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을 납치, 억류하고 있는 무장단체 탈레반과 한국 정부의 직접 대면협상이 이르면 2일 열릴 것으로 보여 교착상태에 빠져든 인질 구명협상의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간접통화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와 직접 대면협상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AFP와의 전화통화에서 탈레반이 비밀장소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을 만날 팀을 선별했다면서 "우리 대표단이 현재 한국 및 아프간 정부와 접촉중이며 협상을 정확히 언제, 어디서 열 지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는 특정 협상장소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보안상 어디서 열릴 지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한국.탈레반 직접협상 임박..탈레반 "요구는 인질-동료 맞교환 뿐"
인질들이 억류된 아프간 가즈니주(州)의 미라주틴 파탄 지사는 "한국 대사 1명이 인질 석방의 방식과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탈레반과 직접 대면 협상을 할 계획"이라고 AFP에 밝혔다.
그는 "한국의 이러한 요구가 탈레반에 의해 받아들여졌으며 현재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를 열지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dpa 통신은 아마디 대변인의 말을 인용, 탈레반이 한국 정부 협상대표인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와 2일 첫 직접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통화는 강 대사와 탈레반의 한 대표 사이에 이뤄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그는 아직까지 한국측이 대면협상을 공식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인질과 동료 수감자를 교환하자는 탈레반의 요구를 아프간 및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도록 한국측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또 8명의 수감자 맞교환 외 어떤 다른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의 요구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인들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미국과 반기문(유엔 사무총장)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프간 협상단 대표사퇴 여파는
인질 석방협상을 위해 아프간 정부가 임명했던 협상단장인 와히둘라 무자디디 의원이 아프간 정부와 의견충돌로 이날 사퇴함에 따라 그 여파가 주목된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아프간 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무지디디가 "아프간 정부와 불화 때문에"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파지와크 아프간 뉴스통신도 무자지디 협상단장이 "한국인 인질석방을 위한 협상단 활동에 정부가 협조를 거부했으며 결국 피랍자들의 운명을 놓고 벌인 교섭은 관계당국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진전되지 못했다"고 비난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무자디디는 가즈니주 출신 하원의원으로 탈레반과 협상을 이끌어왔다. 이런 이유로 아프간 정부 안에서 협상을 둘러싸고 내분이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또 지난달 29일 탈레반 사령관 출신 국회의원 압둘 살람 로케티 등 협상단 일부도 협상에 진전이 없다며 카불로 철수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협상력에 바닥을 드러낸 아프간 정부가 인질석방 협상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 협상대표인 강성주 대사와 탈레반의 직접 대면협상 추진은 이러한 국면에서 나온 것으로 이제 공은 한국측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분석을 낳게한다.
◇ 아프간 의사들 인질 치료 시도
한국인 인질 가운데 2명의 병세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아프간 현지 민간인 의사들이 인질들의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아프간인 여성과 남성 의사들로 구성된 개인 의료팀이다. 이들은 인질 치료를 위해 가즈니주를 방문했지만 아직 탈레반측으로부터 허락을 얻지 못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AP 통신도 아프간 수도 카불의 개인병원장인 모하메드 하심 와하즈를 인용, 6명의 아프간 의료관계자들이 3일 가즈니주로 가 몸이 아픈 인질들의 치료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목적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 뿐"이라며 "우리는 의사인 만큼 탈레반이 우리에게 위해를 가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우리를 도와줄 탈레반이 조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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