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이 30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 일본 정부에게 공식적이고 분명한 시인 및 사과, 역사적 책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 위안부 결의안 번역본 전문보기)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일본계 3세인 마이클 혼다(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하고 하원 의원 435명 가운데 168명이 서명,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해 표결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상.하원을 통틀어 미 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미 의회가 미국이 직접 개입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고 있는 일본 정부 주장의 부당성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일본의 최대우방인 미국 의회가 공식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와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위안부 결의안에 대한 첫 지지 발언을 통해 "어떤 나라도 과거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종군 위안부들이 강압없이 자발적으로 매춘행위를 했다는 일본측의 주장은 "강간(rape)"이란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강변이라고 지적했다.
랜토스 위원장은 또 "역사를 왜곡, 부인하고 희생자들을 탓하는 장난을 일삼는" 일본 내 일부 인사들의 기도는 "구역질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위안부들이 당시 자발적으로 매춘행위에 나섰다는 일본 일부 의원들의 워싱턴 포스트지 광고는 '분노스런' 주장이라며 "비인도적 행위들은 모두 시인돼야 하며, 세계는 일본 정부의 전면적인 책임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의안을 발의한 마이클 혼다 의원도 지지 발언을 통해 역사적 과오에 대한 화해의 첫걸음은 상처의 치유라며 일본 정부는 일제 종군 위안부들의 고통에 대해 명백하게 공식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혼다 의원은 하원 동아태소위 증언에 나선 이용수 할머니 등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뒤 "미 하원은 오늘 위안부들이 당한 모욕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공식적이고, 명백한 사과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원들의 결의안 지지 발언이 잇따랐으나 반대 토론자는 없었으며, 표결 요청도 없어 결의안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결의안은 위안부 문제를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사건 중 하나로 규정했으며, 일본의 새로운 교과서들은 위안부 비극과 다른 일본의 전쟁범죄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의안은 이어 일본 정부에 대해 ▲일본 군대가 강제로 젊은 여성들을 '위안부'로 알려진 성의 노예로 만든 사실을, 확실하고 분명한 태도로 공식 인정.사과하고 역사적 책임을 질 것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주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할 것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이에 대해 교육을 시킬 것 등을 요구했다.
또 결의안은 일본 정부의 위안부 시인.사과 방법과 관련, 일본 정부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도록 일본 총리가 공식 성명을 통해 발표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이번 결의안 채택은 일본의 대대적인 로비공세에 맞서 미국내 한인들이 미 의원들을 상대로 위안부 강제동원의 부당성과 결의안 채택의 의미를 설득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을 전개해 이뤄냈다는 점에서 미국내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미일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등 로비회사까지 고용,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기 위해 미 의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로비와 정치적.외교적 압력을 행사했다.
앞서 하원 외교위는 지난달 26일 위안부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9표, 반대 2표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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