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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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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89>

멀리 삼신산(三神山)을 바라보며 (하)

진나라 시황은 천하를 통일하자 영원히 살고 싶어졌다. 그런 와중에 서불(徐巿)이라는 신선술의 방사(方士)가 동남동녀 5백을 주면 삼신산(三神山)의 불로초(不老草)를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서불의 종적은 묘연해졌고, 진시황은 병으로 죽고 진 제국도 무너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불(徐巿)의 소리가 '서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市)의 옛 소리는 '불'이었던 것이다. 시(市)는 마을이나 성을 뜻하는 한자인데 왜 불이라 했던 것일까?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옛 성이나 마을을 '불'이라 했다는 것을 알면 자연 이해가 간다. 서라벌, 이사벌 등등 또 백제의 무수한 마을을 '부리'라 했던 것이다. 시(市)는 '시'가 아니라 '불'이었던 것이다.
  
  발해만 일대 사람들은 시(市)를 '불'이라 발음했던 것이다. 나중에 중국 서쪽의 내륙 사람들이 중국을 지배하면서 그들의 소리인 '시'로 바뀐 것이다.
  
  서불은 어디로 갔을까? 행방불명된 서불의 뒷얘기를 놓고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전설들이 서려있다.
  
  예를 들면, 경상남도 남해군의 바위에 새겨진 석각화를 놓고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이것은 그림문자이고, 그 내용은 '서불과차(徐巿過此)'라는 것이다. 즉 '서불이 이곳을 지나다'는 말로서 서불이 새긴 것이라는 얘기이다.
  
  또 제주 서귀포의 정방폭포의 절벽에도 '서불과차'를 새겼으며 서귀포(西歸浦)는 '서불이 왔다가 돌아간 포구'라는 뜻에서 명칭이 붙었다는 전설이다. 다소 억지스럽지만 원래 전설이란 그런 것.
  
  제주의 다른 이름을 영주(瀛洲)라고 한다. 삼신산의 하나인 데, 무리를 이끌고 바다를 떠다니던 서불이 왔었을 법도 하고, 제주의 한라산은 늘 흰 구름에 덮여있어 지금 보아도 신령스러움이 넘치는 영산(靈山)이니 제주야말로 삼신산의 하나인 영주(瀛洲)가 아니겠느냐 해서 붙은 별칭이다.
  
  일본 역시 스스로를 부상(扶桑)이라 하는 것 역시 그와 유사한 생각에서 그런 것이다. 바다 한 가운데 태양이 뜨는 나무, 즉 부상(扶桑)의 섬이 바로 일본 열도란 얘기이다. 아울러 일본(日本)이란 말 자체가 태양의 본거지란 말이니 부상(扶桑)을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전설에는 마고 할머니 또는 삼신할머니가 있다.
  
  마고(麻姑)할머니는 마귀가 아니다. 마고란 삼베로 된 옷을 걸친 할머니란 뜻이다. 할머니 고(姑)인 것이다. 그리고 마고 할머니는 바로 삼신(三神)할머니이기도 하다.
  
  삼신할머니는 삼신산에 사는 신선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아기를 낳고 기르는 일을 관장하는 대모(大母)신이다. 격으로 치면 중동의 '이쉬타르'와 같으며, 이쉬타르는 기독교의 성모 마리아나 불교의 관세음보살의 원형이다.
  
  어머니 신이라 아기가 태어나 백일이 되면 흰 밥과 미역국으로 상을 차려놓는데 이를 삼신할머니 상 또는 삼신상(三神床)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도처에 마고할머니 또는 삼신할머니에 관한 전설과 신화로 가득하다. 제주도에서 아들 낳기를 비는 굿을 '불도맞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삼신할머니에게 비는 굿을 나중에 불교가 들어와서 불도(佛道)맞이가 된 것이다.
  
  이처럼 삼신산(三神山)사상은 우리 겨레의 핵심 신앙이고 신화였다. 그리고 발해만 일대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신선사상과 신선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했으니 이를 방술(方術)이라 하는데 이는 필요한 곳에 딱 들어맞는 기술이란 뜻이다. 그리고 이 방면의 사람을 방사(方士)라 한다.
  
  신선술은 호흡을 통해 내단(內丹)을 만드는 기공술, 약을 통해 불로장생을 하는 외단(外丹)술로 이어졌고 그것은 다시 연금술(鍊金術)로 이어졌다.
  
  또 천지간에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 번갈아 지배한다는 음양(陰陽)사상이나, 다섯 가지 기운이 연이어 펼쳐지면서 사물의 변화를 자아낸다는 오행설(五行說)도 그곳에서 나왔다. 오행설의 비조로 알려진 추연 역시 발해 사람이었다.
  
  그런가 하면 남녀의 성행위를 통해 장생을 도모하는 방중술(房中術) 역시 발해만 일대에서 생겨났다.
  
  사실상 오늘날 유행하는 건강과 의료, 여타 웰빙에 관한 동아시아적 발상과 연구는 대부분 발해만 일대의 해양문화를 발전시킨 사람들로부터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하고 다채로운 발해만의 해양문화는 중국이 서쪽 내륙세력에게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일종의 하위(下位)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내륙문화에게 밀린 것이다.
  
  이는 상(商)제국을 서쪽의 주(周)가 멸하면서 시작되었고 서쪽의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면서 결정적으로 굳어졌다.
  
  그리하여 필자가 중국적 위선(僞善)이라 부르는 현상이 중국 문화에는 자리를 잡게 되었다.
  
  중국적 위선이란 이런 것이다. 겉으로는 공자의 유교와 주역이 포함된 사서삼경을 내세우고, 춘추(春秋)의 정리(正理)를 논하지만, 한 겹만 들추어보면 그 속에는 음양오행을 위시한 다양한 방술의 사상과 사조가 오히려 더 강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서구의 라이프니츠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주역을 열심히 읽으면서 동양의 신비를 밝혀보려고 했으나 허사였고 무위였다.
  
  점서(占書)로 시작된 주역(周易)은 음양오행과는 원래 관계가 없는 것이라, 동아시아 사상의 핵심으로부터 벗어나있는 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공자는 가난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고르지 못함을 경계하라고 하지만, 발해만 일대에 근거를 둔 경세사상은 그와 상반된다. 발해만 일대에서 발전한 제(齊)나라의 재상으로서 왕을 도와 패업을 일군 관중은 '사람은 먹고 입는 것을 해결해야 예의와 염치를 안다'고 말했다.
  
  그의 정책은 균등하지 못함을 걱정하기보다는 물산을 장려하여 부강함을 일구는 것이었다.
  
  또 월왕 구천을 도와 패업을 이룩한 '범려'는 고생은 같이 해도 부귀를 오래 함께 하기는 어려움을 깨닫고 다른 나라로 갔는데 그가 선택한 나라는 제나라였다. 그 역시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제 나라의 풍토를 택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성공하여 거부(鉅富)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물산 장려의 사상은 중국의 주류 사조와는 맥을 달리한다. 중국의 유교적 질서는 군(君)은 군(君)이고 신(臣)은 신(臣)으로서 사농공상과 신분적 위계질서의 확립을 통해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니 물산 장려의 사상과는 많이 다르다.
  
  중국 서쪽의 사상이 유교적 명분(名分) 내지는 정명(正名)사상이라면 제의 사상은 실용과 실천을 중시한 것이다.
  
  이처럼 제나라의 사상은 유교적 발상에 비해 훨씬 실질적이어서 중국 역사가 정체될 때마다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해주었다.
  
  이는 발해만 일대인 연과 제의 사람들, 즉 태양 새를 신앙으로 가졌던 그들이 해양문화에 입각하여 다양한 상상과 실천을 통해 보여준 방술(方術)적 접근법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방술이라 하면 대충 미신과도 같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실은 공자가 설명하기를 거부했던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의 발로였고 연구였던 것이니 선진(先進)적 사상의 맹아로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고 하겠다.
  
  더운 복중에 잠시 눈앞의 현실을 지우고 멀리 삼신산(三神山)을 떠올려본다. 그러고 보니 우리 옛 정원에 만들어진 연못에는 삼신산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특히 전라남도 남원에 가면 몽룡과 춘향이 노닐던 광한루가 있다. 그 앞에 오작교가 놓인 연못이 있는데, 그 연못에는 미니 삼신산(三神山)이 만들어져 있다.
  
  필자 생각에 광한루 연못의 삼신산이 가장 운치가 있지 않나 싶다. 여름휴가로서 지리산 자락을 잡은 분이라면 도중에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란다.
  
  그곳에 가서 작은 다리를 통해 삼신산에 올라보시기를. 백제 금동대향로와 서유기에 묘사된 정경을 떠올리면서 삼신산을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금방 신선(神仙)이 될 것이다.
  
  (참고로, 증시가 최근 많이 내리고 있다. 약간 과열되었던 것이 조정을 받고 있을 뿐이다. 많이 내려야 종합주가지수로 1780 선 정도에서 하락을 마무리하고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니 걱정할 것까지 없다. 이번 조정이 마무리되면 또 다시 증시는 가던 길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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