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게스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28일 돌연 사의를 밝힘으로써 IMF 총재 임명권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미국, IMF는 유럽이 총재 임명권을 갖는 것이 이제까지의 관행이지만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현 구도가 재편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달로 임기를 마감하는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후임을 정할 때에도 이 같은 요구가 제기됐으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유럽-미국, '밥 그릇 지켜주기' 신사협정 맺을 수도
국제 NGO <옥스팜>의 캠페인 디렉터인 베르니체 로메로는 라토의 후임 인선과 관련해 "물색 범위를 유럽에만 한정 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IMF 관리들은 개발도상국의 전문가들도 후보군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세계은행은 초국적 기관이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총재 후보군을 특정국가 국민으로 제한함으로써 스스로를 현대화할 기회를 놓쳤다. IMF는 같은 실수를 저질러선 안 된다"
IMF 이사회의 일원인 한 개발도상국 대표 역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IMF 내에서 진행 중인 개혁이 신뢰를 받으려면 총재 후보군이 비 유럽인들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이 '제 손에 쥔 떡'을 스스로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의 퇴진을 압박하고 미국인이 아닌 인사들도 후보군에 포함시키라고 압박했던 주체는 다름 아닌 유럽연합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미국이 '복수'를 할 차례지만 미국은 IMF 일에 참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서로의 '밥그릇'을 건드리지 않기로 무언의 '신사협정'을 맺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케네스 로고프 브루킹스 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유럽이 '결국은 세계은행 총재를 미국인으로 앉혔으니 IMF 총재는 유럽에게 맡기고 이슈를 바꾸자'며 안면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스페인 재무장관 출신 라토 총재는 5년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두고 갑작스레 "10월 IMF 연례회의 때까지만 자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했음에도 IMF 내에선 벌써 유럽인들을 중심으로 후임을 논의가 시작된 분위기다.
로고프 연구원은 "영국 은행 마빈 킹 총재와 유럽부흥개발은행 장 르미에르 총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막후 정치협상으로 자질에 대한 평가 없이 총재 임명이 이뤄진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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