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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러리 쇼', 일단은 성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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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러리 쇼', 일단은 성공인데…

"클린턴 주연에 힐러리 조연될까" 우려도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내 평생 투표해 본 사람 중에 힐러리만큼 훌륭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힐러리가 요청했다면 나는 여기로 왔을 겁니다." (빌 클린턴)

"빌이 생각하는 것만큼 내가 현명하다면야, 나는 더 할 말도 없죠." (힐러리 클린턴)

주부 대상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 한 전직 대통령 부부의 잡담이 아니다. 3일 아이오와 시티 소재 아이오와 대학에 모인 수 천 명의 민주당원들 앞에 선 차기 대권주자와 '퍼스트 젠틀맨(영부군)' 후보의 '연설'이었다.

지난 2일부터 사흘간 클린턴 부부가 함께한 아이오와 유세를 언론들은 '빌러리 쇼'라고 불렀다. '빌러리'는 빌과 힐러리를 합성한 말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선거유세 전면에 나서면서 연출된 '빌러리 쇼'에는 아이오와 민주당원은 물론 미국 전역의 관심이 쏠리면서 일단은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기에 빠진 힐러리 구하기 위한 빌의 선택

이번 '빌러리 쇼'는 아이오와에서 위기에 빠진 아내(힐러리)를 구하기 위해 남편(빌)이 마련한 특단의 대책이었다.

예로부터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는 차기 대선의 향방을 좌우하는 풍향계 역할을 해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할 '고지'로 꼽혀왔다.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불안한 성적을 보였다. 전국적으로는 4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경쟁자인 바락 오바마와 존 에드워즈 후보와 10% 이상의 넉넉한 격차를 두고 있었지만, 유독 아이오와에서만은 에드워즈 후보에게 눌려 2위로 나타난 것이다.

때마침 발표된 2/4분기 대선모금 실적에서 오바마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 한 것도 힐러리 캠프 분위기를 가라앉게 했다. 힐러리 후보에게 대기업 후원이 쏠린 반면 오바마 후보에게는 소액 다수 후원이 몰렸다는 점에서도 오바마 후보의 대중적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냉혈한 힐러리' 이미지 중화에 주효
▲ 3일 아이오와 유세에서 지원연설을 마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내 힐러리 후보에게 마이크를 넘겨주며 포옹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시스

이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원유세에 따라나선 것은 침체돼 있던 힐러리 진영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명 연설가'로 꼽혔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 연단에서도 여전한 연설솜씨를 뽐냈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살롱닷컴>은 "빌은 그 어떤 대권주자들보다 뛰어난 유세 실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빌은 적절한 시점에 말을 멈출 줄 알았고 억양은 흥미를 자극했으며 남부 특유의 콧소리는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강조할 땐 실눈을 뜨거나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입술을 말아 올리는 등의 버릇은 민주당원들로 하여금 지금보다 평화롭고 만족스러웠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개인의 인기도 유세 흥행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가 존 조그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가 당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민주당 내 기본 지지를 떠받치는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몫"이라고 규정했다.

힐러리 후보가 가꿔온 '중도 이미지'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본선용으로는 효용이 있으나 '선명성 경쟁'을 해야 하는 당내 경선에서는 오히려 약점에 가깝다. 이에 민주당원들이 신뢰하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힐러리 후보를 '보증'함으로써 힐러리 후보에 대한 의심을 상쇄시킬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드러운 이미지는 힐러리 후보의 '냉혈한' 혹은 '야심가'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효과마저 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 유세에서 '아내로서의 힐러리'의 면모를 강조한 것도, 얼마 전 인기 드라마 <소프라노스>를 패러디한 캠페인 동영상에 유머러스하게 얼굴을 내비친 것도 힐러리 후보의 '비호감 이미지'를 덜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르윈스키의 기억' 되살아 나면 '악재'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의 '관여'가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광이 유권자로 하여금 힐러리 후보를 독립적인 정치인으로 바라볼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은 힐러리를 압도하거나 힐러리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적극적으로' 외조를 해야 하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 유세에서도 10분이 채 안 되는 연설을 한 후 바로 단상에서 내려와서 연단 뒤로 몸을 숨겨야만 했다. 관중들이 힐러리 연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클린턴 부부의 또 다른 고민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유세 전면에 나설 경우 '르윈스키 스캔들'의 기억이 되살아 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조그비는 "물론 클린턴에게 확실한 비토 세력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클린턴이 유세에 뛰어들지 않아도 힐러리를 찍지 않을 부류"라며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힐러리의 경쟁 상대들은 클린턴의 지원이 힐러리의 선거전에 득과 실을 모두 초래할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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