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 對 탈레반 채널 '난맥'

근거없는 낙관론만…'시한 이틀 연장'도 틀려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 중 추가 희생자가 나옴에 따라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는 아프간 정부의 협상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질 사태가 열흘을 넘기면서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의 협상에서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할뿐 아니라 정보력까지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 정부는 인질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정확한 정보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두 번째 한국인 인질이 살해된 30일(현지시간)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인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지역인 가즈니주(州)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이날 한차례 연장된 협상시한(오후 4시. 한국시간 오후 8시30분)이 지난지 2시간여만에 현지 TV에 나와 "무장세력이 탈레반 재소자 석방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협상시한을 이틀 연장하는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탄 주지사의 발언은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탈레반이 연장된 협상시한이 지난지 4시간30여분만에 두번째 한국인 인질을 살해한 것.
  
  파탄 주지사가 탈레반과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한 연장을 발표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아프간 정부의 대(對) 탈레반 채널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파탄 주지사가 협상시한 연장에 관한 동의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채널을 구축한 무장세력은 한국인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전체에 대한 통제력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프간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근거없는 낙관론만 편 것 같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아프간 당국은 최근 탈레반 지휘관 출신 국회의원을 포함해 카르바그 지역 원로 등 탈레반에 확실한 채널을 구축하고 있는 인사들이 직접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자신했다.
  
  실제로 아프간 정부 협상단의 한 인사는 지난 2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질이 살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아프간 정부의 낙관론과는 달리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모하마드 유수프 아마디는 지난 29일 "아프간 정부와 더 이상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당시는 아프간 정부의 협상단 일부가 카불로 철수한 상태였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재소자 석방이라는 탈레반의 요구를 거부한 채 사태를 안이하게 대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 과정에서는 한국 정부가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탈레반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인상을 주는 아프간 정부를 설득하면서 미국 등 서구국가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