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가 박근혜 후보 측 인사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하기로 결심했다고 이 후보 캠프의 오세경 법률단장이 27일 밝혔다.
오 단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고소 취소를 거듭 요구하고 있고 이 후보도 당의 화합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까지 터진 만큼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김 씨의 법률 대리인이 고소 취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예정했다가 번복하는 등 고소 취하와 관련해 '갈지자 행보'를 보여 온 김 씨 측이 검찰 변수를 우려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이 후보 캠프 측의 잇따른 요구를 수용하기로 최종 결정한 셈이다.
캠프의 다른 관계자도 "당 지도부의 고소 취소 요구가 김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그는 "취하 판단은 전적으로 김 씨 본인의 몫이었지 캠프와 상의한 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캠프와 김 씨의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혹을 우려한 것이다.
"각본에 따른 소 취하"?
그간 김 씨의 고소 취하와 관련해서는 이 후보 캠프 참여 인사들 중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 참모들은 "지금 고소를 취하할 경우 오히려 의혹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며 고소 유지를 주장했으나 "수사가 심화될 경우 향후 경선구도의 복병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점을 고려하면 김 씨의 고소 취소는 예정된 수순이다.
이에 오 단장은 "캠프에서는 모양을 갖춰서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나 역시 취소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 온 사람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검찰이 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고소를 취소하지 않겠다던 김 씨가 결국 소 취소를 결정한 이유로 검찰의 수사태도에 대한 불만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의 '도곡동 땅=이명박 소유' 발언으로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갑작스런 고소 취하는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씨가 처음에는 캠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고소취하를 거부한 것부터가 이 후보 캠프의 사전각본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전 교감 아래 처음에는 이 후보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가 국면이 불리하게 형성되자 은근슬쩍 꼬리를 내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몇 번째 고소 취하를 두고 말이 엇갈렸지 않냐"며 "이 후보가 의혹이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고소 취소 여부'라는 엉뚱한 사안으로 초점을 몰고 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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