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수석대표가 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국회의 한미 FTA 비준 동의에 대해 전혀 상반된 논리를 동시에 펼쳤다. 국회비준을 차기 정부로 이양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보다 먼저 비준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준동의 빨리 하는 것이 능사 아니다"…"우리가 먼저 비준해 미국 압박"
김 수석대표는 이날 무소속 최성 의원이 "차기 정부에 비준 동의를 이양시켜 충분한 국민적 검증과 토론과정을 거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국회 비준동의를) 빨리 하는 것이 능사라거나 일사천리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국회 차원에서 (협정 내용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선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해 정부가 국회 비준을 다음 정부로 넘기는 방안도 고려 중임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앞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다음 국회에서 비준 동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부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고, 하반기 정기국회에 제출하더라도 지연될 가능성에 대한 것도 생각을 해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의 질의 도중에는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다"며 한국 국회가 미국 의회에 앞서 비준 동의 절차를 마쳐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김 대표는 "'미국이 계속 새롭게 들고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에 대해 (우리는) 단호한 입장으로 이 박스를 닫겠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박스를 닫을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먼저 비준을 끝내는 것이다. 그러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결국 양국 국회가 똑같은 날 하지 않으면 선후가 있기 마련"이라며 "굳이 미국의 뒤를 따라가야 하느냐에도 달리 고려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가고 미국을 정치외교적으로 압박해나가는 것이 국제외교적으로 국제 정치에서 위상과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 시기에 대해서는 "이번 정기국회 기간 동안 제출할 준비를 갖춰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FTA 추가협상 말바꾸기 아니냐' 공세에 곤욕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이번 추가협상과 관련해 '정부가 말 바꾸기를 한 것 아니냐'는 공세에 곤욕을 치뤘다.
최성 의원은 "우리 협상팀 수석대표가 '어떤 경우에도 추가ㆍ재협상 없다'고 언급했던 게 추가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것인가, 실제 미국의 추가협상 요구 가능성이 없다고 오판한 것인가"라고 따졌다.
최 의원은 "미국이 추가협상 요구를 해왔고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우리의 요구들을 다시 논의하며 실질적인 재협상에 들어가게 된 것이 명명백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판단 미스도 아니고 상황 모면도 아니다"면서 "추가 협상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재협상 계획이 없으나 제안이 있으면 추가협상이 필요한지 보겠다고 했다"고 받아쳤다.
이어 최 의원이 'FTA논의 과정에서 말을 바꾼 데 대해 사과할 것은 없는가'라고 따져 물었으나 김 대표는 "10개를 주고 10개를 받는다고 했는데 (추가협상을 통해 미국이) 11개 달라 그러면 우리도 11개 를 요구하겠다"면서 "어떤 경우라도 협상의 결과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초기부터 말했다"고 넘어갔다.
한편 김 대표는 '추가협상과 재협상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재협상은 협상한 내용을 열어서 다시 하는 것이며 추가협상은 그런 것은 그대로 두고 하는 것"이라며 "미국 제안이 협상의 본질적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1차적 판단"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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