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일본유신회의 하시모토 대표와 태양당의 이시하라 대표가 16일 도쿄에서 만나 합당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6일에 열릴 중의원 총선을 앞두고 민주·자민당 등 기존 양당 구도에 대항하는 제3세력의 연합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하시모토 대표는 이시하라 대표와 회담에서 탈(脫) 원전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참가, 소비세 인상 등 일본유신회의 정책을 수용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시하라가 이를 받아들였다. 또 합당과 동시에 태양당은 해체하며 당명은 일본유신회로 확정했다. 대신 당 대표는 이시하라가 맡고 하시모토는 부대표를 맡기로 했다.
앞서 이시하라는 지난 15일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나고야 시장이 이끄는 '감세일본'과 합당할 뜻을 내비쳤으나, 하시모토 대표의 반대로 중단됐다. 일본유신회가 소비세 인상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증세에 반대하는 감세일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본유신회는 대신 다함께당과 공동 총선 공약을 만들어 정책 공조를 하기로 했다.
▲ 일본유신회와 태양당이 합당했다. 일본유신회 부대표 하시모토 도루(왼쪽) 오사카 시장과 대표를 맡은 이시하라 신타로(오른쪽) 전 도쿄도지사. ⓒ로이터=뉴시스 |
일본유신회와 태양당의 이날 합당으로 일본 내 우익 계열 정당들이 합종연횡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하지만 이시하라와 하시모토 쌍두마차가 이끄는 일본유신회를 비롯한 제3세력이 총선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명분 없는 합당? 일본유신회 지지율 하락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정치인으로 불리는 이시하라 전 지사와 하시모토 시장이 합당을 선언했음에도, 일본유신회가 민주·자민당의 양당구도를 깨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잇따라 제기됐다.
우선 이들이 내건 정책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일본유신회가 내세우고 있는 정책은 이상에 치우치거나 과격한 부분이 많아 실현 가능성에 의문에 제기되고 있다. 또 일본의 핵보유와 재무장을 주장하고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헌법 개정을 내세워 주변국과의 마찰이 예상된다는 점도 일본유신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권을 잡기 위한 명분 없는 합당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8일 사설에서 국가의 근본에 해당하는 기본 정책이 서로 다른 두 정당이 갑자기 합친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며 유권자를 경시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도쿄신문> 역시 정책이 다른 두 정당의 합당은 천적이 같은 배를 탄 '오월동주(吳越同舟)'처럼 보인다면서 졸속으로 손을 잡는 바람에 이미 균열의 싹이 보인다고 논평했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이 이런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일본유신회와 태양당이 몇몇 정책에서 극명한 대립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유신회는 탈(脫) 원전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참여, 소비세의 지방세화, 헌법 개정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태양당은 원전 유지, TPPA 반대, 헌법 폐기-자주헌법 제정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전과 TPPA 등 일본 내 첨예한 이슈에 대해서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결국 합당 때는 일본유신회가 주장하던 것을 주요 정책으로 채택했다.
여론조사결과도 일본유신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서 지난 16~17일 이틀간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에서 일본유신회는 8%, 태양당은 5%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자민당은 26%, 민주당은 13%의 지지를 얻었다. 일본유신회와 태양당의 지지율을 합해도 현 정부인 민주당의 지지율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결과는 일본유신회와 태양당이 이달 초 여론조사를 통해 받았던 지지율보다 각각 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또 이시하라와 하시모토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이른바 '제3극' 결집에 대해서는 '기대한다'는 응답이 48%로 이달 초 조사 때의 52%에 비해 다소 하락했다. 한 달을 앞둔 중의원 선거에서 제3세력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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