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차량 폭탄테러는 190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4월 18일 바그다드의 차량폭탄테러 이후 최대 인명피해 규모를 기록했다.
앞서 6일에는 바그다드에서 북동쪽으로 140㎞ 떨어진 쿠르드족 마을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최소 26명이 죽고 33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라크 내에서는 비교적 안정된 지역으로 분류됐던 키르쿠크 지역이나 쿠르드족 마을까지 대형 테러가 번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초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전진' 구상에 따라 1월부터 이라크에는 미군 2만8500명이 추가 배치됐고 증강된 미군은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한 이라크 치안 강화 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라크 치안 상황은 오히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진보적 인터넷 매체 <톰디스패치>를 운영하고 있는 톰 앤젤하트 씨는 "미군 증강의 효용에 대해 올 9월 데이비스 페트라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이 의회에 보고토록 돼 있지만 그 보고는 지켜 볼 것도 없다"며 "부시의 증강 작전이 이라크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단정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서 혹은 각종 단체 보고서를 통해서 공개돼 있는 이라크에 관한 수치들만 종합해도 미군 증강 이후 이라크가 얼마나 더 불안해졌는지를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증강작전으로 미군 희생 더 늘어
2007년 6월 현재 이라크 주둔에 주둔해 있는 미군은 약 15만 6000명 규모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임무가 완수됐다"며 이라크전쟁 종료를선언한 2003년 5월 당시에는 13만 명 규모였다. 임무가 완수된 이후 오히려 병력은 늘어난 것이다.
추가파병은 2007년 1월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 6월 27일까지 이라크에서 희생된 미군은 총 481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 미군 사망자 수는 292명이었다. 증강 이후 미군 사망자는 1.5배 이상 늘어났다.
덩달아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의 희생도 늘어났다. 2007년 1월부터 석 달 간 숨진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은 최소 14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007년 4월 한 달 간 미군과 연합군에 대한 공격은 4900건이었다. 2007년 5월 한 달 간 죽은 미군 중 70.9%가 도로 매설 폭탄에 희생됐다. 추가파병이 막 시작됐던 2월만 해도 35%에 불과했던 비율이 두 배로 치솟은 것이다.
2007년 3월부터 6월 초까지 안전요새로 알려진 '그린 존'에 대한 공격이 80건이 넘었다.
미 국무부는 이곳에 6억 달러를 들여 대사관을 짓고 있는데 현재 대사관에 소속된 미국인 직원만 1000명 이상, 외국인은 4000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대사관 인력 충원을 '긴급 요청'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증강작전 이후 미군의 공습 횟수도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증강작전의 초기 단계는 디얄라 지역에 대한 공습으로 시작됐다. <뉴욕타임스>는 "미군이 20개가 넘는 위성 유도 로켓을 바쿠다 북부에 떨어뜨렸고 아파치 헬리콥터를 이용해 적군을 공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ABC> 방송을 통해서도 공군이 바그다드 교외에 B-1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폭탄을 퍼붓고 있지만 반 저항세력을 소탕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페트라스 사령관은 '반저항세력 작전'이 성공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9년에서 10년으로 잡았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주한미군 모델'을 언급한 데 따르면 3만 명에서 4만 명에 이르는 미군이 54년 이상 이라크에 주둔해야 할 수도 있다.
당초 증강된 미군은 이라크 군인과 경찰을 훈련시켜 치안 통제권을 넘겨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증강작전 이후 이라크 경찰 18만 8000명 중 미군으로부터 훈련을 받은 숫자는 3만 2000 명에 불과했다.
대신 이라크 경찰 6명 중에 1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실종되거나 유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유기된' 숫자가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고 7000명에서 8000명 가량은 그저 수치에 잡히지 않고 있다.
어린이 55%가 난민
2003년 이후 이라크를 떠난 이라크 인들은 200만 명에서 2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라크 인구 10명 중 1명이다.
2003년 이후 종파 간 유혈충돌을 피해 이라크 내에서 주거지를 옮긴, 이른바 국내 난민도 최소 190만 명으로 집계된다.
12세 이하 어린이 55%가 난민이라는 유니셰프의 보고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 조사 결과 바그다드 내 3세에서 10세 사이 어린이 47%가 최근 2년 간 참혹한 사건을 목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그다드 어린이 600명을 조사해 본 결과 14%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였고 모술에서 청소년 109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본 결과에서 그 비율은 30%로 치솟았다.
이라크인 70%가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어린이 21%가 영양실조 상태다. 5세 이하 어린이 10명 중에 한 명이 저체중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치료해야 할 의사들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라크에 등록된 의사 3만4000명 중 1만2000명이 2003년 이후 이라크를 떠났다. 같은 기간 동안 2000명이 살해당했다.
응급실에 실려 와서 장비나 약품의 부족으로 죽는 비율이 70%에 이른다.
이라크 전체 인구의 54%가 하루에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고 있다.
1980년 이라크인 1인당 평균 소득이 3600달러였지만 미국이 침공한 2001년에는 860달러로 고꾸라졌다. 2003년 말에는 530달러였고 최근에는 400달러 이하로 주저앉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라크인 60%가 실업 상태다.
사망자는 늘었는데 위자료 지급액은 줄어
이라크 내 미군 교도소에 수감된 이라크인의 수는 2007년 3월 1만700명이던 것이 5월에는 2만 명으로 증가했다. 바쿠바 지역에서 '팬텀 썬더'란 작전이 수행된 6월의 어느 한 주 동안 700명이 넘는 이라크인들이 교도소에 구류됐다.
2006년엔 유혈 충돌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평균 100명 선이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선언한 2007년 1월 한 달 사망자는 1만5000 명으로 집계됐다.
2007년 6월 17일에서 23일까지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이라크인 사망자 수만 763명이었다.
미군 공격으로 이라크 민간인이 사망하면 지급되는 위자료는 최고 2500달러다. 법적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
이라크에서 복역했던 한 군무관은 "비전투 상황에서 탱크가 도요타 자동차를 뭉개면 차 값을 전액 보상해 줘야 하지만 이라크 주민을 죽였을 경우에는 2500달러만 지급하면 된다"고 한탄했다.
이마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2005년 위자료 지급액은 총 2150만 달러였다. 2006년에는 민간인 사망자 수가 늘어났는데도 위자료 지급액은 730만 달러로 떨어졌다.
최근 <뉴스위크> 조사 결과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23% 수준이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26% 보다도 낮았다.
부시 대통령의 증강작전이 이라크 상황을 호전시킬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10%에 불과했다. 반면, 응답자의 54%가 증강작전으로 이라크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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