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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싸움'으로 변한 한나라당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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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싸움'으로 변한 한나라당 경선

"캠프 역량 90%가 '안방 잡기'에 출동"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여의도 캠프가 한산해 졌다. 한나라당 경선이 '조직표' 경쟁으로 접어들면서 고공전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캠프에 모여 전략을 짜고 기자회견을 열었던 캠프 관계자들이 '하방(下放)'지시에 따라 각 지역으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중반 이후 각 캠프 기획가들의 입에서 나오는 전문용어, '백병전(일대 일로 맞서 싸우는 전투)', '전수조사(선거인단 전체를 조사하는 방식)', '저인망작전(밑바닥을 훑는 작전) 등에서도 전략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양 캠프의 관계자들도 "전체 캠프 역량의 90% 이상을 당원, 국민참여 선거인단 등과 접촉하는 데 할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조직표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을 순순히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역 간 배지들 '조직 다지기'에 사활
  
  이-박 양 후보 진영에 속한 한나라당의 의원실에 전화를 걸면 열에 아홉은 "지역에 가셨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누구 좀 만나고 오겠다"며 수행비서마저 떨궈놓고 일정에 없는 모임을 찾는 경우도 적지않아 몇몇 보좌관들은 "우리 영감 일정은 비서도 모른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
  
  지역에 내려간 의원들의 조직관리는 자신이 담당한 지역의 당원협의회(옛 지역구) 위원장 접촉에서 시작된다. 캠프에서는 대략 '위원장 한 명 당 500표'로 계산한다. 그만한 대의원 표를 좌지우지한다는 소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원 지지율은 박 후보가 앞서지만 대의원 지지율은 이 후보가 앞서는 '기현상'을 두고 "이 후보 측이 당협위원장들을 대거 포섭하는 데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란 풀이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전체 선거인단에서 대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충성도나 투표율을 감안하면 실제 승부는 대의원 투표에서 갈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의원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일반 당원 층에도 위원장의 입김이 미친다. 조직관리가 곧 당협위원장 관리로 여겨지는 이유다.
  
  당협 위원장 포섭전이 끝나면 다음 수순은 '조직 다지기'다. 포섭한 지역에서 이탈표가 생기지 않도록 수시로 대의원과 당원들을 접촉하고 독려하는 작업이다. 양 진영 간 '세 싸움'이 치열해 지면서 '어느 위원장이 다른 측으로 넘어갔다'는 소문이 횡행하는 터라 선거전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다지기'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는 매주 매주 당협별로 대의원.당원 상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성적이 좋지 않은 당협 위원장은 '다음 주 성적을 위해' 더 뛸 수밖에 없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달 31일 선대위 회의에서 "의원들은 안방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잡았다고 생각하는 당협위원장들을 계속 관리하라는 당부다. 의원을 포함한 당협위원장들에게는 자신의 지역구 뿐 아니라 서울지역 연고자들을 찾아 설득하라는 별도의 명령도 하달됐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여의도 캠프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 외엔 지역에서 산다"는 박 후보 측 한 경남 의원은 "하루라도 지역을 비우면 서울에서 '우리쪽 위원장이 넘어갔다더라'는 얘기가 들려와서 지역을 떠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직선거-금권선거, 구태의 시작
  
  문제는 선거가 조직싸움으로 치달으면서 구태도 함께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배포가 돼 있는 당원, 대의원들 선거인 명부를 토대로 50여 개 지구당을 하루 정도 조사해 보니 그것만 조사해도 상당히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사망한 사람이 36명이 포함이 됐고 그밖에 행방불명, 탈당, 국외거주, 주민번호 오기, 주소불명 등의 문제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협에서 대의원을 추천해 올리는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것이다.
  
  이에 황우여 사무총장은 2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에서 파악한 결과 선거인단 중 부적격자가 92명 파악됐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사망자와 탈당자가 대의원으로 추천돼 있었다는 얘기다.
  
  사무처 한 관계자는 "당협에서 '자기 사람'을 대의원 명부에 넣으려는 경쟁이 심해지다보니 세부적인 확인 절차에는 소흘해 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직선거와 쌍둥이인 금권선거에 대한 공방도 시작된 분위기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2일 "인천이나 광주 등지에서 조직적인 금품살포와 향응제공이 이뤄진다는 제보가 빈번히 나오고 있다"며 "제보를 모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 측에서는 "우리가 경고한 '조작된 금품수수 폭로 양심선언'을 위한 군불 때기 의혹이 짙다"며 '공작 가능성'으로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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