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통합민주당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가 5일 여의도 63빌딩 모 음식점에서 회동을 갖고 "중도개혁 대통합 신당을 추진하고 가능한 추석(9월 22일부터 추석연휴) 전에 국민경선을 마치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국민경선추진협의회가 10월 7일 께로 예정한 경선일보다 앞당겨진 스케줄이다.
그러나 양측은 대통합신당의 통합 범위나 국민 경선의 틀 등을 두고는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 합의가 실질적인 대통합 합의라기보다는 '전략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구두선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정 전 의장 측은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배제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중도개혁 노선이 중심이 된 대통합신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에 최소한의 접점을 찾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합민주당의 김재두 부대변인도 "오늘 회동은 집을 짓기 전에 '터 닦기'를 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박상천· 김한길, 대통합의 영웅이 되라"
정 전 의장은 이날 회동에서 "민주당이 빠진 대통합은 대통합이 아니며 대통합 없는 민주당 역시 국민이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를 설득했다.
정 전 의장은 "일거에 대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때가 왔다고 믿는다"며 "두 분 지도자께서 대통합의 영웅이 될 것을 기대하겠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그간 박상천 대표와 김한길 대표가 대통합을 향해 노력해 오신 데 대해 우리 국민께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으리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박상천 공동대표는 "통합민주당은 열린우리당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인사들도 중도개혁주의에 입각해 있다면 함께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포용성이 넓어졌다"며 "그래서 우리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우호적으로 화답했다. 지난 28일 박 대표가 대표 수락 연설에서 역설했던 '통합민주당 독자 경선-후보단일화'의 로드맵에 기반한 것이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어제 손 전 지사와도 그랬고 오늘도 마찬가지이나 통합민주당에 당장 입당하라는 말씀이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선 뒤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중도개혁세력이 더 많이 모인 대통합을 이룬 뒤에 함께 경선을 통해 대표 주자를 뽑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박상천 대표는 회동 직후 '오늘 합의한 대통합신당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열린우리당에도 중도개혁주의자가 많지 않느냐"며 "중도개혁주의자가 만드는 대통합신당"이라고 말해 기존의 열린우리당 내 친노인사 배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전 의장은 "오늘 합의한 국민 경선은 민주당 후보끼리만 하는, 민주당이 관리하는 국민경선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지사에 이어 정 전 의장의 이같은 행보는 통합민주당의 호남 기반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실질적인 '대통합'의 가교 역할을 해 냄으로써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여권 일각에선 이를 '양다리 전술'로 보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탈당파, 25일까지 신당 창당
이처럼 범여권 유력주자들이 제3지대 신당과 통합민주당을 넘나들며 보폭을 넓힘에 따라 7월말로 시간표가 짜여진 범여권 통합 논의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43명의 탈당파 모임인 '대통합추진모임'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범여권 통합 방식에 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통합민주당을 합류시킬 방법이 현재로선 난망하고 이와 연계된 열린우리당과의 결합 방식도 이견이 분분해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회의에 앞서 이들은 오는 25일까지 시민사회세력과 열린우리당, 손학규 전 지사까지 포함하는 신당을 창당키로 했다. 시민사회진영의 '미래창조연대'가 8일 창당준비위를 구성한 뒤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손 전 지사의 선진평화연대, 통합민주당의 대통합파 세력이 12일 이에 합류해 공동 창준위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특히 이같은 로드맵에는 통합신당 창당 직전 열린우리당이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당대당 신설합당을 결의하는 방식이 포함돼 있다. 소위 새천년민주당식 합당 방법이다. 그러나 제3지대 신당과 열린우리당의 당대당 합당 방식이 결의될 경우 통합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반면 열린우리당 해체를 통한 개별흡수 방식이 추진되면 친노세력이 당 사수 입장으로 돌아설 게 뻔해 묘수 풀이가 쉽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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