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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카다피, '에이즈 간호사' 좀 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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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카다피, '에이즈 간호사' 좀 풀어줘"

항소심 판결 이틀 앞두고 리비아에 친서 보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9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지도자에게 '양국 간 유대강화'를 희망하는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카다피가 핵무기 개발 완전 포기를 선언한 후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됐지만 부시 대통령이 친서까지 전달해 '관계 회복'에 대한 희망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카다피, 여론 등지고 서방 손 잡나….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를 방문한 프랜시스 타운젠드 국토안보보좌관이 전했다. 백악관은 친서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부시 대통령이 미국과 리비아 간 현안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만 밝혔다.
  
  양 국 사이의 현안은 크게 두 가지다. 1988년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리비아 인에 의해 발생한 팬암기 폭발사고에 따른 미국인 희생자 보상과 리비아 어린이들에게 HIV를 감염시킨 혐의로 작년 연말 사형이 선고된 불가리아 간호사 석방 문제다.
  
  방점은 후자에 찍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리비아 대법원에서 이 간호사들의 항소심 판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 석방 문제는 사실 미국과 리비아 간의 쟁점이라기보다는 서방국가 전체와 리비아 정부 간의 갈등에 가깝다.
  
  사형선고를 받은 불가리아 간호사 5명과 팔레스타인 의사 1명은 1999년 근무하던 병원의 어린이 400명에게 에이즈 치료법 실험을 위해 HIV 오염 혈액을 고의로 수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간호사들과 불가리아 정부, '국경 없는 변호사회' 등 서방 인권단체들은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재생주사기를 매개로 우연히 바이러스가 옮겨간 것일 뿐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무죄 방면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리비아 정부는 피해 어린이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경우 석방도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불가리아 정부는 보상을 할 경우 간호사들의 유죄를 인정하는 격이 된다며 이마저 거부하면서 갈등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간호사들의 '총살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기류가 급변한 것은 사건 발생 7년만인 2005년이었다. 리비아 대법원이 하급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벵가지 형사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미국과 리비아 간 외교관계 복원이 급물살을 타던 시점에 나온 '정치판결'이었다. 항간에는 '카다피가 미국 대사관과 볼리비아 간호사를 맞교환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하급법원으로 내려간 사건이 대법원으로 다시 올라오기까지는 2년이 더 걸렸다.
  
  그 동안 불가리아는 유럽연합에 정식 가입했다. 올해부터 EU 회원국이 된 불가리아는 첫 선물로 이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EU가 불가리아 대신 피해 어린이를 위한 구호기금을 조성키로 하며 문제 해결에 팔을 걷었고 부시 대통령까지 카다피에게 선처를 호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친서에서 지난 해 양국 외교관계 정상화 이후 매우 큰 진전이 있었고 리비아와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공고화 해 나가길 희망하면서 "양국 관계가 발전할 경우 국민들이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번 갈등이 서방의 요구대로 해결될 경우 카다피에 '선물'이 있을 것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다피에겐 선처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 어린이 가족에 동정적인 여론을 따를 것이냐, 부시 대통령과 유럽의 요구를 따를 것이냐에 대한 카다피의 선택은 향후 리비아의 진로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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