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주의 여당과 세속주의 야당세력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아온 터키의 총선이 22일 오전(현지시각) 전국 16만여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7400만 인구 중 43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이번 총선은 이날 오전 7시(한국 시각 오후 1시) 동부 32개 지역에서 투표가 시작됐으며 앙카라,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가 있는 서부에서는 1시간 늦은 오전 8시 시작됐다. 잠정 개표 결과는 빠르면 이날 오후 9시(한국 시각 23일 오전 3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터키의 장래는 물론과 유럽과 중동지역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서는 14개 정당과 700여명의 무소속 후보가 550석의 의석을 놓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다.
지난 2002년 집권한 이슬람 성향의 개발정의당(AKP)은 여론조사 결과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관심은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 여부에 쏠려 있다. 지난 5월 이슬람 성향의 압둘라 굴 외무장관을 신임 대통령에 앉히려다 국민과 군부에 저항에 밀려 실패한 여당이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을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속주의 정부를 바라는 터키 군부와 중산층 이상의 터키 국민들은 집권당인 개발정의당이 내각은 물론 대통령직까지 장악할 경우 터키가 이슬람화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02년 총선 당시 개발정의당은 34%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10% 이상의 득표를 기록한 야당이 하나밖에 없어 3분의 2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바 있다. 터키에서는10%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게만 의석을 배분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세속주의 성향의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과 극우 성향인 민족행동당(MHP)이 각각 10%대의 득표율로 의회에 진출하며 친 쿠르드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도 의회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개발정의당이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하기는 일단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이번 총선에서 개발정의당이 개헌선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경우, 군부의 정치개입 등 터키의 정정이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이번 총선은 지난 2005년 시작된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과 이라크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터키 군부는 이라크 북부에 근거지를 두고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무장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 북부를 침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에르도안 총리는 타협에 의한 해결책을 추구하고 있어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이라크 정세가 한층 악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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