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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열린우리당'이 얻은 것과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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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열린우리당'이 얻은 것과 잃은 것

[해설]1년 반에 걸친 범여권 정치공학 실험…결과는?

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오는 20일 합당하기로 합의했다. 민주신당의 오충일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10일 양당의 합당을 선언하는 '대통합 선언문'에 서명했다. 양당의 합당 절차가 완료되면 민주신당은 129석의 한나라당을 제치고 143석의 원내 1당으로 복귀하게 된다.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사망'으로 나타난 지난해 5.31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무려 1년 반에 가까운 시간을 소모한 범여권의 정계개편 논의가 일단락을 지은 셈이다.

범여권이 오랜 시간 복잡한 이합집산과 각종 논쟁을 벌인데 비해 성과는 초라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고 끝내 민주당까지 끌어들이는데 실패함으로써 범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의 모태였던 문제, '민주세력의 분열' 또한 해소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당 수의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제 대선을 치를 판을 깔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1년 반 가량의 표류를 거쳐 민주신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몇 가지를 '리모델링' 했다.

'도로 열린우리당'을 택한 이유는

표류 과정의 가장 큰 성과는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라는 '표식'을 떼어버렸다는데 있다. 동시에 굳이 꼬리표를 뗀 열린우리당과 다시 합당함으로써 노무현 정부의 핵심지지층을 보존하는 효과를 노렸다. 이번 합당에서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법적으로는 '흡수합당'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당대당 합당'"이라는 모순된 어법을 쓰는 것도 친노 지지층의 분열을 피하려는 목적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열린우리당 내 친노그룹은 이번 합당에 극히 조용하다. 대선주자 가운데에서는 김원웅 의원만이 8일 성명을 내 "이번 합의안은 대등한 당대당 합당이 아니라 그 자체가 수모"라며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반면 역시 '흡수합당' 반대를 주장했던 신기남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당대당 통합 원칙을 지킨다니 다행"이라며 "신당을 가더라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평가 절하하는 흐름과 단호하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신당 합류 후 내부 투쟁'을 택한 것으로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나 유시민 의원 등 친노 대선주자 대부분의 속내와 일치할 것으로 보인다.

'DJ 친자 등록'에 성공
▲ 10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왼쪽)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당의장이 합당서명식을 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또 하나의 이득은 민주당이 가지고 있었던 호남 지분 일부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 혹은 민주신당은 '범여권 대통합 및 양당체제 구축'이라는 DJ의 메시지를 충실히 따름으로서 민주당을 제치고 'DJ의 친자 등록'에 성공했다.

DJ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을 비롯해 김효석, 이낙연, 신중식, 채일병 의원 등 호남에 지역구를 가진 선출직 의원들을 대거 빼옴으로써 민주당을 지역구 5명, 비례대표 4명으로 이루어진 미니정당으로 축소시키기도 했다.

앞으로 민주당과 민주신당은 각자 독자 경선을 치른 후 11월 중·하순 후보단일화를 치르기 전까지 호남민심의 적통성 문제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출신 후보 + '들러리' 시민사회세력도 추가

더불어 '손학규'라는 범여권 지지율 1위의 대선예비후보도 얻었다. 그의 한나라당 전력으로 인해 정체성 논쟁이 벌어지고, 일부 개혁세력 내에서는 분열의 양상도 나타나고 있지만 범여권은 그의 합류로 당 경선에 흥행 요소를 확보한 것만은 사실이다. 덤으로 그의 탈당 이후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정면으로 맞붙는 2강 체제로 바뀐 한나라당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부수효과도 얻었다.

오충일 목사, 김상희 전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등으로 대표되는 시민사회세력을 합류시켜 당 대표와 최고위원직을 맡기는 등 '민주평화개혁의 대통합'이라는 명분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사실상 기존 정치권 질서에 편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패막이' 혹은 '들러리'라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신당은 성공했나

그러나 범여권의 정치공학을 성공했다고 평가해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지는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에서 보듯 민주신당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라는 출생을 탈색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또 강봉균, 조배숙, 양형일,문학진, 변재일 등 대통합민주신당 소속의원 25명이 이날 "친노의 본류들이 아무런 반성 없이 합류를 허용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비난한 것처럼 친노와 비노 간의 대립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의 분열 가능성도 높아졌다. 민주신당과 민주당은 대선에서 호남표의 분열을 막기 위해 막판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호남이 예전과 같은 '텃밭'이 되어줄 지도 미지수다. 최근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나 대선 예비주자 조순형 의원 등이 하고 있는 '탈(脫) DJ 선언'이 시사하듯 호남에서 DJ가 갖는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게다가 이러한 정치공학에 몰두하느라 '반(反)한나라당' 구호 외에 신당의 뚜렷한 노선과 비전 등을 내놓지 못했다. 이는 그간 범여권이 한나라당에 대해 우위로 내세웠던 도덕성과 개혁성, 참신성 등의 문제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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