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규마 후미오 방위상이 2차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를 당연시한 발언을 해 파문을 빚고 있다.
규마 방위상은 지난 달 30일 한 대학 강연에서 미국이 전쟁 종결 단계에서 원폭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데 대해 "미국이 소련의 일본 점령을 막기 위해 원폭을 떨어뜨렸으며 그것으로 전쟁이 끝났다. 지금와서 보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견해를 밝혔다.
현직 각료가 원폭투하를 긍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야당은 물론 해당 지역, 원폭피해자단체 등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파면을 요구하는 등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아베 신조 내각과 자민당에서는 오는 29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악재가 되지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의 간 나오토 대표대행은 "방위상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다. 원폭투하 그 자체를 용인하는 자세는 일본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비난했다.
사민당은 성명에서 "아베 내각은 전쟁 피해자에게 냉혹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 위원장도 "각료로서 실격이다. 국회와 선거전에서 추궁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의 야마구치 센지 대표위원은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으로 비참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1996년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 의견에서처럼 원폭투하가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방위상은 모르는가"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원폭투하로 21만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고, 지금도 26만명의 생존 피해자가 고통을 겪고 있다. 유일의 원폭 피해국 각료의 발언으로서 매우 비상식적이다. 핵무기 사용은 어떤 의도이든 절대 허용될 수 없다"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나가사키 출신인 규마 방위상은 자신의 발언으로 파문이 커지자 "소련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일본의 판단 미스에 대해 말한 것이다. 상대의 의도를 꿰뚫어보지 않으면 안 되며, 미국을 원망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였다"면서 "원폭 투하를 시인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원폭 피폭국으로서 잘못한 점도 있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듣고 있다. 핵을 근절하는 것이 일본의 사명이다"며 발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규마 방위상은 이날 지바현 레이타쿠 대학에서 가진 강연에서 "미국은 일본이 질 것을 뻔히 알고 있었는데도 굳이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렸다. 그렇게 하면 일본도 반드시 항복을 하고 소련의 참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잘못했으면 홋카이도(北海道)까지 소련에 먹혔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원자폭탄까지 사용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지금도 있지만 국제정세, 전후의 점령상태 등으로부터 보면 그것도 선택 방안이 될 수 있었다는 점도 머리 속에 넣어가면서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미국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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