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조돈문 민교협 의장입니다. 조돈문 교수는 1954년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77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93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3년부터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한국산업사회학회 회장을 비롯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인천경기지회 지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지난달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제21기 상임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박인규 : 우선 민교협 20주년, 그리고 신임의장으로 선출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조돈문 : 고맙습니다.
박인규 : 민교협이 성년이 되는 해에 의장으로 선출되셨기 때문에 다른 때 의장님들보다 각오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조돈문 : 우선 많이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민교협이 우리 사회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급격하게 많은 변화를 겪어온 게 사실이고 민교협도 그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들을 담당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우리 사회가 변화해온 만큼 민교협의 향후 활동방향이나 내용도 조금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향후 20년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저를 포함한 새 집행부 구성원들이 많은 부담을 갖고 있고,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인규 :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가 87년 6월 시민항쟁 과정에서 생긴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해서 결성하게 된 겁니까?
조돈문 : 사실 86년부터 교수들이 대학별로 시국선언을 내고 또 연합을 해서 시국선언을.. 그해 6월에는 내고. 87년 4월이 되면 개헌을 추진하는 교수성명을 몇 차례 냅니다. 그러면서 6월항쟁 기간 동안 전국적인 교수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 일회성 투쟁을 하고 그때마다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는 우리 사회의 향후 발전방향을 좀 더 진보적이고 합리적으로 유도하고, 진작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상설적인 조직체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결성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민주화를 운동 과정에서 동참하시면서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난 20년 동안 민교협의 활동, 대표적인 걸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업적이나 성과..
조돈문 :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서 처음 민교협이 결성될 당시부터 그때 민주화를 위한 운동을 그때 시작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저희가 국가보안법 철폐라든가 우리 사회의 정치적 민주화를 희망하는 운동을 했구요.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사회적인 민주화가 덜 되고 또 정치 민주화의 혜택이 골고루 가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예컨대 불균등 민주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때 조금 어둠이 있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회적 약자층을 대변하기 위한 운동들을 많이 했습니다. 예컨대 민주노조운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전노협 결성을 지원하고 96, 97년 안기부법과 노동법 개악을 다시 무효화하는 투쟁을 지원하는, 그런 것들이 저희가 민중지향성을 지니면서 민중들을 대변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조돈문 교수께서는 93년부터 민교협 활동을 하신 거죠?
조돈문 : 네.
박인규 : 상임의장을 맡으셨기 때문에 앞으로 20년을 내다보면서 활동하시려면 지난 20년에 대해서 성과와 한계랄까, 그런 부분에 대한 자체평가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고 계십니 까?
조돈문 : 민교협의 20년은 지난 87년 이후의 20년과 역사를 같이 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보여온 성과와 한계만큼이나 민교협 또한 그걸 공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정치적인 민주화는 많이 이뤘지만 사회 경제적인 민주화는 별로 진전되지 않았고. 또 저희 민교협 입장에서 보면 저희 창립하게 된 취지의 두 가지 핵심적인 것이 대학과 교육의 민주화, 다른 하나는 사회 경제적 민주화입니다. 그래서 교육민주화 부분에 대해서는 최근 2001년에 교수노조가 만들어져서 거기서 그 역할을 앞으로 상당 부분 해갈 수 있을 거라고 보고요. 사회 경제적 민주화 측면에서 보면 한편으로는 지난 20년 동안 정치적 민주화는 많이 이뤘지만 사회 경제적 민주화는 별로 진전을 못 이루게 되고. 그 부분이 앞으로 저희가 향후 20년 동안 주로 치중해야 될 과제라고 봅니다.
박인규 : 대학 내의 민주화나 개혁은 앞으로 교수노조가 주로 맡고, 민교협쪽은 사회 경제적 민주화를 위한 활동에 중점을 두겠다.
조돈문 : 지난 20년을 보면 저희가 대학 내의 민주화나 교육의 민주화, 교육개혁을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교수노조를 조직하는 데도 저희 민교협에서 주도적으로 그 활동을 했었고. 그런데 교수노조가 만들어져서 교수노조가 대학의 민주화나 교수들의 교권문제에 대해서 1차적인 당사자로서 직접적인 활동을 할거구요. 그래서 저희가 주도적으로는 대학 내의 문제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고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겁니다.
박인규 : 민교협 회원이 지금 몇 분이나 되시죠?
조돈문 : 1500분 좀 넘습니다.
박인규 :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교수님들이 몇 분이나 되십니까?
조돈문 : 10만이 넘겠죠.
박인규 : 제가 보니까 민변이나 민의협에 대개 천 명 남짓 활동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를 보니까 민교협 회원이 1990년에 최대로 많았다가 1700명인가 1800명인가... 그랬다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보도가 되고 있더라구요.
조돈문 : 1600명이 조금 넘었다가 지금 한 100명 정도 줄었는데 초기에 활동하셨던 분들은 그동안 돌아가신 분들도 여러 분 계셨고. 물론 민교협을 탈퇴했거나 아니면 대학 자체가 전체적으로 민교협활동에 결합했다가 이탈하는 경우도 있었고. 아마 민교협 회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어떻게 보면 젋은 교수들이 좀 민교협에 가입하는 게 과거에 비해서 줄어들었다는 걸 지적할 수 있겠는데요. 그래서 젊은 교수들이 볼 때는 민교협이 과거에 무슨 일을 해왔느냐보다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에 더 착안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젊은 교수들의 경우에는 민주화의 성과 위에서 학문활동을 시작했고 그래서 민주화 되기 이전의 상황에서 학문활동을 할 때 우리가 처해 있던 여건들은... 별로 이제 그런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정치적인 민주화라든가 사회 경제적인 민주화, 특히 민중들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조금 적을 수 있구요. 그리고 생태나 환경, 평화, 인권, 소수자, 이런 다양한 새로운 사회문제들로 관심이 확산됐다고 봅니다. 그런 새로운 사회문제, 쟁점들에 대해서는 다른 운동단체나 활동할 수 있는 매체들이 많이 있는 거죠. 그래서 그런 방면에 많이 결합해서 하고. 저희가 볼 때는 그런 현상들을 저희는 별로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박인규 : 교수 사회의 관심도 민주화에서 생태라든가 환경이라든가 여러 문제로 좀 다양화되고 있다.
조돈문 : 네. 그 자체가 민교협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민주화운동의 성과라고 보는 거죠.
박인규 : 사회 경제의 민주화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활동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씀하셨는데, 90년대 이후로 각종 시민단체가 많이 생겼고 진보적 지향의 싱크탱크도 많이 생겼어요. 그런 시민단체가 진보적인 싱크탱크와는 달리 민교협만이 할 수 있는.. 차별성이랄까요? 이런 활동을 통해서 사회 경제적 민주화에 기여하겠다...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조돈문 : 저희 민교협의 성과라면 민주화를 많이 이루고 정치적인 민주화의 성과 위에서 많은 선생님이 정치적 민주화 외의 다른 문제들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신 면이 있겠구요.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저희가 지난 20년 동안 아주 많은 진보적인 학자들을 배출했습니다. 그분들은 진보적인 시각을 갖고 연구를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실천적인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죠. 그런 분들을 저희가 많이 배출했고 그분들이 사회 곳곳에서 진보적인 싱크탱크라든가 시민사회운동이라든가, 그런 부분에서 정책브레인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희는 또 다른 형태의 싱크탱크, 또 다른 형태의 대안을 만드는 조직 그 자체보다는 그런 대안을 모색하고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그분들을 모아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그 자체가 우리가 보다 나은 대안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겠구요.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주요한 문제들을 사회적 의제화 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영어로 말하자면 허브 역할을 하시겠다... 그렇게 봐야 되겠네요.
조돈문 : 예. 그 허브 역할을 잘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대안들이 도출될 수 있다는 거죠.
박인규 : 저희 프로그램에 조희연 교수도 한 번 나오셨고... 그분도 아마 민교협에서 열심히 활동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아까도 말씀하셨습니다만 이른바 개혁적인 진영에서 저항은 잘했지만 생산적 대안을 내는 데는 미흡했다. 그런 지적들을 많이 하고 계세요. 동의하십니까?
조돈문 : 저는 대안 문제와 관련해서 그렇게 속단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일단 대안이 과거와 같이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냐 할 때는 대안을 모색하는 게 쉬웠습니다. 사회주의가 어떤 내용으로 가동될 거냐 하는 부분만 얘기하면 됐으니까. 그러나 지금 대안을 얘기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거죠. 사회주의를 지향하건 어디를 지향하건. 그런데 그때는 어떤 조건하에서, 어떤 구조적인 조건하에서 어떤 부분을 변화시키느냐 하는 논의인 거죠. 그래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제약을 어떤 부분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서 각자가 보는 대안은 다를 수가 있고. 또 기존의 구조적인 제약을 덜 인정하는 분들이 만든 대안을 다른 분들이 볼 때는 그건 대안이 아니라 실천적인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각자 보는 위치에 따라 남들이 만들어 놓은 대안이 대안으로 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속단하긴 어렵다고 보구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저희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특히 최근에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관련해서 영미식의 자유시장경제모델은 아니다. 최소한 북유럽식의 조정시장경제모델, 그렇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핟. 혹은 이해당사자모델이라고도 얘기하는데, 그런 주장을 저희는 펼쳐왔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화 되고 미국식의 자유시장경제모델이 일정 부분 우리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를 인정할 거냐. 아니면 자유시장경제모델을 처음부터 부정하는 그런 투쟁을 할 거냐. 아니면 상당 부분 지금까지 이뤄진 변화를 인정하고 그 위에서 대안을 모색할 거냐. 그럴 때 서로 제시하는 대안은 다르다는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아까 대학 내부의 민주화를 교수노조가 주로 1차적으로 담당하고, 민교협은 사회 전체를 개혁하는 부분을 담당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일각에서는 대학 자체의 민주화도 굉장히 큰 과제가 아니냐. 강사 문제라든가, 어떻게 보면 가장.. 심하게 얘기하면 박노자 교수 같은 분은 우리나라 대학교 사회가 굉장히 문제가 많다는 말씀들을 하세요. 대학 자체의 민주화...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조돈문 : 물론 저희가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대학의 문제를 완전히 떠날 수도 없고, 교수노조에게 모든 걸 맡겨두고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교수노조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저희가 지원한다는 거죠 대학 내 문제는. 그러나 교수노조가 조직돼 있지 않은 대학들 같으면 물론 민교협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거죠. 저희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대학의 문제, 교육의 문제, 그러면 입시 문제, 교육정책에만 국한되고 있는데 사실 학문의 문제, 학문정책 부분이 우리 사회 담론에서 빠져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학 내에서 최근 내신성적 관련된 부분을 갖고 교육부와 대학들 사이에 논란이 심한데요, 그건 저는 소위 몇 개의 사립대학의 지나친 이기주의고 또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보는데, 우리 대학의 문제는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지 못해서가 좋은 학생들을 선발해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게 문제고. 또 교육내용을 보면 직업훈련원의 역할을 하고 있지 인성교육 같은 부분이 결여돼 있다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엘리트가 될 수 있는가를 가르치는 거지 엘리트는 어떤 일을 해야 되고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저는 몇 개 대학들에서 우리 사회 엘리트들을 배출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배출되는 엘리트들이 진정한 엘리트로서 우리 사회 많은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모색하지는 못할 거라고 보는 거죠.
박인규 : 대학의 문제는 학생선발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더 문제다. 이 문제는 조금 있다가 다시 한 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에 대학교육의 질에 관해서 말씀하셨는데,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신 여러분들도... 예를 들면 상지대 김성훈 총장이라든가 김신일 교육부총리라든가, 이런 분들도 지금 대학의 학생선발권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오히려 심하게 얘기하면 똑똑한 학생 뽑아서 바보 만들어 내보내는 데가 우리나라 대학이다. 이런 말씀도 하세요. 어떻게 보면 중요한 건 대학의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것인데, 과연 그런 부분에서 우리 사회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냐... 이런 지적들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혹시 민교협 차원에서, 물론 사회의 민주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대학의 교육수준을 높이는 부분에 관해서 좀 고민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조돈문 : 네. 저희는 학내에, 각자 계신 대학 내에서 그런 의견들을 피력하시고 그런 실천들을 하고 계시고. 민교협 차원에서는, 저희는 인문교육.. 특히 인성교육 부분을 많이 강조합니다. 그래서 어떤 가치관을 정립하고 세계관을 형성하고, 그리고 공동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것.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많은 부분의 문제가 과거와는 달리, 과거는 독재정권.. 국가권력이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오면 국가권력으로부터 권력의 중심이 시장으로 많이 옮겨간 거죠. 그래서 시장이 개인의 행동거지나 행동방식, 가치관, 문화를 많이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 의해 황폐화되고 있는 것이, 교육제도 자체도 공공성을 잃고 있고 그 속에서 배우는 학생들도 공공성이라는 가치보다는 개인의 생존, 개인의 출세에 더 치중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그런 사회적인 공공성의 가치를 학생들과 공유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대안들, 저희가 보는 우리 사회의 보는 문제점들을 학생들과 좀 공유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앞으로는 지회, 분회 단위에서 학생들과 담화도 하고 교수들 사이에서도 포럼과 함께 그런 입장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작업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박인규 : 최근 교육부와 사립대 간에 내신반영률 50%를 놓고 굉장히 치열한 다툼이 있었고, 언론보도에서는 교육부가 물러났다는 말도 하는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어느 쪽이 맞는 겁니까?
조돈문 : 교육부는 후퇴를 한 거죠. 당초 방침에서. 사립대학은 일정 부분 실익을 챙겼다고 봅니다. 어떤 원칙이 실종된 담합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거죠. 그래서 내신 몇 프로냐라는 게 담론의 핵심이 됐고, 교육의 내용...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치는가 하는 것은 그런 내신 퍼센트에 대한 논쟁 속에서 진짜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들과 어떻게 만나야 되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도리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떻게 보면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 두고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줄다리기 하는 것 같다.
조돈문 : 네. 그리고 그런 토론이 계속될수록 본질적인 문제는 점점 더 덮여지게 되는 거죠.
박인규 : 최근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을 다시 재개정했습니다. 굉장히 진보진영에서는 비판이 많은 것 같은데 이번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조돈문 : 사립학교법도 재개정하고 로스쿨법도 만들었습니다. 로스쿨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취지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거죠. 법률서비스를 확대해서 보편적으로 접근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거죠. 법관들의 판단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부를 할 필요가 있고 , 또 우리 사회가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그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로스쿨이 나름대로 긍정적인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교육비 문제라든가 몇 개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대학 학생들이 로스쿨 진학을 위해서 수험생이 된다. 이런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거죠. 그래서 로스쿨법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사립학교법 재개정은 여지가 전혀 없는 단순 명확한 개악이라고 봅니다. 2005년 12월에 사학법을 개정했는데 사실 민교협이 87년에 만들어지고 나서 88년에 교육개혁을 위한 특위를 만듭니다.
거기에서 그 해 12월에는 사학법 개정을 위한 국회청원을 하게 되고. 저희는 지난 20년 동안 사립학교법 개정과 교육의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습니다. 그나마 미흡하지만 작은 성과를 얻은 것이 2005년 12월에 저희가 국회 앞에서 그 찬바람 부는데 농성투쟁도 하고 그랬는데 그 성과로 얻었고, 현재 집권정당.. 현재 여권이 통과시켜 만든 법안입니다. 그것도 직권중재를 했던 거죠. 이번에 똑같은 방식으로 또 직권중재를 해서 사학법 개정내용을 되돌리는 개정을 한 것이죠. 저는 현 정부를 믿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2005년 12월에 통과됐던 사학법 개정법안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 입장은 이해하겠습니다. 그 사람들은 일관된 거죠. 그런데 그때 그렇게 최소한의 교육민주화를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 놓고 그걸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현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교육이라는 부분은 그렇습니다.
교육제도를 매년 바꾸고 하는 것이 조금 더 나은 제도로 바꿀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미래예측가능성입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방향으로 바꾸더라도 의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1년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국가교육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부분들을 고쳤다 원위치 시켰다 하는... 그것도 교육민주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부분입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 민교협이 해야 될 일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 경제의 민주화. 급박하게는 교육의 민주화, 사회민주화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1년 임기시죠? 앞으로 계획을 간단히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조돈문 : 우선 저희 민교협 교수들 내에 소통이 중요하다. 그래서 저희가 각자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지니고 있고, 사회적 실천문제에 관심이 있고, 이런 분들의 고민을 묶어내는 것, 모아내는 것. 그게 저희가 1차적으로 해야 될 부분이고. 또 하나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도 부족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우리가 사회를 향해서 발언하던 부분들을 상당 부분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발언했다면 학생들도 우리 취지에 공감하고, 그것도 교육의 일부, 대학생활의 일부로서 그런 것들도 본인들이 받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제가 벽두에 말씀드렸듯이 정치적인 민주화가 일정 부분 이뤄졌고, 그리고 교육민주화 부분은 교수노조와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그래서 앞으로는 저희들이 사회 경제적 민주화 부분에 치중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우리 사회가 최근,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보여왔던 사회적인 양극화 문제들에 대해서 깊게 관여하고, 단순한 제도개혁을 넘어서서 담론과 시민들의 여론과 시민들의 주관성, 의식, 태도 부분까지 관여하고 함께 소통하고 토론하는 역할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교수들, 회원들 가슴속에서 뿐만 아니라 민중들과 시민들 속에서 소중한 존재로 다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박인규 : 말씀하시는 동안 주로 소통이란 말씀을 굉장히 많이 강조하셨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식인 모임 중 하나로서 각 분야의 소통의 중심 역할을 해서 보다 나은 대안을 만드는 데 한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조돈문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민교협 신임의장으로 선출된 가톨릭대 조돈문 교수와 함께 민교협의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역할과 계획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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