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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父子 밥상 엎은 반전 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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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父子 밥상 엎은 반전 시위대

푸틴과 회동 앞둔 만찬장에서 "부시를 탄핵하라"

1일 오후 미국 메인주 포츠머스 공항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태운 제트기 한 대가 내렸다. 제트기에서 트랩이 내려오던 찰나 제트기 뒤로 헬리콥터 한 대가 착륙했다. 헬리콥터에서는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향해 반가이 손을 흔들며 내렸다.

푸틴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가 준비해 놓은 리무진을 타고 곧장 케네벙크포트의 '워커스 포인트(Walker's Point)'로 안내됐다. 부시 가문의 80년 된 여름 별장으로 이제껏 외국 정상이 초청된 적이 없는 곳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어머니 바바라 여사가 푸틴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 '랍스터 만찬'에는 부시 대통령 부부와 함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스테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도 초청됐다. 냉전 이후 최악으로 평가받는 미-러 관계를 풀기위한 '별장외교'에 부시 가족과 백악관이 총동원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무색케도 첫 날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그간 깊어진 갈등의 골이 '랍스터 한 접시'로 메워질리 만무한데다가 '워커스 포인트' 주변으로 몰려든 시위대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망쳐놓은 것이다.

▲ 부시가의 여름 별장에 초청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보도진 앞에 푸틴 보다 먼저 나타난 반전 시위대 행렬. ⓒ로이터=뉴시스

#1. 미-러 정상 회동보다 먼저 전파탄 "부시 탄핵"


반전운동가들 중심으로 구성된 수백 명 규모의 시위대에게 이날 정상회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유용한 기회였다.

양 국 정상의 '특별한 회동'을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전 세계 취재진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기회이자, 부시 대통령이 공들여 준비한 행사에 찬물을 끼얹음으로써 확실한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에 시위대들은 손에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입으로는 "부시를 탄핵하라(Impeach Bush)"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이 바리케이트로 막아선 정상회담장 입구까지 행진을 벌였고,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각국의 신문과 방송, 통신을 통해 부시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졌고 부시 대통령 지지율이 30% 아래로까지 떨어졌다는 보도가 뒤따른 것이다.

#2. 낚싯대도 푸틴 마음을 못 낚아

아버지 부시는 아들 부시와 푸틴 간의 서먹한 관계에 '기름칠'을 할 요량으로 낚싯대를 꺼냈다.

아버지 부시는 지역 TV와의 인터뷰에서 만찬 전후 푸틴 대통령과 낚시를 나갈 계획을 밝히며 "낚시는 영혼을 풍요롭게 하고 낚시 같이 하다보면 서로를 잘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과 낚시로 '워밍업'을 시도한 부시 대통령은 2일 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내놓을 예정이다.

첫 번째 요구는 "러시아가 이란 제재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를 요구에 러시아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란과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체코와 폴란드에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기지 설치를 둘러싼 미-러 간 갈등도 한 번 회동으로 풀리기 힘든 쟁점이다.

러시아는 지난 달 G8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MD 계획의 표적이 이란이지 러시아가 아니라는 부시 대통령의 말을 증명해 보이는 차원에서 동유럽 대신 이란과 가깝고 러시아와는 먼 아제르바이잔의 옛 소련 공군기지를 활용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 백악관은 즉답을 피했지만 동유럽 기지 설치 계획을 변경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코소보 독립 문제에 관해서도 독립을 반대하는 세르비아 정부 편에 선 러시아는 요지부동이다. 부시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코소보 독립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경우 "거부권만 행사하지 말 것"을 요청할 예정이나 푸틴 대통령이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3. 푸틴, 출발도 전에 알래스카 향해 미사일부터 발사

푸틴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이미 '미국의 세계 운영에 협력할 의사가 없다'는 전령을 보낸 바 있다.

러시아는 지난 28일 미국 알래스카 방향으로 핵탄두 6~10개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 '불라봐'를 시험 발사한 것이다. 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 비행 중 고도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이 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 무기로 꼽힌다.

29일에는 러시아를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디젤 잠수함인 '프로젝트호'를 판매하기도 했다. 전 세계 잠수함 중 탐지가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첨단 잠수함을 '반미의 기수' 손에 쥐어준 것이다.

랍스터와 낚싯대를 준비한 부시 가문의 '접대'가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미리부터 나온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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