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박관용)는 6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에 반영될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 질문 방식을 '절충안'으로 최종 확정했으나 이명박, 박근혜 양대 진영 모두 수용불가론을 피력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궁여지책 '절충안'에 양대 진영 모두 "NO"
최구식 경선관리위 대변인은 이날 "여론조사 설문 방식과 관련해 '박관용 위원장의 절충안'을 채택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박관용 절충안'이란 지지도 문항('누구를 뽑겠느냐')과 선호도 문항('좋겠다고 생각하느냐')을 혼합해 '선생님께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다음 네 사람 중 누구를 뽑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를 묻는 것이다. 그간 박 후보 측은 지지도 문항을, 이 후보 측은 선호도 문항을 고집하며 대치를 거듭하자 경선관리위원회가 궁여지책으로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최 대변인은 "선호도와 지지도를 두고 각 캠프 간 이견 대립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상충되는 두 개의 주장을 절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양 쪽 주장을 절충해 반반씩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문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응답은 오는 19일 실시될 한나라당 경선 결과에 20% 비율로 반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에 이 후보 측은 물론 당초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던 박 후보 측에서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전문가 자문위원회의 결론이 존중받았어야 했다"며 "현재로서는 이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여론조사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는 표결을 통해 '선호도'를 선택한 만큼 이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 측은 경선관리위원회가 전문가들의 결정을 무시하고 절충안을 내놓은 자체를 "박 후보 측의 막가파식 위협에 대한 굴복"이라고 비판해 왔다. 경선관리위원회의 결론이 '지지도' 쪽으로 기울자 박 후보 쪽에서 "중대결심"을 운운하며 위기감을 조성했고 이에 당 지도부가 원칙에 어긋난 정치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일단 반대 입장을 정해 놓은 이 후보 측은 이날 저녁 대책회의를 열어 최종 대응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박 후보 측 이혜훈 대변인도 "무늬만 중재지 내용은 중재가 아니다"면서 "원칙의 문제를 적당히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대변인 역시 "우리는 지지도 문항 외에 다른 방식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왜 우리가 절충안을 수용할 것처럼 알려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최 대변인은 "경선관리위원회로서는 양쪽이 100% 만족하는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내린 결정"이라면서 "양 캠프가 결국은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선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극한대치를 거듭하고 있는 양 진영이 민감한 '경선룰' 문제를 두고 유연한 입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