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産) 제품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결국 피를 불렀다.
중국 정부가 지난 10일 정샤오위 식품약품감독관리국 전(前) 국장(장관급)에 대한 사형을 전격 집행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정 전 국장은 가슴성형주사제 등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6종의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의 승인을 도와주는 대가로 8개 업체로부터 649만 위안(7억 700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다. 정 전 국장이 뇌물을 받고 승인해 준 간장약에는 유해 성분이 포함돼 있어 이를 복용한 사람 가운데 최소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 전 국장의 죄가 크지만 그래도 1심 판결이 나온 지 40여 일 만에, 또 정 전 국장 측의 항소에 대해 고급 인민법원이 "항소 이유 없음"을 선고한 지 20일도 채 안 돼 속전속결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 전 국장은 2000년 이래 사형을 당한 이들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최고인민법원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사형을 집행할 정도로 중국 정부가 서두른 데에는 최근 들어 중국 식품의 안전성이 전 세계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지떡' 된 '메이드 인 차이나'
지난주 발행된 <뉴스위크> 최신호는 중국산 감기약, 치약, 양식 수산물, 애완동물 사료, 장난감 등에 독성물질이 함유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전 세계가 공포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미국 정부는 중국산 해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식약청(FDA)이 금지한 항생제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미국 소비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중국산 장난감에 납 성분이 들어있다며 리콜을 실시했고 지난 3월에는 화학재료로 오염된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로 미국에서 애완동물들이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남미 국가들은 맹독성 물질이 함유된 중국산 치약으로 한 차례 파동을 겪었고, 중국 내에서는 불량 이유식을 먹은 아이 50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로 인해 중국산 전체가 안전기준조차 갖추지 못한 '저질 상품'로 매도될 위기에 처하자 중국 정부가 정 전 국장을 사형시키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식의약품에 대한 단속 강화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한 것이다. 이는 생산자들이나 검사를 맡은 공무원 등 중국 내부를 향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산도 리콜한다….
내부단속과 함께 '중국산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킨 미국에 대한 반격도 이어졌다.
<신화통신>은 중국정부가 미국에서 수입된 무가당 음료를 식용색소가 과다 첨가됐다는 이유로 반품조치했다고 전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검열 강화는 중국 정부가 한 달 전부터 예고해 왔던 것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딴지가 유독 심한 데에는 미·중간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과 중국의 급성장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안전성이지만 그 뿌리가 깊은 만큼, 양국 수출품을 둘러싼 미·중 간 공방은 한층 더 노골적인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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