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몸싸움…상처뿐인 합당 결의
이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전당대회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신당의 합당에 반대하는 일반 당원 700여 명은 전당대회가 열린 행사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흡수합당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곳곳에서는 "열린우리당에서 장관 해먹고 탈당이 웬 말이냐", "잡탕신당이 웬 말이냐, 100년 정당 이어가자"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도 보였다. 이들은 대의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며 항의하는 열린우리당 당직자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혁규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직전 집회장에 나타나 반대파 당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고 반대파 당원들은 김 전 의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또 이 자리에는 열린우리당 대선후보로 등록한 허경영 씨도 모습을 드러내 당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 한편 김 전 의원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전당대회의 안건인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에 대한 찬반토론에서도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의 실랑이가 치열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성원보고를 뒤로 미룬 채 찬반 토론을 시작하자 반대파 대의원 일부가 "성원보고를 먼저 하고 토론을 진행하라"며 강하게 항의한 것. 이에 찬성파 당원들이 흥분해 반발했고 이들은 서로 욕설과 몸싸움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당직자는 행사장 밖에서 반대파 당원들이 대의원의 출입을 가로막아 성원보고가 늦어졌다고 반박했다. 논란 끝에 전당대회 진행을 맡은 선병렬 의원은 "당원도 아니면서 합당에 반대하는 불순세력의 방해로 입장을 못했음에도 재적 5200명 중 2644명으로 성원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표결 절차를 두고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경숙 전당대회의장이 "기립투표 방식으로 표결하겠다"고 밝히자 반대파 대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 결국 당 지도부가 이들의 항의를 무시하고 진행한 기립 표결 결과는 찬성 2174표 대 반대 155표, 기권 314표라는 압도적인 표차였다. 찬성파 대의원들은 표결 직후 막대풍선을 터트리며 자축했다.
친노끼리도 시각차
전당대회에 참석한 친노성향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대통합에 대한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해찬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창당 기획단장을 맡아 직접 열린우리당의 이름을 작명한 사람이 바로 나"라며 "당원들의 헌신적 노력을 값지게 살리지 못하고 오늘 스스로 간판을 내리게 되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디.
이 전 총리는 "지금 신당에는 아무런 중심이 없다"며 "이제 우리가 중심이 돼서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으로 신당의 영혼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유시민 의원도 "오늘 열린우리당이라는 큰 꿈을 접어 가슴 속에 담고 가지만 포기하지는 않겠다"며 "우리가 뜻을 모아 커다란 민주신당이라는 종이 위에 열린우리당의 꿈을 다시 그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날 참석한 대선주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민주신당의 후보는 이 자리에 계신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명숙 전 총리도 "열린우리당의 문은 오늘 닫히지만 우리의 꿈과 창당 정신은 닫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 우리는 대통합신당으로 합류해서 열린우리당의 꿈과 창당정신을 다시 구현해보자"고 말했다.
반면 합당에 반대한 김혁규 전 지사는 반대토론자로 나서 "열린우리당을 이토록 처참하게 짓밟고 떠난 세력에게 또다시 우리의 운명을 맡길 것이냐"며 "그동안 당을 책임졌던 분들, 참여정부에서 장관하던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 이들이 지금 통합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당을 모욕하고 당원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찬반토론에선 백원우 의원과 김원웅 의원이 맞붙기도 했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장관과 총리를 지낸 사람들이 '제가 잘못한 것은 없고,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반면에 당원들은 수모를 감수하며 개구멍으로 흡수합당을 통해 신당에 기어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토론에 나선 백원우 의원은 "제가 진짜 친노 당 사수파로 그동안 당을 리모델링해서라도 지키자고 주장한 당원이었다"며 "노대통령은 당이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하면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따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정치인 노무현의 원칙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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