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대한의사협회 박경철 대변인입니다. 박경철 대변인은 1965년 안동 출생으로 89년 영남대 의대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중앙성심외과 원장과 대전나사렛예수병원 외과과장으로 근무했고 친구들과 함께한 어린 시절의 약속대로 40세가 되던 해에 고향으로 돌아가 지금은 경북 안동에서 신세계 연합병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과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등 책을 쓴 저술가이자.. 투자전문가와 방송인으로도 활약하고 있고 지난달부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겸 공보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박 대변인 약력을 소개하다 보니까 정말 다재다능하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경철 : 아닙니다. 재승박덕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어쨌든 이번에 속된 말로 감투를 하나 또 쓰셨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겸 공보이사인데, 어깨가 무거우시겠습니다.
박경철 : 예. 무겁습니다. 감투라고 표현하셨지만 짐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사실 전임 집행부에서 정치권 로비의혹이 있으면서 이번에 집행부가 바뀌면서 되신 거죠? 대변인을 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박경철 : 지금 의사사회가 잘 아시다시피 불미스런 일로 전 집행부가 퇴진하고 새로운 요구가 있어서 신임 집행부가 결성됐습니다. 문제는 의사 사회가 사회 대중으로부터 많이 괴리돼 있고, 실제로 잘못한 점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을 잘못하진 않았을 텐데 사회에서는 모든 일을 다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지금 딱 좋은 여건에 있어요. 그래서 의사의 눈높이가 아니라 대중의 눈높이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역할, 즉 대중과 사회와의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역할로 제게 임무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긴 고민 끝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면 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박인규 : 요즘 사실 노무현 정부도 그렇고, 홍보가 문제다.. 우리는 잘 하고 있는데 홍보가 잘 안 돼서 문제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얼핏 드는 느낌은 물론 박 대변인은 잘 알려지신 분이니까 그런 분이 대변인 겸 공보이사를 맡으면 의사협회의 역할을 잘 알릴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지만 잘 알리는 것만으로 될 것인가. 말하자면 의사분들 자체도 달라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박경철 : 공감합니다. 저희 의사들이 이번에 새로운 집행부가 결성되면서 신임회장이 던진 첫 일성은 통렬한 반성의 바탕 위에 다시 서겠다. 그 다음 의사협회의 구호를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의사협회'로 바꿨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갖느냐 하면, 그간 의사들이 사실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마 의약분업 파업 이후라고 생각됩니다. 2002년. 사실 좋든 싫든 사람은 태어나면 제일 먼저 얼굴 보는 사람이 부모가 아니라 의사 얼굴입니다.
박인규 : 많은 사람들의 고향이 다 병원이고...
박경철 : 그렇습니다. 그리고 세상 떠날 때도 의사의 손을 잡고 떠납니다. 그러고 보면 사실 의사는 사회 일반 모든 국민들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기가 가장 좋은 여건을 갖고 있죠. 또 실제로 그래야 하고. 세상에 태어나면서 출산과 동시에 얼굴을 마주했던 의사와 떠나는 순간 손을 잡아야 할 의사가 왜 이렇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가 저희들이 고민했습니다. 세상이 한 20년 동안 굉장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민주화 됐고, 경제사정 좋아졌고 많이 개방도 됐고, 일반적 보편적 인식들, 권위주의도 무너졌고 세상이 많이 바뀌었죠. 그 기간 동안 우리 의사들이 사회에 기여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자문해 보면 부끄럽습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목소리를 낸 적도 없고 사회에 일정 부분 적극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 나선 적도 없고, 그저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환자 보고 수술실에서 수술만 하면 됐지 사회의 목소리와 우리와는 별개의 문제 아니냐는 시각이었지만.
사실 우리가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리는 전제조건은,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은 개념이죠. 존경받고 싶으면 존경받을 만한 일을 해라. 하지만 의사들은 존경 받기 원했지만 존경 받는 일을 못했습니다. 반성합니다. 잘못된 일이구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저희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되고 변해야 됩니다. 말로만 통렬한 반성의 바탕 위에 서겠습니다, 하고 말해도 또 1, 2년 지나서 그 모습 그대로라면 의사들은 이제 신뢰를 얻을 방법이 없고 그야말로 장사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감 느끼고 있고 반성합니다. 잘 할 겁니다.
박인규 : 상당히 솔직하고 통렬한 자기반성의 말씀을 해주셨는데, 최근에 극빈자들을 위한 의료급여제도가 나오면서 의사협회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어요. 특히 약간 새롭달까? 시민단체와 의사단체가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전례 없는 일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 새로운 의료제도에 대한 의사협회의 반대, 이것도 말씀하신 사회에 대한 기여의 일환으로 시작하신 겁니까?
박경철 : 예. 첫 번째 사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부에서는 이걸 또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매도하고 있지만 그 부분 변명하고 싶지만 않겠습니다. 과거에 어떤 일을 해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만한 일을 했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냥 묵묵히 원칙을 지키겠습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시민단체와 의사단체는 기본적으로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기 때문에, 항상 소비자와 공급자는 대립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단체와 의사단체가 공동연대를 결성해서 의료소외자의 진료권 보호를 위한 행동연대를 결성하고 지난 화요일에 합동기자회견까지 열고 무한의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발표했죠. 다른 이유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의료라는 것은 보편적 권리고 헌법정신입니다. 갖지 못했다고 3등 국민이 되고 부자라고 1등 국민이 되는 것, 한국 사회의 현실입니다. 교육에서 특히 그렇죠. 하지만 교육까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의료는 생명입니다. 만약 생명마저 1, 2, 3등 국민이 나뉜다면 이것은 이 나라는 살 나라가 아닙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신 건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아프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새로운 의료제도를 반대하는 이유가 그런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내용을 잘 모르시는 청취자들을 위해서 새로운 의료급여제도가 무엇이며 이게 왜 문제가 되는가 설명해 주시죠.
박경철 : 먼저 지금 국가 재정으로 의료에 대한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국민이 현재 한 180만 정도 됩니다.
박인규 : 의료급여라는 게 의료비가 없어서 쉽게 말하면 공짜로 진료받는 분들이죠?
박경철 : 네. 물론 그 중에서는 1종과 2종이 있고, 1종은 진짜 극빈자입니다. 이분들은 진료비 전액을 정부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무상 진료를 받을 수 있구요, 2종은 의료보험환자들은 받는 액수의 3분의 1정도를 부담하게 돼 있습니다. 차상위계층이죠. 그런데 극빈계층, 또 차상위 계층의 경우 이분들에게 정부에서 지원하는 재정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정부에서는 재정을 줄여야 공무원이 잘 하는 겁니다. 재정을 줄이자는 취지, 공감하구요 그래야 됩니다. 방만한 살림을 해선 안 되죠. 문제는 이 재정증가의 원인을 지난번 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정이 이렇게 급속도로 소모되는 원인은 의료급여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1년에 수천 번 병원에 간 사람, 한 달에 300장의 파스를 탄 사람 이런 사례를 들었죠.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의료급여 재정이 문제가 되니 이분들의 도덕적 해이를 일단 고치는 방법을 강구한다, 이것이 정부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난 다음 보건복지부 장관이 퇴임한 다음에 반성문을 썼죠. 공개적으로. 자기가 거론했던 환자들의 사례는 정신질환이 있었거나 혹은 복합성 병으로 온 몸에 진짜 견딜 수 없었던 환자였음이 밝혀져서 그때 그 사례를 들었던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어요.
박인규 : 그분들은 공짜라고 마구 간 게 아니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박경철 :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죠. 의사단체에서는 처음에는 냉소적으로 바라봤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이 문제는 실제로 병원 경영에 미치는 영향의 0.03%도 되지 않습니다. 병원 수익과는 큰 관계가 없다. 왜냐 하면 이런 제도든 저런 제도든 간에 실제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이유로 재정을 절감하는 방식을 난수진자, 즉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든 정부가 사실은 도덕적 해이로 인해서 이 제도를 만들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어려운 이야긴데 왜 제가 정부의 도덕적 해이라고 말하느냐 하면, 의료급여재정의 급속한 증가원인이 이 극소수 난수진자의 원인이 아니라 그것은 정말 미미한 것이고, 정부 혹은 지자체가 급여대상자를 무차별 확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랜저 타고 보호1종 카드를 들고 급여권자로 진료받는 환자 실제로 있습니다. 강남에 주상복합 살면서 진료비 혜택 받는 사람 있습니다.
박인규 : 자기 스스로 의료비를 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박경철 : 그렇죠. 수십억짜리 저택에 살면서 세금 안 내는 사람처럼. 이런 사람들도 있을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선심성으로 지정을 마구잡이로 한 결과 재정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된 거죠.
박인규 : 대략 그런 분들이 최근 얼마나 많이 늘어났습니까?
박경철 : 상당히, 최근 2, 3년간 20% 정도가 늘어났습니다.
박인규 : 그 중에는 상당수가 자격이 안 되는데도
박경철 : 자격이 안 된다는 표현보다는, 정말 생명에.. 이것을 지원하지 않으면 병원조차 갈 수 없다고 꼭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냐 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과거보다 대상폭이 늘어났구요. 이 부분도 정부와 충돌하죠. 복지대상을 늘리는 것 좋습니다. 하지만 재정절감과는 어긋나죠. 정부의 문젭니다. 문제는, 그래 놓고 이것을 줄이기 위한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 하면, 이렇게 무차별로 지정한 것을 줄이겠다가 아니라 난수진자를 제어한다는 명목으로 전체 지정자들의 병원 이용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낸 게 문젭니다.
박인규 : 이번에 된 것이 아마 1년에 4번만 가고 그 이상은 돈을 내고 한 병원만 가라. 그렇게 돼 있죠?
박경철 :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이렇습니다. 두 가지 논점이 있고, 의사협회가 반윤리적이라고 얘기하는 이유가요, 의료급여혜택을 받고자 한다면 의료급여환자들은 1개 병원만 지정해서 다녀라. 만약 다른 병원에 가면 의료보험환자처럼 일부 내는 것도 아니고 전액 진료비를 본인이 내라. 이 말은 한 군데만 가라는 얘기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당뇨병이 있어서 내과를 지정하신 분이 다리가 부러졌으면 내과 가서 진료받아야 됩니다. 외과 가면 전액 내야 됩니다. 관절염 때문에 정형외과를 지정하신 분이 심장병 걸려서 쓰러지게 되면 정형외과에서 심전도 검사해달라고 해야 됩니다. 속이 쓰리면 정형외과 의사 붙들고 내시경 해달라고 호소해야 되죠. 이게 지금 정부가 갖고 있는 반윤리적인 것이고요. 두 번째, 만약의 경우에... 지정된 병원도 마찬가집니다. 한 달에 6번까지는 무료지만 7번째부터 돈을 내라는 겁니다.
물론 한 달에 6번 이상 가는 환자가 전체의 10%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머지 90%가 아직까지 해당되지 않았지 앞으로도 안 될 수 없다는 아니구요. 이분이 예를 들어 다리를 다쳐서 이번달에 병원에 6번 갔습니다. 7번째 만약 심장병이 발생하면 병원에 못 갑니다. 돈을 내야 되구요. 의료는 이렇습니다. 의사가, 내가 병원에 갓을 때 병이 잘 안 낫거나 혹은 진단이 의심스러우면 다른 병원에 가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죠.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는 암 치료율도 늘고 발생률도 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암 발생이 실제로 늘었다기보다는 과거에는 속쓰리면 넘어가던 것을 병원 가서, 우리나라는 의료비가 낮으니까 빨리 조기 발견해서 치료하니 암 발병은 높아지고 치료율은 좋아지는 효과가 생긴 거죠. 이거 못하게 하는 겁니다. 6번 밖에 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는데 환자가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수백만 원씩 내고 정기검진을 받을 수 있는 상류층은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일반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의료선택권조차도 없으니 의료급여자들, 또 생활보호대상자들은 그냥 죽으라는 말입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새로운 의료급여제도에 대한 의사협회의 입장은 뭡니까?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까?
박경철 : 지금 의사협회에서는 불복종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돈 내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있고 있구요. 병원에 가서 돈 내라면 우리는 못 내겠다. 그리고 한 군데 가라고 하지만 다른 병원도 가겠다. 가서 진료 안 해주면 진료거부로 생각하겠다고 얘기하고. 보통 이럴 경우 의사협회에서는 맞받아쳐야 되죠. 돈을 안 내면 되느냐, 돈 내라. 이렇게 해야 되지만 의사협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 안 받겠다. 우리가 무상으로 진료해 드리겠다. 그러니까 정부에서 뭐라고 협박을 합니다. 의사협회에서 급여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으면 전체 진료비 자체를 지급 안 해버리겠다. 그러면 병원 경영 못 할 테니까 압박을 하는 겁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서로 강경대치를 하고 있는 거죠?
박경철 : 예. 아니, 어려운 환자에게 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에게 표창을 주지는 못할망정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본인부담금을. 더 문제는 의사들이 그래서 지금 한 달째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지 않고 이미 지금 시행하고 있습니다 과거대로. 지금 재정압박을 받고 있죠. 의사협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의사협회 건물을 팔고 천막에 나앉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가 대신 진료비를 감당하겠다. 정부에서 돈을 못 내겠다면 의사들이 감당하고, 협회 건물 팔아서 그 돈이 소진되면 일반 병원에서 각자 병원을 팔아서라도 감당하겠다. 이렇게 지금 강경대책국면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박인규 : 모처럼 의사협회에서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해서 자기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한 번 해보겠다고 하는 건데, 이게 정부와 의사협회와 시민단체 간의 강경대결보다는 원만하게 풀려야 할 텐데, 의사협회에서는 원상복귀가 좋다고 보는 겁니까, 어떤 겁니까?
박경철 : 저희들은 대안들이 많습니다. 논의할 수 있구요, 재정절감 동의합니다. 그리고 일부 의료기관에 만약 문제가 있다면 저희들 스스로 강력히 처벌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즉 의료급여 환자들을 유치해서 상술로 진료하는 병원이 만약 있다면 복지부에서 우리에게 징계권만 준다면 우리 스스로 병원을 박탈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일부 소수의 문제를 전체로 매도해선 안 되죠. 지금 의사협회에서 이렇게 말하니까 정부의 복지부 본부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겠다는 약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의사들의 바람직한 변화는 칭찬할 만하지만 이 추세가 언제까지 가는지 지켜보겠다. 이렇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구요. 거기에 대해서는 대변인 자격으로 이런 논평을 했습니다. 정치인 출신 전직 실세 장관의 유지를 받들어 서민의 건강을 외면하고 전직 실세 장관에게 충성을 하다는 복지부 관료들의 충성심도 칭찬할 만하다. 이렇게 반박했죠. 그야말로 날카로운 감정대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인규 : 이게 자칫하다가는 서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사태까지 벌어져서는 안 될 것 같구요.
박경철 : 그렇지는 않습니다. 의사들이 병원을 팔아서라도 지키겠습니다.
박인규 : 어쨌든 정부와 의사 간에 원만한 타결책이 나와서 무엇보다도 가난하신 분들도 아프지 않을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참고로 여쭤보고 싶은데 지금 전국에 의사가 몇 분 되시죠?
박경철 : 10만입니다
박인규 : 굉장히 많군요. 의사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시는 분인데 박경철 대변인께서는 의사이시기도 하면서 주식투자 전문가로 알려지셔서 요즘 올 봄부터 워낙 주식시장이 뛰고 이래서 지금 난리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요즘 증시흐름이 정상적인 겁니까?
박경철 : 정상적입니다.
박인규 : 지금 많은 분들이 주식시장에 끼어들어야 될까 말아야 될까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투자전문가 입장에서는 어떻게 조언하시겠어요?
박경철 : 항상 뛰어들어라, 라고 말합니다. 왜냐 하면 우리나라가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구요. 과거에는 생산수단이 공장과 기계였지만 지금은 생산수단이 사람이고 지식입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탕정공장.. 최고의 생산성을 보이겠지만 거기에 있는 평당 생산성보다 명동 파이낸스센터에 있는 생산성이 제 생각에는 한 만 배 쯤 높을 것 같습니다. 그 안에는 맥킨지도 있고 외국계 은행 증권사도 있고 로펌도 있습니다. 거기서는 생산수단이 바로 사람이고 두뇌죠. 이런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우리가 발행된 모든 화폐의 100%가 물건을 사는 데 소모하기 위해서 발행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쌓이다 보니 전체 화폐의 10%만이 물건을 사는 데 쓰이고 90%는 돈을 사는 데 쓰는 세상입니다. 돈으로 돈을 사죠. 쉽게 말하면 돈이 움직이는 이런 환경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맥락 차원에서 거대한 흐름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부의 축적수단으로 유효한 것이다.
박경철 : 아직 최소한 몇 년간은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런데 최근에는 너무 급히 오른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을 거 아니냐, 조정이 곧 올 것이라는 얘기도 하고. 조금 길게 봐서는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괜찮지만 그 뒤로는 내려갈 수도 있다 장기적인 흐름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경철 : 그걸 예측할 수 있다면 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요, 마라톤 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게임이냐 아니냐, 두 가지로 놓고 봤을 때 지금 가을바람 선선하고 비도 한 번 내렸고, 가을 낙엽도 떨어졌고 완주하기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한여름 땡볕에 뛰는 건 아니구요, 가끔은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면 숨도 차고 보폭도 늦추고 때에 따라 물도 한 잔 마시겠지만 결국 완주는 할 것 같고요. 또 완주의 지점이 최소한 2010년... 2, 3년까지는 갈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아직은 투자하기 좋은 시기다. 오랫동안 주식투자를 해오셨으니까, 예전에는 개미투자자들 항상 손해본다. 또 우리 투자자들 속성 중에서 묻지마 투자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 많이 달라졌다, 합리적인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좀 많이 달라졌습니까?
박경철 :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의 행태를 보이시는 분들은 여전히 보이고 있고요, 다만 신규 유입되는 자금들이 펀드 쪽이나 간접자금 쪽으로 많이 돌아섰고, 또 과거에 아픔을 겪었던 분들이 그쪽으로 좀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투기성 농후합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을 보면 70% 이상의 거래회전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직까지도 우리가 이런 투자마인드가 선진화 됐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주식투자의 요령을 한두 마디로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부동산 시장대로 가다 보니까 증권이나 주식투자를 해볼까, 그런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한테 적어도 이거 하나는 마음 속에 새겨둬라, 할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경철 :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계속 오를 때는 언제 살까만 고민하고, 계속 하락하고 있을 때는 언제 팔까만 고민해라.
박인규 :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팔아라.
박경철 : 대개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면 너무 많이 올랐으니까 팔아야 된다, 언제 팔까를 고민합니다. 가격이 떨어지면 언제 살까를 자꾸 찾죠. 하지만 지금처럼 장기적으로 오르고 있을 때는, 조금 떨어지면 아이고 언제 살까 이것만 고민하구요, 예전처럼 길게 떨어지고 있을 때는 그나마 들고 있던 것이 조금 반등하면 찬스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데도 대개 사람들은 거꾸로 합니다.
박인규 : 오를 때는 언제 살까, 내릴 때는 언제 살까.. 그렇군요.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시면 상근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박경철 : 의사들이 임원을 맡고 있는 협회인데, 사실 협회 일을 하느라 본업인 의사 일을 소홀히 하고 업무를 그만두고 행정일을 한다는 것은 의사로서의 정체성에 오히려 문제가 있습니다. 원래는 내가 일선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면서 환자의 아픔을 느끼고 환자의 표정을 보면서 의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상근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지만 규정상. 저는 가능하면 진료를 병행하면서 실제로 현장의 목소리와 우리 내부의 목소리를 결합하는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고 싶습니다.
박인규 : 지금 그러면 안동과 서울을 오가시면서 진료와 대변인 활동을 같이 하시는 겁니까?
박경철 : 그렇습니다. 어제 오후 2시에 내려가서 수술하고 오늘 새벽 4시에 다시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박인규 : 힘들지 않으세요?
박경철 : 힘듭니다. 그렇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박인규 : 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셨는데 일단 첫 번째 과제가 새로운 의료급여제도를 제대로 바꾸는 문제 가지고 싸우고 계신데, 더 나아가서 의사의 사회적 역할 면에서 앞으로 의사협회에서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 그런 복안 같은 게 있으신가요?
박경철 : 다양한 논의들이 있구요, 지금 의사협회 집행부 안에서도 사회 속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과거에 이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미의사협회의 목소리는 대단히 진중합니다. 모든 의료 관련 현안에 대해서 거의 결정권을 갖고 있다시피 합니다. 그만큼 존경받고 있죠. 우리 의사협회는 이렇습니다. 과거 사스 같은 문제가 터졌을 때 정부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병원들은 우리 병원을 지정하면 곤란해진다고 도망다녔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터지면 의사협회 건물 내드리겠습니다. 차라리 여기를 격리병동으로 쓰십시오. 우리가 의사들이 여기 총출동해서 진료할 테니까 쓰십시오. 물론 이건 제 개인안입니다만, 공론화 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사안이 생긴다면 그런 식으로 접근할 생각이구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국민의 편에 서서 조만간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 언제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들, 내가 몸이 아플 때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플 때도 찾아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의사가 될 수 있게 애쓸 생각입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시면서 태어나면서 처음 만나는 게 의사고 돌아가실 때도 만나는 게 의사인데, 사실 의사는 국민의 친구가 돼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앞으로 의사협회가 진짜로 10만 의사가 4700만 국민들의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금방 되진 않겠지만 많은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박경철 : 지켜봐 주십시오. 만약에 이번에 저희들이 이렇게 공언을 하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아마 사회를 저희들을 버릴 겁니다. 저희들이 알고 있습니다. 잘 할 겁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의사 분들께서도 상당히 절박한 각오를 하신 것 같구요, 많은 긍정적인 변모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대한의사협회 박경철 신임 대변인과 함께 우리 의료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우리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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