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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는 경제성공의 그늘, 앞으로 10년은 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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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양극화는 경제성공의 그늘, 앞으로 10년은 더 간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09]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상)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대기업 호황과 가계 불황에 따른 양극화의 민생고가 앞으로 10년은 더 갈 것이다.." 경제발전론의 대가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사회 경제 현안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라고 지적을 하면서도 양극화 현상은 실패가 아닌 성공의 그늘이라고 말합니다. 박 전 총재는 우리 경제의 장래가 밝다고 진단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를 초대해 현재 우리 사회와 한국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현실경제의 중심에 서 있었던 원로의 얘길 들어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잽니다. 박승 전 총재는 1936년 전북 김제 출생으로 1961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74년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61년 한국은행에 입사했고 1976년부터 2001년까지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금융통화운영위원과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건설부 장관을 역임했고 2002년 한국은행 총재로 취임해 지난해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박인규 : 한국은행 총재직에서 퇴임하신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퇴임하시면서 완전한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 강연이나 기고도 안 하겠다고 하셨는데 지난 1년 3개월 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박승 : 그때 말씀드렸던 대로 완전 자연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현실 문제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고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체중도 많이 감량돼서 옛날 체중으로 다시 돌아가서 건강도 더 좋아졌습니다.

박인규 : 대학교수도 하시고 장관도 하시고 한은 총재까지 하셨는데, 바쁜 공직생활을 하시다가 갑자기 자연인으로 돌아가신 분들은 어떻게 보면 허전하기도 하다는 말씀도 하시던데요... 그렇진 않으십니까?

박승 : 그런 점도 있죠. 그동안 사실 저는,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사회활동에서 오는 성취감을 보람으로 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퇴임해서는 이제는 저 개인에게 충실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건강, 취미, 그리고 제 손자가 10명이에요. 손자들 돌보는 일, 그리고 정치 문제나 사회 문제, 현실 문제는 되도록 관객의 입장에 서있습니다,

박인규 : 박 전 총재님의 이력을 보니 61년도에 한국은행에 들어가셨어요. 우리나라 경제개발이 62년도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는데,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을 현직에서 교수로나 관료로서 봐 오신 입장이신데... 현재 우리 경제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프레시안

박승 :
자세한 말씀은 뒤에 가서 드리겠습니다만. 우선 아시다시피 우리나라가 그동안 고도성장에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과거 40년 동안 연 8%의 고도성장, 산업화 성장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큰 구조적 변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러한 산업화 고도성장기에서 선진화의 성숙단계로 이행하는, 그래서 성장속도를 늦추는, 다시 말씀드려서 감속성장기에 들어섰다. 다시 말씀드리면 과거 40년간 8% 성장시대가 끝나고 이제 3%로 가느냐 5%로 가느냐. 제가 볼 때는 3%로 가는 것은 경착륙이고 5%로 가는 것은 연착륙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과거에 보면 독일 같은 나라는 6, 7% 고도성장을 하다가 2%로 경착륙을 했어요. 1973년 얘깁니다. 그때 우리와 비슷한 단계인데. 그런 반면 일본은 8% 성장에서 4% 성장으로 비교적 연착륙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4 내지 5% 성장을 하고 있는데 제가 볼 땐 이런 정도 수준의 성장속도는 연착륙이라고 보고, 현재 4, 5% 성장세를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선진화 성숙단계로 원만하게 진입하고 있다고 보시는군요.

박승 : 그렇습니다. 정상적으로 지금 성숙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산업화 시대를 졸업하고 이제 선진화 성숙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으로 정상적으로 가고 있다.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얘깁니다.

박인규 : 문제는 사실 서민경제인데, 최근에 상반기 수출만 해도 1740억 달러인가요... 대기업들은 그야 말로 잘 나가고 있는데 양극화가 문제라는 건 많은 분들이 지목하고 있어요. 박 전 총재께서는 양극화가 앞으로 10년은 더 갈 거다. 상당히 용감한 발언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10년을 더 겪어야 되는가. 그렇게 보시는 이유가 어떤 겁니까?

박승 : 이 양극화가 왜 생기느냐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집니다. 하나는 개방시대입니다. 아시다시피 개방시대는 나라의 국경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되면 세계의 강자만 살아남습니다. 세계 1등 가는 경쟁력을 가진 상품만 살아남죠. 그러니까 강익강이 되는 거죠. 강자는 점점 강해지고 약자는 점점 약해지고. 그런데 또 하나의 원인은 중국 경제의 부상입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의 임금은 한국의 15분의 1, 20분의 1 밖에 안 됩니다. 저임금이 밀려오니까 중국의 저임금에 의해서 침몰하는 것은 약한 자입니다. 말하자면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 이런 약한 자. 이 두 가지가 결합해서. 그러니까 개방경제와 중국 경제의 부상이 결합해서 생기는 현상이, 강한 자는 점점 잘 되고... 경쟁우위 산업.. 그 산업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이런 것들입니다. 이게 대기업 제품 아닙니까. 이런 경쟁우위산업은 점점 더 커지고 잘 되고. 세계시장에 뻗어나가니까.

그리고 경쟁열외 산업. 경쟁력이 밀리는, 특히 중국한테 밀리는 건 주로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입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다 우리 국민들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고 국민들이 먹고 사는 걸 여기서 맡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것들은 점점 침몰하고.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가 몇 년 전부터 대기업의 이익은 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을 수년 내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호황을 누리고 있고. 그런 반면에 음식점 안 되고 택시 안 되죠. 세탁소 안 되죠. 이런 중소기업, 자영업, 농민들 이런 부분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것이 이른바 양극화인데, 이것 때문에 소득분배도 악화해서 빈부격차가 커집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만 있는 걸로 생각하면 잘못된 겁니다.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개방화와 중국 경제 때문에 생기는 거기 때문에, 미국, 영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세계적인 현상인데 다만 우리나라는 변화가 빠르다 보니 그 충격이 더 큰 것 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보면 양극화는 하나의 성장통이다. 성장과정에서 생기는 하나의 아픔이다. 그리고 이것은 경제가 잘못돼서 생기는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경제가 활기차게 뻗어나가기 때문에 생기는, 말하자면 경쟁우위산업과 열외산업 간의 구조변화에서 생기는 성공의 결과로 생긴다.

박인규 : 경제가 발전하는 데 따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박승 : 그런데 이것이 없어지려면 결국 경쟁열외산업이 경쟁우위산업으로 바뀌어야 됩니다. 이 구조가 바뀌는 건데 하루아침에 안 되고 한 10년은 가야 한다. 그래서 대세는 10년쯤 갈 거라고 보는 거죠.

박인규 : 여러 가지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이해되긴 합니다만, 그 고통을 감당해야 되는 서민층으로서는 상당히 10년이면 긴 기간인데. 최근에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경기가 회복돼서 서민층의 고통은 당장은 경감되기 어렵겠네요.

박승 : 요즘 와서 경기회복이 뚜렷해지고 있죠. 아마 하반기 갈수록 경기회복세는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올해 와서 경기회복이 과거와 다른 것 중 하나는, 반가운 현상으로서는 체감경기도 개선될 것이란 겁니다. 따라서 체감경기가 개선된다는 건 양극화가 완화될 것이다. 양극화 현상이 개선될 조짐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러면 작년까지 안 그러다가 올해 와서 왜 갑자기 체감경기가 좋아지느냐, 왜 양극화가 완화되느냐 하면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동안의 경제성장은 IT경기가 주도했습니다. 아시다시피 IT경기란 고용효과도 없고 국내 산업에 대한 설비효과나 국내 산업의 파급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원자재도 안 쓰고 부품산업도 일으키지 못하고. 그런데 올해 와서는 굴뚝산업이 성장을 주도합니다. 이미 한물 간, 중화학공업이죠. 조선, 철강, 시멘트, 화학, 이런 원자재 산업들. 이런 것들이 한참 성장합니다.

이건 중국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것 때문에 점점 고용이 늘어나고, 또 거기서는 점점 원자재를 쓰니까 파급효과가 국내 산업에 들어가고. 이런 효과가 하나고. 또 하나는 이것 때문에 큰 원인이 있긴 하지만 주가상승입니다. 주가가 많이 올랐죠. 그럼 사람들이 자산효과가 있어서 생활이 좀 나아집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때문에 체감경기가 개선될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극화 문제가 완전히 끝나느냐, 그렇진 않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그 대세는 한 10년. 구조조정이 끝나야 될 거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한 10년간은 대기업은 호황이고 가계 부분은 어려움을 겪는 그런 현상이 한 10년 갈 것이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중국 경제가 우리한테 병도 주고 약도 주고 하는 것 같은데요. 일단 체감경기가 좋아지겠지만 크게 봐서는 10년 정도는 힘들 것이다.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어쨌든 서민층의 고통을 덜어줄 방안은 나와야 되는 거 아닙니까?

▲ ⓒ프레시안

박승 :
그래서, 문제는 양극화를 해소할 방법이 무엇이냐. 그런 문제가 되는데 우선 이렇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은 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이다. 그럼 그 소득이 결국은 가계로 환류, 재분배될 거 아니냐. 그럼 돌고 돌면 양극화가 없어질 텐데 왜 양극화가 생기느냐.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기업의 거대한 이익이 가계에 환류가 안 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럼 이 대기업의 소득이 가계 쪽으로 환류되는 메커니즘은 투자라는 겁니다. 대기업이 돈을 벌어서 국내에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지으면 거기 인부도 쓰고 여러 가지 쓰니까 돈이 돌 텐데, 대기업이 돈이 돌면 국내 투자를 안 해요. 왜냐, 국내는 임금도 비싸고 고비용이고 노사관계는 골치 아프고. 그러니까 전부 해외로 달아납니다. 국내투자를 안 하고 해외투자로 달아나 버리죠. 그럼 국내는 끝나는 겁니다. 또는 기업이 그 돈을 가지고 부동산을 사거나 주식을 사거나, 그렇게 자산가치만 올라가고 이렇게 되니까 환류가 안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나는 국내투자가 되도록 증대정책을 써야 한다. 국내투자를 유발시켜야 한다. 대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도록. 이것이 하나고. 또 하나는 그렇다 하더라도 소외계층은 항상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그래도 소외계층의 희생은 있으니까 그들을 돕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복지정책으로써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최근 6월 말에 한미FTA가, 양국이 서명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찬반 양론이 많지만 한미FTA 또한 강익강... 대기업만 위하는 거 아니냐, 더 어려워지는 거 아니냐는 반론들이 많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게 앞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박승 : 한미FTA를 두고 지금까지도 찬반... 국론이 많이 나뉘어져 있는데, 제 의견은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단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찬반이 각각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찬성도 일리가 있고 반대도.. 왜냐면 득실이 있기 때문에. 그러나 장기적인 국가장래를 볼 때는 단연 해야 된다. 그 길이 아니고는 한국경제가 장기적으로 뻗어나가는 길이 없다.

박인규 : 당장의 부작용은 있겠지만 필요한 일이다.

박승 : 부작용이 있더라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현재는 개방체제고. 따라서 한국경제가 사는 길은 개방체제에 뛰어들어서 거기서 승부를 걸고 이 개방체제를 극대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FTA를 해야 되고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도 하고, 중국과도 하고 일본과도 하고. 하는 도리밖에 없다. 다만 여기에 따르는 피해계층에 대해서 보상대책을 세우고 보완대책을 세우는 데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결국 우리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개방화의 물결을 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경쟁열외계층, 피해를 입는 계층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건데, 언론이나 정치권의 논쟁을 보면 이른바 복지정책에 돈이 들어가게 되면 성장이냐 분배냐. 성장을 먼저 해야 되는데 분배에 돈을 쓰느냐, 이런 식의 논쟁들이 많거든요. 김대중 정부 이후에 노무현 정부까지, 복지정책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박승 : 성장 없는 복지정책은 안 됩니다. 그건 얼마 못 가죠. 따라서 성장과 복지는 같이 가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복지정책은 성장을 앞세운 걸로 가야 된다. 그래서 복지가 뒤떨어져선 안 되지만 복지가 앞에서 끌고 성장이 밀어선 안 된다. 성장이 앞에서 끌고 복지가 뒤에서 밀어야 된다. 그런 점에서 성장과 복지는 동일차의 양면이다. 두 바퀴다. 이렇게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미FTA와 관련해서 양극화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원래 FTA라는 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양극화를 확대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강자를 더 강하게, 약자는 더 약하게 하고. 그런데, 그래도 한미 간의 FTA는 그 양극화를 크게 하는 힘이 크지 않다. 왜 그런가 하니, 미국과 한국 간에는 농업은 미국 쪽이 강하고 제조업은 한국 쪽이 강합니다. 이게 특징입니다. 제조업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우리 쪽이 강한 데가 많기 때문에 한미 간에 FTA는 양극화를 확대시키는 힘이 크지 않다. 전연 없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렇게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개방화에 다른 소외계층 발생이 불가피하다면 이들을 어떻게 잘 보살피느냐 하는 게 앞으로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서민들을 어렵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또 집값이거든요. 집값폭등. 노무현 정부에서도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실제로 많이 올랐어요. 정부에서는 지금은 일단 하향안정세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 어떻게 보십니까?

박승 : 참 어려운 싸움이었습니다. 일단 제가 볼 때는 집값은 잡혔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얼마 전에도 어디서 그런 얘기를 했지만, 한국은 부동산이 장기침체에 들어갈 것이다.

박인규 : 말하자면 거품이 꺼진다는 얘긴가요?

박승 : 그러니까, 집값이 떨어진다.. 반드시 그런 뜻은 아니고.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만 집값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크게 오르지는 않고. 그러면서 팔고 싶은데 팔리지 않고. 그런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고. 한국에 있어서 지금 소위 재테크에 있어서 부동산 시대는 거의 빛을 잃지 않았느냐. 앞으로 장기간, 이제 금융자산시대로 넘어가는 그 분계점이다. 그걸 결정적으로 촉진하는 것이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에 대한 보유과세라고 봅니다. 종합부동산세에 관해서는 뒤에서 또 말씀드리겠지만, 보유과세 강화는 결정적인 중요성이 있다. 부동산 중심사회에서 금융자산 중심사회로 이행시키는. 다시 말하면 땅이나 주택이나 건물을 사가지고 있어 봤자 여러 가지 세금이나 귀찮고 이런 것 때문에, 설사 값이 오른다고 해도 그런 것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금융자산만 못한 그런 시대로 이행하는 시기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종합부동산세 말씀을 하셨으니까, 일단 먼저 제가 여쭤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자들은 세금폭탄이다. 상당히 불만이 많고, 다음번에 정부가 바뀌면 없어지는 거 아니냐는 말씀도 하시는데, 종합부동산세 정책을 잘 했다고 보십니까?

▲ ⓒ프레시안

박승 :
저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잘한 정책을 꼽으라면, 역사에 남는 업적이라고 한다면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조치라고 봅니다.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해서. 저는 30년 전부터 조선일보나 한국일보 등 여러 언론매체에 재산세를 포함해서 부동산 보유과세를 강화해야 된다는 것을 발표한 일이 있습니다. 칼럼을 쓰고 방송에 나가서도 주장하고. 왜 그런가? 일반 국민이 모르고 있어요. 엉뚱하게 잘못 판단하고 있습니다. 가령 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나 이런 걸 땅부자에 대한 응징이라든가, 또는 강남에 사는 국민에 대한 보복이라든가, 세금폭탄이라든가, 상당히 이런 부정적인 시각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인식입니다.

다만 먼저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이게 조금 문제가 되는 건 갑자기 세금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납세자들의 거부반응을 가져오는 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원래 이건 제 주장은 재산세를 올려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서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세금을 다 올리라는 게 제 주장인데,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거부반응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 하나의 변칙입니다. 제가 볼 때는 종부세는 변칙으로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은 있지만 이건 매우 잘한 일이다. 왜 그런가를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국가자원배분의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냐면, 이런 겁니다. 가령 다이아몬드가 귀한 거 아닙니까. 다이아몬드를 공짜로 무한정 주겠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자갈 대신 도로공사에 쓸 겁니다. 공짠데 그럴 거 아닙니까. 다이아몬드는 공짜인데 자갈은 사야 하고. 정부에서 수돗물을 공짜로 준다. 하게 되면 농민들은 수돗물을 갖다가 논물을 댈 겁니다. 한 마디로 값이 싸면 국가자원의 낭비가 온다는 겁니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건, 귀한 건 귀하게 쓰고 흔한 건 흔하게 쓰는 것이 국가자원배분의 원칙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인구는 많고 땅은 좁고 주택은 부족하기 때문에 되도록 땅과 주택은 좁게 쓰고 절약해서 쓰고, 그것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우리가 꼭 같이 가야 할... 그래서 땅과 아파트는 똑같이 나눠 갖는, 그렇게 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가면 중산층의 주택 평균이 12평입니다. 중산층들이 12평짜리 아파트에 사는데 한국에서 12평이라면 영세민입니다. 25평도 서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럼 왜 한국에서는 그런가 하면 보유비용이 싸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나 땅을 가져봤자, 세금이 싸니까... 세금이라는 게 자동차세보다도 적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이게 어떤 현상이 나오느냐 하면 땅이나 아파트를 필요에 의해서 점유하는 게 아니라 투기목적으로 하는 겁니다. 투기목적으로 사재기를 하고 불필요하게 넓은 땅과 집을 차지한다. 이런 현상이 어떤 것을 빚어내냐면, 한국을 부동산 중심사회로 만들었습니다.

부동산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이게 망국적인 현상입니다. 미국은 개인재산의 7할이 금융자산이고 3할이 부동산입니다. 한국은 반댑니다. 한국 국민들은 재산의 7할이 부동산이고 3할이 금융자산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왔느냐 하면, 바로 부동산에 대한 보유과세가 싸기 때문에, 점유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종부세 같은 보유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땅과 아파트를 귀하게 쓰도록, 이렇게 국가자원을 배분하고 부동산 중심사회를 금융자산 중심사회로 이행시키는 국가적인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박인규 : 그럼 박 전 총재께서는 앞으로도 부동산에 대한 보유과세는 더 올라가야 된다고 보십니까?

박승 : 올라가야지요. 현재, 가령 지금 종합부동산세를 내고도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합해서 공시가격이 10억 원짜리 아파트일 경우, 그러면 아마 시가는 12억이나 13억 될 겁니다. 공시가가 10억 원일 경우 아파트 실질부담률이 재산세 포함해서 0.6% 밖에 안 됩니다. 아시다시피 선진국은 평균 1.5%입니다. 선진국에 가려면 아직도 우리가 싼 겁니다. 따라서 이것은, 앞으로 이걸 완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다만 이것을 제가 볼 때는 재산세로 해서 말하자면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고. 그 대신 양도소득세 같은 것은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 되고 보유과세가 선진국 수준에 접근하면 양도소득세 같은 건 완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기로 하고 내일 다시 말씀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를 초대해 현재 우리 사회와 한국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는지 얘기 들어봤습니다. 박승 전 총재의 말씀은 내일도 이어집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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