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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Km를 걷고 났더니 새로운 열정이 솟아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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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Km를 걷고 났더니 새로운 열정이 솟아나더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8/06]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여행기' <1> 주부여행가 김효선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표지만을 읽을 뿐이다..'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아우구스티누스가 한 말입니다. 요즘 주위에 보면 여행을 즐기는 분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특히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곳을 발견하거나, 색다른 경험과 도전을 위해.. 자신만의 독특한 여행길을 떠나는 분들도 늘고 있는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오늘부터 5일 동안 여름특별기획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여행이야기』를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중년은 제2의 청년기라고 외치며.. 50대의 나이로 당차게 50일 동안 산티아고 가는 길 도보여행을 떠난 여행가 김효선씨를 초대해 길에서 만난 색다른 문화와 새로운 희망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여행가 김효선씨입니다. 김효선씨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편안한 멘토가 되어주고 싶은 50대 주부로 중년은 제2의 청년기라고 외치며 50일 동안.. 로마인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산티아고 가는 길 도보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김효선씨는 앞으로 중장년을 위한 다양한 세계문화 탐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함께 즐기며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50일 동안의 도보여행을 다녀온 후 최근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박인규 : 날씨가 무척 덥죠? 저희가 심각한 이야기는 빼고 더우신 분들 위해서 상상 속에서나마 여행을 다녀오시라고 1주일 동안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이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라는 책인데, 보통 산티아고 하면 칠레의 수도... 칠레라고 알고 있는데 산티아고가 스페인이라고요? 정확하게 카미노 데 산티아고라고 들었는데, 이 길이 어떤 길인지 소개해 주시죠.

김효선 : 카미노라는 이름은 굉장히 많은 도시 이름이에요. 제가 다녀온 산티아고는 지형적으로는 유럽대륙 서쪽에 있는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스페인 북부에 있는 아주 작은 도시에요. 정식 이름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라고 하죠. 근데 이 작은 도시로 이르는 길, 즉 산티아고 가는 길이 지금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한 곳이 되었어요. 왜냐 하면, 이 산티아고 가는 길의 역사가 매우 깊기 때문이거든요. 로마제국 시절인 약 1세기에는 그 길이 '비아 트라이아나'라는 로마인의 길이었고, 이슬람 지배를 받던 스페인의 국토회복 운동이 일어나던 시기에 그곳에서 예수의 제자 야곱의 유해가 발굴됐어요. 그래서 로마 교황청에 의해서 성지순례길로 선포됐어요. 그래서 그 길이 조명되기 시작했고 12세기에는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도로가 됐어요. 그렇게 쭉 유지해 오다가 16세기 종교개혁과 전체적인 불안한 시기였기 때문에 잊혀져 가게 되고 스페인의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해서 길이 폐쇄되다시피 했고, 그래서 잊혀져 가다가 스페인의 안정된 상태가 유지되기 시작한 오늘날 그 길이 다시 조명되기 시작해서 아주 세계적으로 유명한 길이 된 거죠.

박인규 : 기본적으로 기독교 순례자들이 다니는 길이죠? 제가 알기론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인가요? 그 분이 가신 87년인가요?

김효선 : 그 분이 다녀오시고 난 뒤 87년에 유럽의회 선정 첫 번째 유럽문화유산이 됐구요, 93년에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 됐어요. 800킬로미터의 길 자체가 말이죠. 그런데 그 길에는 1800여 곳의 문화유적지가 있어요. 그 문화유적지 자체에 세계유산이 상당수 들어 있는 거죠.

▲ ⓒ프레시안

박인규 :
쭉 그냥 걸어 다니는 박물관이군요.

김효선 : 사실이에요.

박인규 : 김효선씨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갔다 오신 게 언제에요?

김효선 : 작년 5,6월 두 달 동안 다녀왔어요.

박인규 : 800킬로미터를 50일 동안 다녀오셨으면 많이 걷지는 않으신 거네요.

김효선 : 하루에 많이 걷지는 않았어요. 보통 25킬로 정도 한 8시간 정도 걸은 거죠.

박인규 : 책을 보니까 산티아고 가는 길이 조금 전에도 말씀하셨지만 가톨릭도 있고 이슬람이 정복했던 곳이라서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라고 하셨는데 이 길의 매력이라면 어떤 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효선 : 매력이 아주 많은 곳인데요, 스페인은 유럽의 끝이기도 하지만 시작점이기도 한 반도잖아요. 그래서 유럽은 물론 북아프리카의 잦은 침략전쟁에 시달린 나라에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전쟁영웅들의 서사시가 들어 있죠 그 길에는. 그래서 롤랑의 노래와 엘시드 이야기가 들어있고 수많은 전설이 또 들어있는, 사연도 많은. 그런데 저는 이 길에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유적지도 있어서 매우 아름다운 건물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이런 얘깃거리가 많은 것이 굉장한 매력이었어요.

박인규 : 가는 길마다 여러 가지 역사와 사연과 전설이 있다.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카미노 데 산티아고가 길이 하나인 줄 알았더니 여러 개라고 하더라구요.

김효선 : 아주 많아요. 대표적인 곳이 길 자체가 문화유산에 등록된 '카미노 프랑세스'라는 프랑스 길이죠.

박인규 : 갔다 오신 데가 프랑스 길이죠? 또 다른 길은 어떤 데가 있어요?

김효선 : '노던웨이'라고 비스케이만을 따라가는 길이에요.

박인규 : 바닷가로 가는 건가요? 훨씬 멋있을 것 같은데요.

김효선 : 너무너무 멋있죠.

박인규 : 기본적으로 야고보라는 예수의 12제자 중 한 분의 무덤이 있다고 해서 순례자들, 특히 기독교 신자들이 가는 길인데 김효선씨도 기독교신가요?

김효선 : 저는 특정 종교인은 아니에요. 더군다나 이 길은 로마교황청의 성지순례길이 됐지만 전 가톨릭 신자도 아니구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박인규 : 신자가 아니신데 가기로 마음먹은 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김효선 : 저는 그 문화를 탐험하고 싶었던 거고

박인규 : 50대 아주머니신데 50일 동안 혼자서 가신다고 하면 집안에서 남편분이나 자녀분들이 말렸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김효선 : 그런 얘기들 참 많이 하는데 아무도 안 말렸어요. 오히려 제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는 두 딸이에요. 필요한 물건도 사주고 여행을 열심히 거들어 줬고, 용기, 제 마음 속에 싹튼 용기를 굉장히 많이 격려해 줬어요.

박인규 : 50일 동안 800킬로미터를 계속 걷는다면 먹는 거나 자는 게 제대로 안 돼 있으면 굉장히 힘들 것 같은데 그 길은 시설들이 잘 돼 있는 모양이죠?

▲ ⓒ프레시안

김효선 :
아주 잘 돼 있어요. 그들이 사용하는 숙소가 '알베르게'라는 건데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잘 수 있어요. 도네이션으로 자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5유로 정도면

박인규 : 5유로. 요즘 우리 돈으로 따지면 한 7000~8000원 되나요? 알베르게라는 게 자주 있습니까?

김효선 : 예. 그런 도보여행자들을 위한 하부구조가 잘 돼 있다고 보면 되죠. 숙소 잘 돼 있고 가는 길에 바나 레스토랑 잘 돼 있고, 순례자들이 물을 많이 먹으니까 수도가 잘 마련돼 있고 이정표 잘 돼 있죠. 이런 도보여행자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들이 아주 잘 돼 있기 때문에 아주 안전한 길이죠.

박인규 : 하긴, 천몇 년 전부터 순례자들이 다니는 길이니까 잘 돼 있겠네요. 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한국 분들이 가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다고 들었습니다.

김효선 : 네. 얼마 안 됐어요. 제가 볼 때 2005년 통계로는 14명이 갔다고. 제가 다녀온 뒤에 본 통계로 2006년 통계는 66명이 갔다고 하거든요. 올해는 아마 100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 같아요.

박인규 : 김효선씨 같은 경우 50일 동안 800킬로미터니까 따지면 16킬로미턴데,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이 안 걸으셨어요. 걷는 건 어때요, 산길 같은 건 없습니까?

김효선 : 산길, 들길, 대도시도 물론 지나가죠. 물론 지나가지만 대부분 산길, 들길을 많이 걷고 그렇게 고도가 높은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동네 걷기를 하신 분들은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고도의 길이에요. 높낮이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요.

박인규 : 혼자서 쭉 걸으셨다고요. 800킬로미터 길을 다 짧은 시간에 말씀해 주실 순 없을 것 같고, 다니시면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을 꼽으라고 하면 어떤 뎁니까?

김효선 : 저는 크게 보면 800킬로를 네 개의 자치구를 통과해요. 나바라, 라 리오하... 나바라와 라 리오하가 특히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사진을 보니까 밀밭길입니까, 그런 길이 굉장히 많이 나오던데요.

김효선 : 구름처럼 펼쳐진 밀밭길이 있는 곳이죠. 그리고 좀 돌이 많은 척박한 메세다 지역도 지나가기도 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지역은 칸타브리야 대산맥을 넘어가는 오세브레이로 지역을 넘어갈 때가

박인규 : 산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까?

김효선 : 예. 산을 자주 넘죠.

박인규 : 칸타브리야라는 데는 높이가 얼마나 되는 데에요?

김효선 : 높이는 지금 기억나지 않지만, 대산맥이니까 굉장히 높겠죠. 근데 그래도 한국 산으로 비교하면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은데, 예를 들면 고도가 100이면, 100에서 600으로 올라가는, 그런 경사가 높은 곳을 넘어가는 거죠. 그 지역은. 그러니까 그 정도로 힘든 거지 한국에서 산을 많이 타보신 분이라면 어렵지 않은 길이죠.

박인규 : 제가 듣기론 가다가 힘들면 그 구간만 이동하는 택시도 있다고 하던데요.

김효선 : 예. 버스도 있고 택시도 있어요. 택시는 어떤 경우냐면, 사람들이 다 자기 배낭을 다 지고 다니는데 힘드니까 배낭을 택시로, 내가 오늘 다른 곳에서 자니까 내가 오늘 잠 잘 숙소까지 택시로... 근데 그게 비싸죠. 제가 볼 땐 비싼 것 같아요.

박인규 : 어느 정돕니까?

김효선 : 가방 하나가 아니라 숙소에다가 배달할 배낭을 수북이 쌓아 놓으면 많으면 10개도 넘을 때도 있는데 배낭 한 개당 7유로에요. 숙소비보다 훨씬 비싸죠.

박인규 : 택시기사 분들이 돈 많이 버시겠네요.

김효선 : 그게 또 그쪽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죠. 아주 조그만 산골 마을의 젊은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런 일이겠죠.

박인규 : 작년에 우리나라 분이 66명이라고 했는데 혹시 전체적으로 몇 분이 다녔다는 통계가 있습니까?

김효선 : 네. 1년 동안 보통 12~13만.

박인규 : 그 길은 항상 순례자들이 걷고 있겠네요.

▲ ⓒ프레시안

김효선 :
넘쳐나는 길이죠. 특히 시즌엔, 봄, 가을이 아주 좋거든요. 전 봄에 걸었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지역인데, 겨울 빼놓고는, 겨울엔 알베르게 자체가 폐쇄되는 곳이 많아요. 그래서 아주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그 숙소 자체가 부족하기도 해요. 몰려들기 때문에 야영을 해야 되는 경우도 있죠. 그런 것 빼놓고는 아주 괜찮은 곳이죠.

박인규 : 제가 책을 다는 아니고 읽다 보니까 상당히 글을 써보신 분 같다. 잘 쓰신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 보니까 양희은씨의 노래 한계령을 부르다가 펑펑 울면서 걸으셨다. 이런 부분이 있더라구요. 왜 그러셨어요?

김효선 : 기억이 나는데요, 왜냐면, 아침에 아주 추운 길을 걷는데 끊임없이 올라가는 길고 긴 언덕을 넘어가는 거예요. 경사가 그렇게 급한 건 아니지만 언덕을 꾸준히 올라가는 길인데 한계령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계령 노래를 부르는데 굉장히 오랜만에 듣는 한국말이잖아요. 그리고 단계적으로 서울이 생각나고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 있었던 헐클어진 실타래처럼 응어리졌던 기억들이 하나씩 생각나는 거예요. 그러면서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정말 실컷 울어 봤어요. 시원하더라구요.

박인규 :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는 혼자 오시는 분들이 많다던데요.

김효선 : 왜냐하면, 사람들이 걷는데... 길에서도 사람을 만나는 경우에... 누군가 둘이 같이 간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왜냐면 각자의 리듬이 다르니까. 보폭이 다르고 숨고르기가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누군가와 같이 가면 서로 배려하는 차원에서 길을 가다 보면 숨이 차게 돼요. 그러니까 아무리 부부지간에 간다 하더라도 보폭이 다르기 때문에 잘못하면 서로 맞춰주다 보면 싸우게 될 수도 있겠죠. 혼자 가는 게 좋고. 또 그게 좋은 이유로는 자기가 자기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혼자 가는 걸 적극 추천해 드려요. 길은 보이는 길이지만 길을 걷는 그 순간에는 내쪽으로 걷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안으로 걷는 길이기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이 깊은 생각이에요. 그리고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느낌이에요. 그런 것을 혼자서 새겨 보는 길이기 때문에 저는 혼자 가는 것이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박인규 : 지겹지 않느냐, 힘들지 않느냐 말씀하시는데 50일 동안 걸으시면서 어땠어요?

김효선 : 저는 한 번도 지겹지 않았어요. 잠을 자는데, 알베르게가 기숙사 같이 2층 침대가 주루룩 있는 곳이잖아요. 그런 곳에서 잠이 들면서도 밤에 웃으면서 잠을 잤어요. 그 길에서 일어난 일들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웃으면서 잠이 든 거죠.

박인규 : 여행을 다니면 그 지역의 경치나 문화유산을 보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큰 재미라고 말하던데... 많이 만나셨습니까?

김효선 :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해요. 많이 만났어요. 저는 이번 여행 중 만난 사람을 얘기를 드리자면 60세의 헤니라는 사람하고, 암에 걸린 얀이라는 사람. 남매지간에 같이 왔어요. 그런데 우리 사고방식으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아는 서양 사람들 방식으로는 누나 아픈데 동생이 모든 휴가를 조정해서 나가서 하는 건 드문 일이잖아요. 그리고 누나를 위해서 항상 물을 두 통씩 커다란 1.5리터 팩에다가 짊어지고 가면서 누나한테 끊임없이 물을 따라주는 걸 봤구요. 최고령자로서 82살의 레네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하도 나이를 물어보니까 모자에다 82라고 쓰고 다녀야겠다고 하신 할아버지인데. 그분도 온전히 걸어 가셨어요. 단 한 번 오세브레이로라는 경사 높은 곳 올라가실 때만 짐을 택시로 배달하셨어요. 그렇게 가신 연로하신 할아버지도 있었고. 굉장히 인생을 즐기시는 것 같았어요. 고령이신데도 아직도 연주여행을 다니신다고 해요. 스웨덴에서 첼리스트에요. 그리고 네 살 먹은 꼬마도 봤어요. 걔도 네 살인데 부모한테 업혀 가지 않고 온전히 걸어가요. 그 사람들이 800킬로를 전부 걷는 건 아니에요. 자기네 휴가 기간 동안에만 걷는 거죠. 그런데 아이가 즐기면서 걷더라구요.

박인규 : 거기 또 보니까 15살 먹은 말하자면 비행청소년과 아버님하고 오셨다고

김효선 : 굉장히 감동적인 장면을 봤어요. 스위스에서 온 부자지간인데 아이가 굉장히 천재였대요. 아빠가 금융가인데, 그런데 아이들이 받아야 할 교육을 놓쳐 버렸어요. 아이가 모든 걸 적응하지 못하니까 학교에 가지 않고 비행청소년이 돼 버린 케이스인데, 그래서 그 분이 아예 회사까지 그만 두고 자식을 데리고 그 길에 들어선 거예요. 그래서 가는데 처음엔 부자지간에 얘기도 안 하더니, 길 끝에서까지 만났는데 너무너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면서 갔어요. 아빠가 없을 때 아이가 아빠를 기다리는 모습이나, 끝에 가서 아빠와 나누는 눈빛, 교감이나 이런 것들이 너무 달라지고 너무 아름다운 부자지간이 된 걸 봤어요. 그런데 이렇게 비행청소년이 함께.. 두 부자가 왔지만 사실 이 길은 과거에도, 그 길을 죄수들이 형벌로 걸었던 길이에요. 그리고 오늘날에도 비행청소년 사회복귀 프로그램으로 그 길을 걷게 해요.

박인규 : 말하자면 그 오랜 길을 걷는다는 것이 본인에게 변화를 가져온다는 건가요?

김효선 : 네. 정화가 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그래요. 길에 처음 들어섰을 때하고 길이 끝나갈 무렵에는 자기 자신들이 변화되는 감정을 느끼게 되죠. 왜냐면 굉장히 큰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길이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벨기에 사법부에서는 오이코덴이라는 비영리단체와 연합해서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걷는 프로그램. 장기걷기 프로그램을. 그리고 '나는 걷는다'의 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르도 그런 그룹을 형성해서 하고 있죠.

박인규 : 김효선씨도 50일 지나고 나니 많이 정화가 되셨겠네요.

김효선 : 끝나기 전부터

박인규 : 달라진 걸 느끼십니까?

▲ ⓒ프레시안

김효선 :
굉장히 느끼죠. 열정이라는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새로운 열정. 그리고 흔히들 얘기하는 대로, 낙엽이... 나이가 들면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다. 아니면, 낙엽 세대라고들 얘기하는데 그 길을 걸으면서 새로운 용기도 생기고 자기발견을 끊임없이 하면서 가는 길인 거예요. 그러니까 비행청소년 프로그램도 운영하겠죠. 잃어버린 자기를 찾는, 그런 여행이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는 거죠. 그래서 제 자신을 새로 발견하는 거죠. 그래서 무슨 일이든지 하고 싶은 끊임없는 욕망이 타올라서 빨리 돌아가면 뭘 해봐야겠다는 열정이 다시 끓어오르는 길이죠.

박인규 : 완전히 그 길의 기를 확 받아서 오셨군요.

김효선 : 예. 그래서 늙어가는 것도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박인규 : 카미노 데 산티아고. 그 여행을 가시기 전에, 말하자면 긴 여행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김효선 : 저는 서유럽이라고 부르는 곳을 다녀봤어요.

박인규 : 혹시 원래 가정주부 말고 다른 일도 좀 하셨어요? 제가 궁금한 건, 여행에 확 빠지시게 된 계기 같은 게 있으신가 싶어요.

김효선 : 예. 저는 학습프로그램 개발하는 회사를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뭐가 맞지 않아서 굉장히 많은 실패를 했어요. 굉장히 많은 상처도 얻었고. 그리고 학습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많은 프로그램과 관련된 걸 알게 되잖아요. 그런데 한국에 있는 중장년에 관한 문화프로그램이 굉장히 빈약하다는 걸 느꼈어요. 저도 같이 늙어가는 세대로서, 그래서 일을 접어두고 난 다음에 계획적으로 사실 여행을 한 거예요. 그들은 어떻게 사는지. 유럽에 있는, 같이 늙어가는 동배들은 어떻게 사는지.

박인규 : 본격적으로 여행가로 나서신 게 언제부터에요?

김효선 : 한 5년 됐어요.

박인규 : 처음 가신 데는 어디죠?

김효선 : 독일이었어요. 만만한 곳이 독일인 것 같아요. 독일에서 괴테, 저희 세대는 괴테 문학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쾨테와 음악을 따라가는 바하나, 이런 음악을 따라가는 여행지로서, 또 안전하다고 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여행을 시작했죠.

박인규 : 그동안 다닌 여행 중에서 책으로 내신 게 이번이 처음이죠? 그건 닫시 말하면 카미노 데 산티아고가 가장 좋았다. 그런 의미인가요?

김효선 : 예. 왜냐면 가장 좋기도 했지만 소개해 주고 싶은 급한 마음이 생겼어요. 물론 이미 책도 나와 있지만, 이곳은 저와 같은 중장년들이 가본다면 저처럼 새로운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갖게 되고, 늙어가는 것도 정말 재밌구나. 인생은 살아볼 만하고 늦게까지. 왜냐면 우리는 고령자로서 고령사회를 본 것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델이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 나이가 들면 집에만 계시는,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언니나 오빠들이 보여주는 그런 세대가 없었기 때문에 같이 만들어 가자는 의미로 얘기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산티아고 가는 길. 돈도 많이 들지 않으니까 많은 시간을 이용해서 갔다 오면 돌아와서 저와 같은

박인규 : 돈이 많이 안 든다고 하셔서. 일단 유럽이면 물가가 비싸지 않느냐. 게다가 50일 씩이나 갔다 오는데 상당히 돈이 많이 들 것 같은데 대략 얼마나 듭니까?

김효선 : 일단 이동수단이 걷는 거잖아요. 한국에서는 일단 대륙을 넘어가는 비행기 값이 비싸겠죠. 항공권에다가. 거기서 하루 비용은 약 20유로 정도면 충분해요. 먹고 자고 다 해서. 그러면 그 산티아고 가는 길을 즐기고 한국에 오는 항공편 외에 교통수단.. 하면 350이면 50일 정도를 편안하게 즐기다 오실 수 있어요. 많은 돈이 드는 건 아니죠. 패키지 한 번 가려고 하면

박인규 : 그러네요. 50동안 350만원이면 거의 생활비보다 조금 더 들 정도면 되겠네요. 작년 가을인가요? 모 인터넷 신문사에서 편집국장을 하시던 여자분이, 아마 김효선씨보다 조금 젊으실 텐데 그분이 직장을 그만두고 갔다 와서 여한이 없다. 그런 말을 들어서 이런 데가 있구나, 알았는데 이 방송 듣고 한 번 가보고 싶은 분이 많을 것 같아요. 돈은 생각보다 많이 안 든다고 하셨는데 거기 가보고 싶은 분을 위해서 꼭 이런 건 필요하다. 이런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걸 준비해야 될까요?

김효선 : 마음인 것 같아요. 어떻게 갈 것이냐 내가 그 길을. 즐겁게 걷기 위해서 가는 거거든요. 나를 발견하기 위해 가는 거니까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느긋한 마음으로 그 길에 들어서야겠고. 또, 그래도 역사는 알고 가야 될 것 같아요. 한국에서, 물론 저는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뉴욕 가는 길에 그곳에서 정보와 관련된 히스토리 책을 세 권 사서 공부하듯이 봤어요.

박인규 : 제가 보니까 영어책도 보시고 책 많이 보신 것 같더라구요.

김효선 : 예.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길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많잖아요. 저는 들판이 다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재밌었던 거죠.

박인규 : 누구 말처럼 아는 만큼 보인다.

김효선 : 네. 그렇기 때문에... 그렇다면 스페인을 가는 거니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스페인 역사에 대해서 알고, 스페인이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었구나. 가톨릭의 역사는 어느 정도구나, 이런 정도만 아셔도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되고. 또 길에서는 여행자들의 예의라는 것이 있어요. 그 예의를 지켜주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거죠. 저는 나보다도 남을 배려해 줬어요.

박인규 : 하긴 책에 보니까물집 전문의사로 활약하셨더라구요.

김효선 : 예. 제가 물집 전문 닥터였어요. 그런데 배려하는 것. 나도 힘들지만 그 이상으로 저한테 배려를 베풀어주는 것을 겪게 됐죠. 그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박인규 : 느긋한 마음으로 가고자 하는 곳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특히 남을 배려하는 예의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뒤늦게 여행가로 나서신 건데, 사실은 아줌마라는 호칭을 별로 좋아하시지는 않으시지만 아줌마 여행가로서 우리나라 아줌마 아저씨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많은 책을 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효선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여름특별기획『평범한 사람들의 특별 여행기』그 첫 번째 시간으로 산티아고 가는 길 도보여행을 떠난 여행가 김효선씨를 초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내일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두 아이들을 데리고 아프리카에서 6개월 동안 생활한 구혜경씨와 함께 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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