문에 아프간에 있는 탈레반만 상대해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파키스탄이 탈레반과 접촉이 가능하고,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과 이 지역의 대테러 전쟁이 파키스탄까지 포함하는 전장에서 이뤄진다는 성격을 인정하게 됐다. 이달초 아프간-파키스탄 평화회의에 미국이 지원하고 나선 것도 파키스탄을 아프간 사태 해결의 주요한 당사국으로 끌어들인 변화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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